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주조, 서울의 술을 재정의하다

Q. 원래부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나요?


학창시절부터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주로 스트릿 브랜드의 옷을 입고 스니커즈를 신었죠.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저런 브랜드를 하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래서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패션이나 주얼리 브랜드 회사를 선택했죠. 그렇게 입사를 해서 브랜드 매니저로 죽어라 일하고 딱 5년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재미있게 일했다고 자부합니다.


Q. 쥬얼리 브랜드에선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회사 내에 자체 공장이 있어서 체인 생산을 담당했어요. 신규 사업으로 브랜드 런칭도 해보구요. 한 번은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다닌 적이 있었어요. 회장님이 프로젝트를 맡기시고 성공할 때까지는 수염도 밀지 말고 머리도 깎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브랜드란 가치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이게 매출과 연동이 되어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Q. 그런데 왜 회사를 그만두셨나요?


쥬얼리나 패션 분야에서는 제가 충분한 임팩트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MD도 아닌 그냥 평범한 기획자였으니까요. 이 분야에서 브랜드를 만들려면 사람을 모으고 투자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게 그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나온 후 2013년에 성수동에 카페를 열었어요.


Q. 어떤 카페였나요?


제가 브루클린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미리 저만의 컨셉을 정해두고 서울에 있는 비슷한 동네들을 찾아다녔죠. 그렇게 4,5달을 돌아다니다보니 결국엔 처음에 갔던 성수동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구요.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작품은 물론 그 지역에 있던 철문까지 공수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썼어요. 다행히 카페는 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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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하필 브루클린이었나요?


브루클린, 그 중에서도 덤보라는 지역을 레퍼런스로 삼았어요. 과거만 해도 정말 낙후된 동네였는데 그 분위기가 저는 너무 좋은 거에요. 성수동을 선택한 것도 그곳과 비슷한 공업 지역이었기 때문이에요. 창동과 영등포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옛모습이 거의 사라졌거든요. 그렇게 5년 동안 '러스티드 아이언'이란 이름의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녹슨 철이라는 뜻이에요.


Q. 이번에도 5년을 채우신 거네요.


성수동도 붐비고 카페도 인기가 많아지면서 단골들도 생겼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더라구요. 언제까지 브루클린만 얘기할 수 없는 거고, 확장성을 생각하니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체성이 확고한, 남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Q. 그게 막걸리였던 거군요.


어느 날 문득 전통주를 마시다가 술을 한 번 제대로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좋은 술들이 많은데 왜 전통주는 이미지가 안좋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당시의 저는 소곡주도 좋아하고 장수막걸리도 좋아했지만 사실 많이 아쉬웠거든요. 어쨌든 양조 사업이 내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 가양주 연구소라고, 방배동에 있는 전통주 교육기관을 찾아갔어요.


Q. 직접 배워보니까 어떠셨나요?


너무 너무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3,4개월 후에 지금 있는 양조장을 바로 계약했어요. 2017년 말에 사업을 시작해서 2018년 말에 사업자를 냈고, 2019년도 6월에 첫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막걸리도 알고 보면 나름의 카테고리가 있어요. 마트나 수퍼에서 볼 수 있는 1천원 대의 제품이 있고, 5천원에서 1만원 대의 고급 제품이 따로 있죠.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비싼 제품을 쉽게 만나기 어려워요. 그래서 좋은 우리 술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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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울 지역의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서울이잖아요. 그런데 서울을 대표할만한 막걸리 브랜드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그 시장을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지방에 있는 전통주 브랜드들은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요. 그런데 그런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죠. 지원에 기대고 안주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서울에서 그렇게 사업하면 안되요. 죽어라 경쟁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우리 막걸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Q. 가장 큰 차별화 요소가 뭐였나요?


경복궁 쌀이라고 서울에서 생산되는 단일품종의 쌀이 마침 있었어요. 추청이라는 품종의 쌀인데 술을 빚어보니 정말 맛이 다르더라구요. 사실 큰 욕심은 없었어요. 함께 일하는 서너 명이 먹고 살 수 있으면 만족이라고 생각했죠. 3년이면 목표한 5000병 정도는 팔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1년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했어요. 법인 전환 후 두 달만에 매출이 6억을 넘어가더라구요.


Q. 브랜드의 컨셉이 명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의 비전은 과거의 문화를 현재의 세대들에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문화로 만들어가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술 말고도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가 있는 거죠.


Q. 판매는 어떤 식으로 하셨나요?


처음에는 소규모 주류 면허여서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었어요. 사실 지역 특산주 면허를 내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는데 일부러 내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온라인 판매를 해봤자 우리를 아는 사람들도 없을 테고,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오프라인 판매를 유지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서 나름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요.


Q. 온오프라인의 주요 판매 채널은 어디였나요?


온라인은 스마트 스토어가 메인이었고, 오프라인 쪽은 저희가 직접 유통을 했어요. 서울의 유명한 전통 주점과 식당을 직접 찾아가서 설득을 했죠. 다행히 관련 업종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서 비교적 쉽게 매장에 우리 술을 들일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밴더를 통해 도매로 유통을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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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은 어떤 걸 고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서울 지역의 쌀로 만든 막걸리라는 컨셉은 초기에만 유용했어요. 그 위에 또다른 차별화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가야 하는게 그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이에요. 저희 브랜드의 첫 번째 핵심가치는 고객들에게 항상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자는 거에요. 그런데 막걸리가 발효 식품이다보니 탱크마다, 심지어 계절마다 맛이 달라져요. 그래서 사케가 1년에 딱 한 번만 술을 빚는 거거든요. 그래서 설정해 놓은 편차 안에서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Q. 그밖에 또 어떤 점이 어려우신가요?


고객 관리도 어렵습니다. 저희 인력으로는 제품의 제조와 사무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 우리가 가진 장점들을 잘 알려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고 있어요. 지금 수제 맥주 시장은 거의 아사 직전이에요. 전통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Q.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생각했던 것보다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셔야 해요. 저희도 초기 자금만 3억이고 이후에 훨씬 더 많은 자본이 들어갔으니까요. 심지어 두껑을 닫아주는 기계 하나만 해도 3천 만원 정도를 줘야 해요. 그리고 충분한 자기 색깔, 즉 컨셉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업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 이상의 가치가 없다면 이런 힘든 작업을 계속해나가기 힘들게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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