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병원 마케팅 전문가로부터 윤문 의뢰를 받았다. 윤문이란 이미 완성된 원고를 읽기 쉽게 다듬는 작업을 말한다. 사실 이 작업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은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는 평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얻는 유익이 또 하나 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의 디테일한 지식과 노하우를 '돈을 받으며' 습득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감히 이런 행복을 누리는 직업이 그닥 많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유익을 누린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병원 브랜딩 기술'이다.
이 책의 첫 원고를 받았을 때가 기억이 난다. 분명 병원 브랜딩에 관한 책인데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일단 익숙한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일단 알리고 보자는 여타의 마케팅과 달리 업의 본질이나, 컨셉, 아이덴티티 등 브랜드의 핵심을 다루는 내용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 분이 브랜딩 분야에 관한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정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끝마칠 때쯤 한 가지 사실을 깊이 깨달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병원에도 브랜딩이 정말 필요하구나..."
2008년 처음으로 브랜드란 단어를 접했다. 영문도 모르고 브랜드 전문지에 들어가 7년 간 공부와 취재를 병행하며 관련된 글을 썼다. 그럼에도 과연 이 브랜드란게 실제로 유용한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다소 현학적으로 흘러가는 전문지의 집필 방향에도 나는 불만이 많았다. 한 줄의 글이라도 실제로 써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나의 바램은 퇴사 후의 활동 들로 이어졌다. 크고 작은 브랜드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작업을 했다. 걔 중에는 병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작업은 네이밍이 전부였다. 마케팅 전반에 관한 경험을 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그 아쉬웠던 내용이 이 책 '병원 브랜딩 기술'의 초고에 가득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브랜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전 노하우가 가득한 책,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병원'의 브랜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병원을 경영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바로 병원의 '브랜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의 주인도 이 책을 읽으면 아주 실제적인 브랜딩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두 업의 본질은 결국 '고객'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이 가진 특장점을 일반 환자가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잘되는 병원들은 사람의 마음을 얻은 병원이다. 신뢰를 쌓은 병원이다.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장비를 갖추었는지는 그 다음의 일이다. 이것이 병원이 아닌 브랜딩에 방점을 둔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 가족은 항상 가는 치과가 정해져 있다. 그 이유는 이 분이 미시건 주립 대학을 나와서가 아니다. 사실 이 병원의 이름에 나오는 대학이 얼마나 치과로 유명한지는 알 길이 없다. 한 번 쓰러져 병원을 쉬기도 했던 이 분의 치과를 찾는 이유는 한 가지다. 결코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친절하지 않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번 생긴 이 신뢰는 우리 가족 전체를 이 치과로 인도하고 있다. 그건 비단 우리 가족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은 병원 브랜딩의 단계를 20가지로 정리해 책의 서두에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혼자서도 따라할 수 있는 상세한 브랜딩 워크 시트를 제공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이미 이런 브랜딩을 실천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병원 브랜딩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로 가득하다. 그러니 '병원'이란 단어에 대한 선입견으로 이 책을 내려 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만큼 실제적인 방법론으로 가득한 '브랜딩' 책도 흔하지 않을거라 감히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