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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브랜딩은 목적인가? 수단인가?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소위 '임장'을 간 적이 있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임장이란 투자를 위해서 집이나 땅을 직접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는 이미 집이 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조그만 집 하나를 투자의 개념으로 찾고 있는 중이었다. 때마침 집에 있던 내가 친구와 동행했다. 그리고 30년 된 열 여섯평짜리 아파트가 5억 9천에 팔리는, 그리 놀랍지도 않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집값은 몇 년간 내리 상승세를 타다가 살짝 꺾이고 있는 중이었다. 2억 8천 정도에 전세가가 형성되고 있으니 3억 정도면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두어 명의 부동산을 찾은 후 가까운 카페를 찾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이렇게 취미 삼아 임장을 다닌다고 했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자의 마음이니 만큼 급하지 않아 보여 좋았다. 마치 아이 쇼핑하듯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는 특정 지역의 집값이 왜 오르지 않는지, 어떤 곳은 왜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아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창신동은 서울 중심지에 있는 마을이지만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했다. 알박기 때문이었다. 향후 재개발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빌라가 아닌 다세대를 지어 10억 짜리 집을 2억짜리로 나눠 가지는 바람에 개발 비용이 엄청나게 뛰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름해보이는 이 동네의 주민들이 얼마나 알부자인지도 귀띔해주었다. 얼마 전 같은 지역에서 강의를 한 나로써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역시 1조 매출의 중견 기업 상무로 승진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친구에게 집은 목적일까? 수단일까? 물론 이런 임장의 결과는 좋은 집을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닌 듯 보였다. 좋은 집을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시장을 읽고, 집 주인의 마음을 읽고, 그 집에 살고자 하는 마음을 읽고 싶은 듯 보였다. 작지만 똘똘한 집 한 채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을 철저히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당장 살 집이 필요해 급하게 결정하는 사람들보다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있는 듯 보였다. 관련 법 규정에 통달해 있는 것도 물론이었다. 예를 들어 특례 보금자리 대출 때문에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금 더 뛰었다는 사실, 부자들이 왜 월세를 많이 사는지에 대한 이유, 이 정부 들어 전매 제한이 풀려 이런 투자가 가능해진 자신의 사례도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우리에게 목적일까, 수단일까. 나는 그 자신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외모와 스타일을 바꾸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말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브랜딩의 전부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브랜드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브랜딩은 그 자체로 우리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냥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나는 세상에 좀 더 좋은 브랜드가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다니고,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모임을 만들고, 관련된 비즈니스를 한다. 내가 브랜드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애쓴 적은 없다. 그냥 그 과정에서 내 이름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기대를 준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의 전부이다. 브랜딩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그냥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의 결과일 뿐이다.


나는 친구가 임장의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수많은 브랜드의 태생과 성장, 부침과 소멸을 보며 뜻밖의 수많은 지혜들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들을 수없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살던 동네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하며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는 식당도 보았다. 그건 마치 한 사람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브랜드는 사람을 닮았다. 인생을 대하듯 시장을 바라보고, 사람을 이해하듯 비즈니스를 대하면 그 결과도 달라진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사람도 비즈니스도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이 친구는 지금 암 투병 중이다. 3개월 마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 그에게 집은 평범한 투자 이상의 대상이다. 나는 친구가 그 집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감히 짐작도 할 수가 없다. 분명한 건 그가 당장 몇 천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집과 땅을 보러 다니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브랜드로 된다는 것은, 즉 사랑받는 브랜드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한 방법이다. 한없이 유한한 삶을 넘어 오래도록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브랜딩을 고민할 수 있다. 어떤 치과 병원의 의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치과 병원을 별도로 만들어 세웠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의 시간을 외국인 노동자들을 치료하는데 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현업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어떤 의사에게서 직접 들었다. 신앙이 있는 그분에게 병원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전염력이 있다. 이 뜻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으는 페로몬 역할을 한다. 좋은 브랜드는 이렇게 자신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꾼다. 사람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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