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대물림 하는 회사가 있다. 1대 대표는 인턴으로 시작했다. 4대 대표는 대리로 회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회조차 세습하는 시대에 평사원이 대표가 되는 것도 신기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1대 대표가 다시 평사원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4대째 회사 대표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나만 놀라운 건가?
그런데 이런 대표 이사 자리는 3년 마다 재고용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3년 차 되던 해에 4대 대표는 이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과연 내가 이 대표직을 계속 유지할 자격이 되는가. 그동안 회사는 별로 달라진게 없는데...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란다. "당신이 바뀌었잖아!"
이 회사의 이름은 '도모'이다. 아늑하기 그지 없는 청담동 인근의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화의 액심은 '암묵지'로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노하우를 어떻게 여타의 구성원에게 '형식지'로 전달할 수 있는가였다. 한 사람의 들고 남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회사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창업의 단계를 넘어서면 이렇게 회사는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대표의 역할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회사는 조금만 인원이 늘어도 문제에 휩싸인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3명만 되어도 파벌이 생기고 10명쯤 되면 사내 정치가 이슈가 된다. 보통 20명쯤 되면 조직 관리에 큰 위기를 맞는다. 그 임계치를 넘어야 수백 명을 고용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조직 관리가 조직 문화가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대표도 지켜야 하는 규범과 문화다. 우리는 그걸 브랜드십(Brandship, 브랜드니스(Brandness)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스몰 브랜드에도 브랜드십이 필요할까? 우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십은 어쩌면 창업자의 일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함께 일하는 구성원과 이 노하우를 공유하는게 당장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연애와 결혼의 차이만큼 난이도가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공유해가며 성장하려면 그 암묵지가 형식지인 회사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도모의 이선종 대표는 어느 날 아내로부터 데이트 요청을 받았다. 다른 약속을 물리고 약속 장소에 나가니 아내가 대뜸 이런 질문을 하더란다. "오빠 요즘 힘들지?" 부인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란다. "당연히 힘들지. 지금처럼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려 들면 말이야..." 그래서 이 대표는 그 날로 8명의 리더 그룹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 그리고 조금은 덜 힘들게 대표의 일을 하기 위해서...
덤덤한 대화였지만 깊은 인사이트가 있었다. 오래도록 성장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도 함께 알 수 있었다. 나도 1인 기업이지만 일을 혼자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이 협업하는 회사이든, 클라이언트든, 뜻을 같이 하는 모임이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 '일' 너머의 '사람'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건 시작이 작은 스몰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그 일이 '스몰'하지만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