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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처럼 심플하게 동화처럼 간결하게, 이솝(Aesop)

그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 #01.

1. 이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가 설립한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이다. 창립자 데니스는 단순하고 짧은 구조 속에서 풍부한 은유를 통해 삶의 교훈과 웃음을 선사하는 이솝 우화를 좋아했다. 이런 이솝 우화처럼 심플하고 간결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가의 이름을 본따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2. 데니스 파피티스는 ‘아마데일 헤어살롱’이라는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손님을 가려 받을 정도로 동네에서 까다로운 헤어 디자이너로 유명했던 그는 당시 사용하던 헤어 제품이 성에 차지 않았다. 화학약품 일색이었던 염색약이나 스타일링 제품은 냄새가 고약하고 피부에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늘 불만이 가득한 그에게 어느날 귀인이 등장한다. 다름 아닌 그의 미용실 직원이었던 수잔 산토스(현재 이솝의 글로벌 최고 고객 책임자)이다. 수잔은 “제품이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고, 데니스는 실제로 그 말을 들었다. 염색약에 천연 에센셜 오일을 섞어서 효과와 향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4. 데니스 파피티스는 순수주의자, 미니멀리스트,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그리스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중반 헤어 살롱을 열었다. 만들어 붙이고 경직된 스타일이 아닌 건강한 헤어스타일을 지향한 파피티스는 그만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순조롭게 사업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그가 이룬 이솝은 지성, 존중, 성실함, 열정, 우수함 추구, 새로운 발상, 창의력의 가치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5. 데니스는 호주 멜버른에서 '아마데일 헤어 살롱'이라는 작은 미용실을 열었다. 작은 동네 미용실은 손님 한 명이 소중하니까 손님에게 모든 걸 맞춰 주는게 보통 당연했다. 그런데 데니스는 오직 추천과 소개를 통해서만 미용실 손님을 받았고, 고객들이 오히려 그에게 협조를 해야 했다. 어떤 헤어 스타일을 원하는지 손님의 요구를 듣고, 그에 맞춰 손님에게 어떻게 작업할 지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서로가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가 된 후에야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6. 까다로웠던 데니스에게 당시 시중에 나와있는 헤어 제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암모니아 냄새가 많이 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화학 물질이 잔뜩 들어간 제품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 살롱 직원이었던 수잔 샌토스의 '그럼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때요?' 라고 말했다. 이 한 마디에 데니스는 눈이 번쩍 뜨였따. 이후 데니스는 화학 전문가와 함께 연구에 돌입해, 헤어 염색제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한 제품을 처음으로 개발해내면서 이솝이 시작되었다.



7. 이솝의 전 제품은 식물성 추출물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소한의 화학 성분을 사용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드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동물 실험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기본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수분 크림을 완벽하게 제품화하는데 10년이 걸렸다.


8. 이솝의 매장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인테리어가 가장 큰 특징이다. 수납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 설계된 선반 위엔 가지런히 놓인 갈색병이 가득하다. 이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인지, 다른 특별한 인테리어 오브제가 필요하지 않다. 또 매장 안에는 아로마 향이 가득하다. 입구를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 콧속부터 머릿속까지 환기된다.


9. 이솝의 전 세계 곳곳의 매장들은 브랜드 철학과 메시지가 녹아 있는 장소이자 소통을 위한 공간이다.이솝은 지역마다 그 문화를 반영해서 매장을 연출하고, 고객들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매장의 전문가들이 고객들을 응대하며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많은 관심을 주기 때문에 또 다른 고객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


10. 직원은 ‘컨설턴트’라고 부른다. 물건을 팔기 보다, 매장을 찾은 사람에게 알맞는 제품을 찾아준다는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컨설턴트는 방문객에게 1:1로 붙어서 접객을 한다. 이솝은 매우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고객과의 시간을 위해 과감히 대기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제품을 추천한다. 필요하다면 매장의 싱크대에서 손을 닦으며 제품을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이걸 이솝에서는 싱크데모(Sink Demo)라고 한다.


11. 1990년 이솝의 베스트셀러인 핸드크림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밤’과 2001년 화장수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페이셜 토너’ 등 히트작과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이솝은 여전히 호주의 작은 브랜드에 불과했다. 이솝에게 세계 무대를 날 수 있는 날개가 달린 것은 가치관이 통하는 파트너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파트너는 바로 브라질의 국민 뷰티 기업 ‘나투라앤코(Natura&co)’이다.



12. 나루라앤코는 환경보호와 기업의 윤리적 역할에 진심인 세계 4위 글로벌 뷰티 그룹사이다. 2012년 이솝은 나투라앤코에 인수합병됐다. 뷰티업계의 화려한 마케팅 관례에 따르지 않고, 제품에 집중하며 친환경·순환경제·윤리적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솝에게는 정말 잘 맞는 파트너였다. 덕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 정체성이 잘 유지됐다.


13. 이솝의 제품은 심플한 패키지에 담겨 있다. 갈색병에 붙어있는 베이지색 라벨에는 장식이라고는 검은 띠 한줄이 전부이고, 헬베티카 폰트로 간결하게 제품 설명이 적혀있다. 가장 최소한의 디자인을 한 것 같지만, 그 단촐함이 곧 이솝의 브랜딩이 되었다.


14. 이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 제품을 담아오고 있다. 심지어 재활용된 원료로 제작된 갈색병은 자외선으로부터 안의 내용물을 보호하기 때문에 방부제가 최소한으로 사용된다. 포장 박스도 100% 재활용 가능한 파이버 보드로 만들고, 모든 인쇄물은 식물성 콩기름 잉크만을 사용한다. 불필요한 포장을 지양하며 페이퍼 백(이솝이 추천하는 지역의 명소가 적혀 있는)이나 패브릭 주머니를 사용하고 있다.


15. 이솝이 갈색병을 쓰는 이유는 빛과 자외선 투과를 막아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방부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병과 종이 박스 또한 재활용한 재료로 만들고, 일회용 쇼핑백 대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패브릭 주머니에 담아 준다. 인쇄물도 모두 식물성 콩기름 잉크만을 사용한다. 심지어 매장 인테리어도 폐점하는 다른 매장의 가구를 재활용한다.


16. 지나치게 화려한 ‘포장’을 지양하는 패키징은 고객과의 실용적인 약속을 담아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 유리병 등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며, 포장 박스나 모든 인쇄시 친환경 식물성으로 만들어진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다. 상당수의 제품이 제약등급, 불황성 갈색 앰버 유리에 담겨 있는데 그 이유는 이솝 제품에 실제로 다량의 활성 식물 추출물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17. 샤워제품 포장은 플라스틱을 쓰는 경우가 많고, 여행용 제품은 알루미늄을 활용한다. 또한, 이솝은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네모 반듯한 하드보드지에 담겨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솝이 추천하는 지역의 문화 명소가 새겨져있는 페이퍼 백과 이솝의 로고가 담겨있는 패브릭 소재의 에코백에 담겨 전달한다.


18. 이솝의 브랜딩에서 가장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제품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보통 매장 디스플레이는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적은 수의 제품을 전시하고 많은 여백 공간을 확보해요. 이솝은 정반대이다. 선반에 많은 수의 제품을 홀수 단위로 정갈하게 배열해 둔다다. 이솝 매장 직원(컨설턴트)들의 중요한 일의 하나가 제품의 열과 오를 맞추는 것이다.


19. 이솝이라는 브랜드가 지난 30년동안 전세계에서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일관된 원칙을 세워 브랜드 철학 안에 녹여왔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부터 차별화된 전략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보태니컬 성분을 기반으로 엄선된 원료에 최첨단 기술, 마케팅에 간섭 받지 않는 제품 개발, 오랜 과학적 경험과 원칙을 함께 적용하여 최고 품질의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피부의 정형화된 타입보다 고객의 실제 피부나 헤어 상태에 집중하며,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바라본 제품을 만들었다.


20. 이솝의 한국 매장은 2014년 가로수길 지점을 시작으로 13개의 시그니처 매장이 있다. 한국 전통 가마에서 영감 받은 사운즈 한남점은 전 세계 매장 중 엄선된 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페이셜 트리트먼트 전용 룸이 마련되어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안락한 공간에서 이솝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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