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랜딩에도 단계가 있을까? (하)

친구들과 함께 영화 '존윅 4'를 보고 왔습니다. 명장면과 명대사가 여럿인 영화이지만 마지막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Loving Husband, 존 윅이 새겨달라고 한 묘비명입니다. 사랑스런, 다정한 남편... 아이러니하게도 살인 청부업자 존 윅이 그토록 간절히 살고자 했던 삶입니다. 영화를 보고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좋은 삶이 좋은 죽음을 만든다'는 또 다른 명언을 전해들었습니다. 좋은 죽음을 위해 미리 미리 준비하겠다는 친구의 다짐도 들었습니다. 물론 나이 50이 된 아저씨들에게는 이런 대화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긴 할 겁니다. 하지만 성별과 세대를 넘어서 우리는 좋은 삶, 즉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합니다. 그러니 이런 고민, 즉 좋은 죽음 역시 함께 고민할만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이 글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당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을 만드십시오.


저는 한동안 제 명함의 뒷면에 제 별명이자 상징이기도 한 비버의 캐릭터를 그려 넣어 다녔습니다. 어느 날 동료의 제안으로 헤어 스타일을 바꾼 뒤 생긴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그림에 저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비버는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건축술이 뛰어난 동물입니다. 이들이 강 하구에 집을 지으면 강의 유속이 느려저 주변 생태계가 그렇게 풍성해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집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하나 물고 있는 비버 캐릭터를 명함에 그려 넣었습니다. 이때의 나뭇가지는 세상의 모든 작은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그런 브랜드들을 글과 책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는 것이 제 삶의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스몰 브랜더'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어쩌면 존윅의 묘비명과 비슷한 목적일 수도 있겠네요. 이게 바로 제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니까 말입니다.


세상의 많은 기업들이 회사명 아래에 나름이 슬로건을 적어 넣습니다. 구글의 슬로건은 'Don't be Evil' 입니다. 악해지지 말자라는 뜻입니다. 나이키의 슬로건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Just Do It'입니다. 애플은 'Think Different'죠. 이들 모두가 선명한 가치를 천명하고 있다는게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브랜딩에 성공한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현대카드의 슬로건은 '더 나은 일, 더 나은 삶'입니다. 우리 딸이 사랑하는 다이소의 슬로건은 '국민가게'입니다. 이렇게 나름의자기다움을 가진 브랜드들은 지향하는 가치도 명확합니다. 이들은 그런 가치를 다양한 언어와 비주얼 요소로 대중에 호소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삶의 가치를 하나의 문장으로 웅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게는 한동안 그런 단어가 '스몰 스텝'이었습니다. 작은 실천으로 나다움을 찾아가자는 제 삶의 가치를 담은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스몰 브랜드'란 키워드로 이 가치를 확장해가는 중입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에게는 이런 삶의 가치를 명쾌하게 담은 하나의 카피, 문장, 슬로건이 있으신가요?


5. 세상에 신호(Signal)를 보내십시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책쓰기를 권해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삶은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쓰기 전과 후로 명확히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 개인을 브랜드로 본다면 이만큼 작은 브랜드도 찾기 힘듭니다. 스몰 브랜드를 넘어 마이크로 브랜드라 부를 수 있겠지요. 이렇게 작은 브랜드가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 개인이 스스로를 알리는 방법은 단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글과 말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SNS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세상에 전합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강력한 브랜딩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런 SNS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글을 쓰는 방법과 말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단순한 일상을 넘어 우리 삶의 브랜드적인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도구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브런치를 써왔습니다. 지난 수 년간 1300여 개의 글을 썼고 6000여 명의 독자를 모았습니다. 누적 조회수는 150만 회를 넘은지 오래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3권의 책을 출간했고 서너 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는 중입니다. 이후 다양한 기업과 기관 단체, 학교로부터 강연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세바시에서 진행한 강연은 60만 명이 보고 갔습니다. 한 개인으로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조회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박요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물론 의도한 일들은 아닙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제게는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이렇게 세상에 신호(signal)를 보내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이 작은 브랜드로 성장하긴 힘들었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니 글을 쓰십시오. 사진을 찍으세요. 그리고 크고 작은 곳에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십시오. 당신에겐 페이스북이 있고, 인스타그램이 있고, 블로그가 있고, 유튜브가 있으니까요.


6. 당신만의 팬덤을 만드십시오.


만일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이제 당신이 할 일은 천 명의 팬덤을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스몰 스텝'이란 책을 쓴 후 5명의 독자들과 매달 만나 강의를 하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권유로 관련된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한때 1000명이 모여 활동했던 이 단톡방은 이제 30여 개의 관련 단톡방으로 진화해 각각의 방장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이 과정도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스몰 스텝에 공감하고 이를 함께 실천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놀라웠습니다. 내가 했던 말과 공유했던 생각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손오공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분신을 만들었던 것처럼, 저의 생각과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스몰 브랜드'라는 좀 더 확장된 주제와 메시지로 똑같은 천 명의 동지?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스브연'은 스몰 브랜드의 연대라는 이름의 작은 모임입니다. 지난 2월 소박하게 시작한 이 모임은 이제 1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어엿한 단체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특강을 합니다.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나누기 위한 네트워크 파티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임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워크샵을 진행하고, 관련된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컨설팅과 사업으로 확장해갈 생각입니다. 어차피 브랜딩이란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신뢰와 진정성에 기반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작업이 아니던가요? 저는 저와 고민과 가치를 공유하는 이 분들과 함께 하는 활동들이 너무도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행복합니다. 모임을 마치고 오는 날은 뿌듯함에 밤잠을 설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박요철'이란 이름의 브랜드로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브연 브랜딩 워크샵'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https://bit.ly/3AbFAf6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딩에도 단계가 있을까? (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