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영화 '에어'를 보고 왔습니다. 극장에 저 빼고 2명이 더 있더군요. 하지만 천만 영화를 보고 온 듯한 만족감이 드는 건 아마도 제가 하는 일 때문이겠지요. 어제 제가 운영하는 스브연에서는 전우성 이사님을 보시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란 브랜드 강연을 들었습니다. 저는 책 제목이자 강연 제목인 이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브랜딩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러프하게 얘기해서 마케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브랜딩은 그런 결정을 하게 하는 마음에까지 가 닿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민이 치믈리에 과정을 만들고, 현대카드가 디자인 뮤지엄을 만들고, 시몬스가 침대 대신 팝업 스토어를 만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가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소니 역)은 이제 막 떠오르던 NBA 루키 마이클 조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만년 3위인 나이키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문제는 조던이 나이키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훨씬 쿨했던 아디다스나 컨버스를 원했죠. 그래서 맷 데이먼은 흑인 가족의 대장 역할을 하는 조던의 엄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앞선 두 회사와 자신의 회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득해 기회를 얻어내죠. (이 과정은 영화로 보시는게 훨씬 더 재미나실 거에요) 그 다음 주말 동안 오직 조단만을 위한 신발 '에어 조단'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NBA 규정을 어기고 매 경기마다 벌금을 내게 되는 빨간색 농구화가 탄생합니다. 이 신발은 결국 전설이 되고 말죠.
성공한 얘기를 영화로 만드는 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건 어려운 얘기죠. 이미 결과를 아는 경기를 재밌게 보기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맷 데이먼이 조던의 마음에 가 닿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주인공이 조던을 처음 만나 연설하는 장면은 소름 끼치도록 감동적입니다. 저는 이 대사가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들이 고객에게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이 최고가 되리란 걸 믿는다, 그에 맞게 대우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도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항상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맷 데이먼은 신발은 신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나이키 입장에서 설득하지 않았습니다. 마이클 조단이 가진 가능성과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죠. 그리고 결국 계약을 성사시키게 됩니다.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는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그런 철학을 Dos & Don'ts의 문장으로 만드는 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걸 지키는 건 정말 어렵죠. 그 어려운 걸 나이키는 해냅니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판매량에 따른 수익 셰어를 처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조던의 어머니 델로리스 여사도 대단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인 필 나이트의 대담함에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이 선도적인 계약으로 그 후의 농구 선수들이 입은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델로리스 여사는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게 됩니다. 그 결정은 옳은 일이었고 나이키와 조단은 모두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이 영화는 영감을 줍니다. 돈을 버는 일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어떤 일도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도 가르쳐 줍니다. 혹자는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로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나이키가 아니잖아, 우리는 조던이 아니잖아...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 조그만 회사를 운영한다 해도 결국 그들이 하는 일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문제, 결핍, 불안, 숨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 즉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농구화가 아닌, 그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강추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