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양털로 신발을 만든다면? 올버즈(Allbirds)

1. 올버즈는 뉴질랜드의 축구선수였던 팀브라운과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조이 즈윌링거가 함께 세웠다. 축구선수로서 다양한 신발을 신어보며 친환경적이고 편한 신발은 없을까 고민하던 팀브라운은 자신의 고향에서 뛰노는 양떼를 보며 생각했다고 한다. ‘유기농 양털로 신발을 만드는 건 어떨까?’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 12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팀브라운은 이후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아내의 소개로 즈윌링거를 만나게 되고 둘은 올버즈를 창립한다.


2. 올버즈를 맨 처음 구상한 공동 창업자는 팀 브라운으로 호주에서 10년 넘게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선수시절 다양한 운동화를 협찬받았지만 화려한 색상, 커다란 로고 등에 불편함을 느끼고 대부분의 제품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합성 피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팀 브라운은 지속가능한 신발을 만들고 싶어 은퇴 뒤 경영학을 공부하며 올버즈의 초기 모델을 구성한다.


3. “2010년 월드컵 때 처음 ‘신발’에 사업적 호기심이 생겼다. 3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첫 번째가 디자인이다. 매년 200억 켤레의 신발이 쏟아져 나오는데 지나칠 정도로 로고에 컬러 조합을 만들어내고 또 매번 아무 이유 없이 바꿨다. 소재 또한 그랬다. 왜 신발을 합성물질로 만들까? 자연소재로 만들면 안 되나? 친구 조이의 뜻도 같았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디자인의 신발, 지구라는 글로벌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신발을 만들어보자는 거다.”


4. 메리노 양털은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의 1/5밖에 되지 않아 초미세털로 습기를 방지하고, 온도를 유지해주며, 냄새를 최소화해주고, 편안하고 유연성이 높다. 또한, 자연에서 나오기에 화학제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물질이였다. 그 후 크라우드 펀딩에서 신발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올려 나흘 만에 12만 달러(약 1억 3000만원)를 모금했다. 그 과정에서 친분이 있던 두 창업자의 부인의 인연으로 조이 윌링거를 만나 신발 산업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방안을 구상했다. 


5. 올버즈는 양털, 유칼립투스 나무, 사탕수수, 재활용 플라스틱병, 캐스터 빈을 사용해 신발과 신발끈을 만든다. 게다가 신발 포장재는 재활용 골판지로 만들어진다. 올버즈의 신발은 기존의 신발 제조 방법에 비해 60%의 에너지, 90%의 물을 절약하고 탄소도 50%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자체 개발한 스위트폼(사탕수수로 만든 소재)은 오픈 소스로 공개해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윤보다는 환경을 택하는 대인배적인 면모도 보였다.


6. 두 창업자는 거듭된 연구 끝에 신발에 사용할 수 있는 양털 소재의 섬유를 만들었으나, 이탈리아에서 양모로 신발 만들기에 실패한다. 18개월이라는 시간만 소비하고 만것이다. 이 때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한국 부산에 소재한 '노바 인터내쇼널'을 소개받는다. 브라운은 2015년 한국에 방문해 노바의 정교한 기술과 빠른 제작 속도를 확인한 뒤 양털 원단을 주며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노바는 첫 샘플을 고작 4개월만에 완성시킨다. 18개월을 끌었던 이탈리아 업체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완성도와 속도로 올버즈 측은 노바와 곧바로 덕점 제조 계약을 체결한다.



7. 두 창업자가 울 러너 제품화를 위해 처음 의뢰한 곳은 원래 이탈리아의 공장들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1년 반이 넘도록 시간만 끌었고 노바인터내쇼널은 단 몇 개월 만에 그들이 만족할만한 샘플을 만들어냈다. 1994년 등산화 제조로 사업을 시작해 꾸준히 신소재 신발 연구에 투자,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노바는 울 러너 첫 제품부터 지금까지 유일한 공급사다. 


8. 회사명과 같은 이름의 브랜드 ‘올버즈’에게 글로벌 인지도를 안겨준 것은 울 러너(Wool Runner)로 불리는 신발이다. 보통 가죽 몸체에 고무밑창으로 만든 신발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울 러너는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로 몸체를,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든 스위트폼(SweetFoamTM)을 밑창으로 쓴다. 신발 끈의 재료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것이다. 전통적인 신발 제조 방법과 비교하면 60%의 에너지, 90%의 물을 절약하고 탄소도 절반만 배출한다.


9. 신발 밑창을 화학 소재로 만드는 다른 신발브랜드와 달리, 올버즈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에 당분을 없애고 에탄올과 혼합해 색다른 소재를 만들어낸다. 딱딱하지도, 너무 말랑거리지도 않는 이 소재는 사용자들의 발을 피로하지 않게 부드럽게 감쌌다. 운동화 끈도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녹여 섬유로 만들었다. 일반 섬유로 된 끈은 2배의 돈이 들었지만 친환경을 생각하는 신념이 더 중요했던 올버즈는 그대로 진행한다. 가격은 95달러(약 11만원)로 단순하게 통일했고 어떤 할인도 없었다. 


10. 신발은 불티나게 팔려가 약 2년만에 100만 켤레 넘게 팔렸다. 특히,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트위터의 전 CEO 딕 코스톨로가 신으며 명성을 더해갔다. 배우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는 직접 투자에 나섰다. 탄력 받은 올버즈는 2018년 3월, 양모 제품이 여름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나무로 만든 트리(Tree)신발 시리즈를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트리 신발은 유칼립투스 나무 펄프를 섬유로 만들어 울 러너에 비해 더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11. “올버즈의 사명은 ‘더 나은 방법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Make better things in a better way)입니다. 올버즈는 합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ZQ 인증 메리노 울과 FSC 인증 유칼립투스 섬유, 사탕 수수와 같은 재생 가능한 천연 소재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입니다. 올버즈의 신발과 의류 제품이 지구와 소비자 모두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 한나 카지무라, 지속가능성 파트 매니저)


12. 사람들은 점점 스포츠화를 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으로 표현하거나 점차 편안한 복장을 추구하는 직장에서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서 착용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포츠에 맞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조깅화나 농구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신 포츠보다는 패션용 상품이나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편하고 무난한 스니커즈 판매가 증가했다. 올버즈의 성공에는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가 있었다. 일상에서, 특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이라는 올버즈의 컨셉은 실리콘벨리의 엔지니어들과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밀레니얼들을 취향을 저격하게 된 것이다.



13. 편안하고 심플해서 어디서나 잘어울리는 올버즈는 실리콘벨리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제품이었다. 실리콘벨리 사람들은 올버즈를 접해보고나서 진심으로 제품에 감탄한 나머지 주요 행사에 올버즈 신발을 신고 등장헤 주목을 끌어 주었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올버즈(Allbirds) 신발 자랑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면서 올버즈는 널리 퍼지게 되었다.


14. 구글 공동 창업자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 트위터 CEO를 역임하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딕 코스톨로(Dick Costolo), 벤터캐피탈 안드레센호로비츠의 벤 호로비츠(Ben Horowitz), IT 분야 트레드 보고서로 유명한 ‘메리 마커 보고서’를 만드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메리 미커(Mary Meeker), 전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 등등은 올버즈의 팬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다. 또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동생 아리엘 저커버거(Arielle Zuckerberg), WayUp CEO Liz Wessel 등은 올버즈 스니커즈를 SNS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15. 올버즈는 진정성 있는 친환경 방식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회사의 성장 전략과 신발 제조에 모두 활용하고 있다. 올버즈는 초창기부터 막 뜨기 시작한 ‘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사업과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다. 우선 지구 환경에 해로운 플라스틱 대신, 천연소재로 신발을 만들었다. 기후변화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직접 올버즈 신발을 신어본 후, 이 회사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면면은 더욱 놀랍다. T.로 프라이스, 피델리티, 타이거 글로벌 등이 대표적이다.


16. 비상장 기업 올버즈는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슬리퍼와 운동화 기능을 겸한 ‘하이브리드’ 신발을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결과적으로 ‘애슬레저’ 패션의 유행을 이끄는데 일조했다. 특히 캐주얼 차림을 선호하는 실리콘밸리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나쯤은 반드시 가져야 하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매장 21개를 소유하고 있는 올버즈는 2019년 추정 매출액 2억 달러를 달성했다. 회사는 목적 주도형(Purpose-Driven)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17. 울 운동화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업계 평균은 12.5킬로그램인 반면, 올버즈는 그보다 적은 7.1킬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올버즈는 비슷한 시기에 대셔(Dasher)라는 러닝화를 출시하며 ‘기능성’ 러닝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메리노 양털과 건강에 좋은 다른 소재들(유칼립투스, 사탕수수, 그리고 카스토르 콩기름)로 만들었다. 나이키를 포함해 다른 운동복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특히 천연소재로 만든 신발만 갖고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올버즈는 자신의 최대 장점(지구를 더욱 깨끗하게 만들기)을 고수하는 것만이 진흙탕 싸움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18. "기후변화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자. 반드시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하고, 이는 우리 모두의 도전과제다. 여기에는 국경도 없다.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사업을 접목하는 일이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탄소 문제가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하고, 마치 음식의 칼로리 표기처럼 탄소 배출량을 kg 단위로 공개한다. 탄소를 배출할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배출한 탄소를 오프셋하기 위한 노력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도 해야만 되는 일이다.”  




* 내용 출처


https://bit.ly/3NTGJhS (패션포스트, 2020.08)

https://bit.ly/3DfcJYP (푸른점)

https://bit.ly/3K1ciVU (월드투데이, 2021.07) 

https://bit.ly/44IeTMN (중소기업뉴스, 2020.11)

https://bit.ly/3rCwCWX (꿈꾸는섬, 2020.05)

https://bit.ly/3OgzhhU (테넌트 뉴스, 2021.0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펜의 자존심, 라미(LAM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