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을 파는 사람 vs. 행복을 파는 사람

왕초보 사장님을 위한 브랜드 수업 #01.

유튜브 촬영을 인연으로 삼청동 호떡집 대표님을 만났다. 슈퍼카를 현금으로 지르던 분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현금이 쌓여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완전히 사업이 망한 그가 생계를 위해 택한 아이템이 바로 호떡이었다. 그도 역시 아이템을 고민하고 입지를 고민했다. 자기만의 호떡 레시피를 찾기 위한 노력과 고민도 분명 대단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면 이 분이 단순히 호떡만 판게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주변에 학교가 많다고 학생들에게 공짜로 팔고, 임산부라서 공짜로 팔고, 아들이 군대 갔다고 군인들에게 공짜로 팔고... 죽지 못해 시작한 호떡집이 방송을 타고 해외로 진출한 이유가 맛 때문만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는 호떡을 구실로 피리 부는 사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에서 브랜드 매니저를 하던 직장인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그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마침 귀농을 했던 어머니와 함께 양봉으로 얻은 꿀을 팔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문제가 많은 이들의 고민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꼭 그렇게 바쁘게만 살아야 할까요? 조금 더 천천히, 힘내기보다 힘 빼고 살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텀블벅이라는 펀딩 사이트에 '개꿀잼'이라는 제품의 스토리에 담아 세상에 선보였다. 40대 이하는 절대 꿀을 사지 않을거란 양봉업자들의 말이 무색하게 1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다음 펀딩은 2500만원, 이제 모든 꿀들이 스틱 포장에 담겨 휴식이란 이름으로 팔린다. 이혜미 대표가 만든 '꿀빠는시간'이라는 브랜드의 스토리다.


우리는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안고 산다. 그 문제는 결핍이기도 하고, 불안이기도 하고, 욕구이기도 하다. 나는 장사와 브랜딩을 구분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누군가는 단순히 꿀과 호떡을 판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손 안의 작은 행복과 휴식을 판다. 말 장난처럼 들리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만드는 결과는 엄청나다. 강남역에서 파는 은반지와 티파니에서 만든 실버링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브랜드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고장 잘 나기로 유명한 할리데이비슨은 기술의 혼다 보다도 더 비싸게 팔린다. 버려진 방수천으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이 수십 만원의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는가. 오토바이가 아닌 자유를, 가방이 아닌 개성을 팔기 때문이다. 방수천을 오려 만든 프라이탁은 똑같은 디자인이 단 하나도 없다. 이들은 제품을 팔지 않는다. 사람들의 내면에 깊이 숨은 욕망을 판다.


공부방을 하는 두 분의 대표님을 만났다. 한 분은 예의도 없고 도무지 속을 모르겠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분은 학부모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힘든 원장님은 학부모들이 편하다고 한다. 그분들의 고민과 필요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불편한 원장님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그분은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업의 아이템과 상권을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시장을 고민하자. 더 정확히는 사람들의 숨은 욕구를 고민해보자. 요즘 사람들이 뭘 힘들어하는지, 무슨 문제를 안고 사는지, 뭘 원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자. 이제부터 60년대생 850만 은퇴자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들의 고민은 뭘까, 필요로 하는게 뭘까, 고민은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들에겐 위기는 커녕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을 수 없다.


제품과 서비스에 목을 매지 말자.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와 결핍, 필요와 욕망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나라의 몇몇 시장은 브랜드가 없다. 독보적인 규모와 신뢰를 갖추지 않은 시장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바로 그런 곳이 스몰 브랜드, 로컬 브랜드에겐 더없이 큰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개성과 취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MZ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가치다. 나는 이유로 시장이 훨씬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성장 시대, 지방 소멸의 시대적 화두 앞에서 개성 넘치는 작은 브랜드, 독특한 스토리에 기반한 지역의 브랜드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나는 그런 브랜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그런 브랜드에 열광하는 잠재적인 소비자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찾아낸 이 시대의 니즈Needs이자 원츠Wants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쓰여질 글들이 바로 이런 시대적 화두에 대한 또 하나의 개성 넘치는 '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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