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사장님을 위한 브랜드 수업 - #04.
공유 오피스를 쓰고 있지만 외근이 잦은 탓에 카페에서 일할 때가 많다. 그래서 카페를 가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게 충전이 가능한 자리와 와이파이의 비밀 번호다. 하지만 매번 카운터나 벽에 붙어 있는 비밀번호를 타이핑하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의미없는 알파벳과 숫자의 나열을 외우기 위해 머리가 나쁜 나는 몇 번을 오가야 한다. 물론 개인 핫스팟으로 연결해도 되지만 이럴 경우 핸드폰 배터리가 녹아내린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로 했으면 비번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위트있게 제안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옛날 삐삐로 주고 받았던 수많은 메시지들처럼 말이다.
브랜딩은 한 마디로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다만 이 문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와 원츠를 동시에 의미한다는데서 다양한 해석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가장 쉬운 구분은 이러한 필요와 욕구를 기능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으로 나누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요구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와이파이 비번의 경우 편리함만 따지면 '0000'과 같은 기계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재미와 위트까지 담는다면 정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이다. 어느 수학학원은 와이파이 비번을 알고 싶으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그 문제의 답을 입력하면 학생은 비로소 자유롭게 와이파이를 쓸 수 있게 된다. 이 작은 차이가 얼마나 많은 기사와 컨텐츠로 바이럴 되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해볼 수 있다.
'네이크스'라는 신생 의류 브랜드가 있다. 의상학과를 나온 이 회사의 두 대표는 국내외 회사에서 일하면서 화려한 패션업의 뒷면에 환경 오염과 같은 어두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의기투합했다. 선인장과 같은 친환경 재료로 필요한 만큼의 옷만을 생산하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만일 그들이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없었다면 이 브랜드는 과연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 브랜드의 탄생은 창업자의 몫이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확장시킬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업의 본질이며 일하는 이유, 즉 Why이다.
사랑받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이와 같은 확실한 '이유'를 담은 강력한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시각 장애인인 친구가 자꾸만 시간을 묻는 모습을 본 어느 창업자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계 브랜드를 만들었다. 누르면 소리가 나는 기존의 시계는 앞이 보이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만의 소소하지만 민감한 '문제'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 브랜드 '브래들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시계 디자인이 너무나 유니크하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이 시계는 시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거리감없이 어울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또 하나의 멋진 브랜드를 세상에 선보이게 한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해보라. 이런 문제의식은 브랜드의 네이밍과 카피는 물론 제품을 소개하는 상세 페이지를 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나는 스몰 브랜드에는 스몰 브랜드만의 문제와 해결방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스브연'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성공한 스몰 브랜드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스몰 브랜드에 적합한 브랜딩의 지혜와 인사이트, 솔루션을 강의나 책, 워크 시트 등으로 꾸준히 발견하고 개발하고 전달하고 있다. 그 결과로 수많은 성공한 스몰 브랜드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니 창업을 생각하기 전에, 결심하기 전에 내 주변의 작은 문제와 필요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당신의 까탈스러움이 앞으로 만들 브랜드의 핵심적인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하다. 당신이 불편을 느끼고, 결핍을 느끼고, 불만을 느낀다면 또 다른 어느 누군가도 똑같은 생각으로 아마 이런 말을 하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템과 입지, 지원 사업과 예산을 고민하기 전에 다음의 질문을 보고 스스로 답해 보라. 그것이 바로 당신이 만들 브랜드, 브랜딩의 시작이자 단초가 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런거 생각해보지 않았어?”
“이런거 불편하지 않았어?”
"이런거 좋을 것 같지 않아?”
“이런거 공감되지 않아?”
“이런거 예쁘지, 멋있지 않아?”
p.s. 위의 5가지 질문은 '꿀빠는시간'을 창업한 이혜미 대표의 장표에서 인용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