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에 사는 한 주부가 있었다. 남편과 함께 일한 보람으로 남한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게 2년 여를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이렇게 살다 죽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내가 행복하고,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살던 곳에 뮤지엄이 생겼다. 사재 160억을 들여 지은 거대한 이 건물의 주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예술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듬뿍 묻어나는 분이었다. 이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덜컥 수천 만원의 전세를 얻었다. 그렇게 얻은 7.5평의 공간... 그러나 당장 그곳에서 무엇을 팔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참견을 시작했다. 그럴수록 초심은 사라지고 사업 모델은 갈짓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만난 어느 대표님의 이야기다. 사실 이 대표님은 처음부터 속엣얘기를 하지 않았다. 처음엔 지역 청년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중에는 그냥 굿즈라도 팔아 조금이라도 수익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진정성이 전혀 안보인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왜 이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질문과 대답이 계속되면서 이 대표님이 왜 처음부터 본심을 이야기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해보고 싶었던' 그 심정을 아무도 몰라주었기 때문이었다.
사업이란 뭘까? 제품과 서비스로 매출을, 수익을 올리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달리 무슨 고민이 더 필요할까, 그런 생각을 누구라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제 만났던 신수정 작가님은 말했다. 사람은 누구라도 삶의 동기가, 가치 추구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냥 돈 얘기만 하는 사람도 다르게 질문하고 집요하게 질문하면 분명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사실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앞서 말한 대표님과 나처럼 삶의 의미와 가치가 좀 더 중요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옛날 과자 3봉을 14만원에 팔아서 문제가 된 기사를 본다. 백종원의 조언을 무시했다가 손님이 끊긴 국밥 거리 얘기를 듣는다. 매출과 직결된 이야기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철학의 부재'가 문제다. 아니 그날 삶은 고기는 그날 쓴다는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그런데 이 기본과 철학을 무시하면 돈도 벌 수 없다. 욕을 먹는다. 그냥 돈만 벌고자 덤빈다면 누구라도 이런 욕을 먹을 수 있다. 우리라고 다를까? 우리라고 눈 딱 감고 어제 고기를 팔지 않을거라 자신할 수 있을까?
올해 초부터 스브연 모임을 하고 있다. 매주마다 새로운 행사를 하니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수익은 0원이다. 입회비 1800만원 중 1년 12분의 강사를 모시면 1200만원이 나간다. 매달마다 네트워크 파티를 하는데만 40만원, 일년에 500만원이 나간다. 다른 비용을 빼고 나면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 여러분은 이해가 가는가. 1년 내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하는데 연봉이 0원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잘 이해가 안될 것이다. 당연하다. 나도 가끔은 내가 바보같이 여겨지니까.
격주로 브랜드 수업을 한다. 이것도 무료다. 지금까지 10강을 했다. 하루는 지난 10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29만원짜리 워크샵을 기획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들의 의향을 물었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수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게 아니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주말은 내내 마음의 병을 앓았다. 물론 그 분은 저조한 신청에 타겟을 잘못 잡은게 아니냐는 조언을 해주신 거였다. 자신의 회사에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이 많이 아픈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24강의 무료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약속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약속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백명, 천명을 향한 약속이 되면 그 무게는 사뭇 달라진다. 그 약속을 지키려면 손해도 보고 바보 소리도 듣고 때로는 욕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스몰 브랜드를 돕겠다'는 나의 미션을 지키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오해는 마시라. 이런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2차 수입이 꽤 된다. 컨설팅을 요청받고, 단행본이나 브랜드북 제작을 의뢰받는다. 올해 6월을 지나지 않았는데 매출이 1억에 가깝다. (참고로 나는 제조업이 아니라서 매출의 대부분이 수익이다) 그러니 나는 아주 영악한 셈이다. 공짜라고 떠들면서 돈도 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브랜딩이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남다르게 일해야 한다. 신뢰와 진정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진짜가 되어야 한다.
앞선 주부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이 분을 끝까지 도울 셈이다. 왜냐하면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삶만큼 힘든 것도 없다. 남들 보기에 편하기 그지 없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같은 일상일 수 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노예는 노예대로, 귀족은 귀족대로 나름의 괴로움이 다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 내가 일하는 이유를 찾자. 어떤 일을 하든지 맨 앞에 나의 절실함을 두자. 그리고 그것을 매출와 수익으로 만들어내자. 그것이 차별화된, 그리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