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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도 단계가 있을까? (상)

나는 브랜드란 오랜 동안의 비즈니스가 남긴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왔다. 즉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과정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생각이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 조금은 결이 다른 브랜드들을 만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꿀빠는시간'이나 '한강주조' 같은 젊은? 브랜드들이 그렇다. 이들은 하나같이 처음부터 아이템이나 입지가 아닌 '브랜드'를 먼저 고민했다고 말했다. 즉 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를 명확히 한 후에 비로소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브랜딩의 단계를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고 경험한 브랜딩의 사례들을 고려한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론일 뿐이다. 그러니 참고 삼아 한 번 읽어주기를 바란다.


1.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는 막거리를 만든다. 그는 원래 쥬얼리 브랜드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고 했다. 그런데 5년 간 경험을 쌓은 후에 이 일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패션 영역에서 걸출한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술자리에서 나도 술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에 끌렸다고 했다. 왜 우리나라 전통주는 다 비슷비슷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자신은 남다른 술을 만들 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길로 회사를 그만 두고 전통주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울수록 확신은 커졌고 결국 9개월 만에 서울에서 난 쌀로 만든 서울의 막거리를 제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루 생 막걸리'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막걸리 마니아들에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업 2년 만에 월 매출 3억을 달성한다. 유니크한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일이 그에겐 가장 '나다운' 일이었던 셈이다.


많은 이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일 팔지, 어디서 장사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물론 사업의 아이템과 입지를 고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오래가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그 일을 시작한 이유가 선명하다는 점이다. 물론 모두가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그 일에 매력을 느끼고, 그 결과로 그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것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자기 자신을 먼저 연구한 후에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로운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러한 과정을 도와주는 솔루션과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이런 방법들을 통해 먼저 '나 자신'이라는 첫 번째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집중하자. 나는 이것이 나를 브랜딩하는 첫 번째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2. 시장의 문제와 필요를 발견해야 한다.


'꿀빠는시간'의 이혜미 대표는 심한 번아웃으로 귀농한 어머니가 계신 시골로 내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신명나게 일하는 어머니를 통해 양봉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꿀을 파는 사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같은 양봉업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40대 이하의 사람들은 절대 꿀을 사지 않는다는 그들의 믿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깨기 위해 텀블벅에 '개꿀잼'이라는 이름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결국 1500만 원의 의미있는 매출을 올린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충분히 꿀을 팔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양봉업자들에게 눈으로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업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시장을 먼저 연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창업 컨설팅을 나가보면 자신의 제품이 가진 차별점을 한 가지라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더 정확히는 그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는 말이다. 그저 자신이 만든 제품이 최고이고,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릴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했던 고민은 그 누군가가 반드시 한 번씩은 고민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창업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일에 90%의 에너지를 쓰고, 그 이후에야 마케팅과 브랜딩을 고민한다. 그러나 시장을 모르고 시작한 마케팅과 브랜딩이 성공적일리 만무하다. 여기서 핵심은 시장의 필요와 문제를 확인하는 일이다. '꿀빠는시간'의 이 대표는 펀딩을 통해 젊은 사람들의 꿀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브랜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았다면 그 일이 타인의 가슴도 뛰게 하는지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크고 거창한 방법일 필요는 없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차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3.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정리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이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에 앞서 반드시 거친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는 그것을 '오래된 옛 것을 지금의 세대에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꿀빠는시간'의 이혜미 대표는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막걸리와 꿀이라는 아이템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대신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막걸리와 꿀을 비슷한 방식으로 팔았을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브랜딩의 핵심은 '차별화'다. 그 고민의 시작점이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는 결코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박요철'이라는 브랜드라가 가진 핵심 가치는 '건강한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작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돕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는 거였다. 그래서  '스몰 브랜드의 힘'이라는 블로그를 쓰고 책을 썼다. 지난 6년 간 40여 개의 작은 브랜드들을 컨설팅했다. '스브연'이라는 스몰 브랜더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무료 브랜드 수업을 개설하고 최근에는 '스브파 - 스몰 브랜드 파워'라는 유튜브도 개설하고 촬영도 마쳤다. 선명한 핵심가치는 여타의 비슷한 브랜드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시킨다. 그 가치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들의 아이디어가 되어준다. 그러니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가치'를 글과 그림, 사진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 채우고 싶은 필요와 욕구를 선명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을 간결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지닌 가치를 세상에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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