요즘 브랜딩을 바라보는 몇 가지 생각들...

컨설팅 및 네이밍 건으로 한 회사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 하면 '어'하고 알아듣는 사업가 특유의 야성과 본능이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실적 부진으로 IPO에 실패하면서 투자금의 전부를 돌려줘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페이스북 광고가 회사 성공의 핵심이었는데,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대목이기도 합니다.


도넛으로 유명한 회사의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합니다. 역시 실적 부진이 주원인인 것 같아요. 수백 억의 투자를 받은지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는데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굳이 내부적인 복잡한 상황을 듣지 않아도 이런 질문은 늘 주변 사람들에게 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가겠는데 굳이 두 번을 들러야 할 매장인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회사의 답은 끊임없는 새로운 브랜드의 런칭이었습니다.


압서 언급한 회사는 잠재력은 있으나 홍보에 취약한 브랜드를 SNS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여러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도넛 브랜드 역시 유행과 트렌드의 정점을 달리는 브랜드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는 그 한계도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끊임없이 탈피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파충류의 일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건 사업의 방향과 성장의 철학이므로 결코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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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들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단기간의 투자와 성장에 목을 메지 않아도 되는, 긴 호흡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작지만 탄탄한 브랜드들이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고기리 막국수나 키티버니포티 같은 브랜드가 생각납니다. 패브릭 브랜드인 키티버니포니는 수많은 카피와 복제 브랜드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지켜왔습니다. 그 결과는 수많은 메이저 브랜드의 콜라보였지요. 10여년 전 무단 복제로 한숨 짓던 김진진 대표의 얼굴이 떠오르는건 이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화려한 성장과 끊임없는 투자가 브랜딩의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규모의 성장보다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브랜딩을 해가곤 합니다.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쪽도 성공을 담보하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할 때 좀 더 행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누군가는 한 번에 천 만원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저는 불과 수십 만원의 입회비를 받고 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나답게'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스몰' 브랜드는 크기와 규모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속도와 방향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브랜딩의 핵심이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0년 100년, 나아가 수백년을 지속하려는 브랜드의 선택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와 철학이 앞서고 단기간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적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브랜드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제 남은 커리어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것이 저의 방식으로 이 나라와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멋진 브랜드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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