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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핸드메이드 화장품의 가능성, 러쉬

1. 러쉬의 공동 창업자인 모발학자인 마크 콘스탄틴과 뷰티 테라피스트인 리즈 위어는 헤어&뷰티 살롱에서 일하며 만나게 됐다. 같은 시기에 근무를 시작했던 그들은 금새 친구가 됐다. 그 후 마크는 살롱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길 원했다. 이에 둘은 1977년, '콘스탄틴 앤 위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과일과 채소, 꽃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은 혁신적이었으나 소비자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던 탓에 수요가 좋지 않았다. 


2. 당시 모발학자였던 마크와 뷰티 테라피스트로 활동하던 리즈는 Hair & Beauty Salon 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그러다 1977년,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이던 마크는 리즈를 설득하여 풀(Poole) 의 중심가에 'Herbal hair and Beauty Clinic' 이란 상점을 열게 된다. 그들은 곧 과일과 채소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염색약과 로션같은 화장품 종류를 만들어 팔게 되면서 자신들이 꿈꾸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처음은 역시 쉽지 않았다. 


3. 그러다 1980년대 초가 되어 마크 콘스탄틴은 아나타 로딕의 더 바디 샵(THE BODY SHOP)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당시 바디샵 매장에서 가장 판매율이 높았던 제품인 페퍼민트 풋로션, 코코아 바디버터, 비즈 왁스 클렌져등이 바로 마크와 리즈가 만든 제품들었다. 또한 마크와 리즈는 캠브릿지의 체육관이나 두피 관리 센터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두고 더바디샵과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1984년에 약 1,100만 파운드(한화 189억원) 에 그들의 회사 전체를 더바디샵에 매각하게 된다.


4. 회사를 매각하고 난 뒤, 마크와 리즈는 기존의 모 콘스탄틴, 로웨나 버드, 헬렌 앰브로센, 폴 그리브스, 칼 바이그레이브와 같은 핵심 멤버와 함께 통신판매 형식의 화장품 회사인 'Cosmetic To Go' 를 새로이 창업했다. 제품 카탈로그를 발행, 우편으로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는 한 편, 한 달간 판매할 제품 물량을 준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 시즌 상품이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에 완판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려드는 주문에 대처할 만한 시스템과 물량을 갖추지 못했다. 결과는 역시 대 실패, 결국 '코스메틱 투 고'의 창업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5. 이전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콘스탄틴 앤 위어의 핵심 멤버들은 1994년 다시 한 번 창업을 시도했으며, 고객의 응모에 따라 신선함을 뜻하는 'LUSH'를 브랜드 이름으로 앞세우게 됐다. 탄탄대로를 겪었을 것만 같던 그들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창업 10년 만에 전 세계 50여 개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 러쉬의 핵심가치는 '환경','사랑','동물'이다. 싱싱함을 나타내는 Lush는 신선한 핸드메이드(Fresh Handmade Cosmetics)을 슬로건으로 자몽즙, 코코넛, 파파야, 로즈마리 오일 아보카도 버터, 바닐라 열매 등 오롯이 채식주의 조리법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든다. 러쉬는 겉만 화려하게 보이는 '포장'을 하지 않고, 제품의 '본질'에 집중했다. 창립자 마크 콘스탄틴은 "일부러 향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포장재로 꽁꽁 싸매 놓으면 고객이  이 냄새를 맡아보기 어렵잖아요. 우리는 모든 포장지 회사가 도산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고 언급할 만큼 포장의 불필요함을 강조했다.


7. 러쉬는 유럽 내 '화장품 동물실험 영구금지' 법안이 발효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이끌어 온 바 있다. 더불어 온라인 서명 운동과 동물실험반대 엑스포 등을 통해 현재까지도 동물실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외에도 러쉬는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자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지우는 것 외에도  ▲화장품 동물실험 근절 ▲헌혈증서 기증 ▲탈북 청소년들의 숨은 재능 발굴 프로젝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8. 러쉬는 '신선한 핸드메이드' 를 핵심가치로 원료 수확에서부터 제조 및 유통, 포장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하고 이를 적용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맨 처음 마크와 리즈가 구상해왔던 과일이나, 채소, 식물등과 같은 원료에서 추출한 친환경적인 성분으로 화장품과 비누등을 만들었던 방법으로 오늘날까지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9. 실제로 그들의 공장은 Factory 나 Plant 대신 Kitchen 이라고 부를만큼 '화장품을 식자재 대하듯' 하는 것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제품 뒷면에 부착되는 스티커엔 제품 제조자의 캐리커처와 이름 같은 제조 정보를 기재하고 있다. 이는 공산품으로서의 '천편일률적 방법에 의해 생산된 제품' 으로 인식되기 보단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정성들여 만든 제품으로 인식'되어 소비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의 기반을 만들어주게 된다.


10.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할 때 그들은 '전혀 포장이 안된 상태의 제품' 을 판매하거나, 일부 액상형 제품은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용기(POT)에 담겨 판매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의 경우, 아름답게 치장되어 여성 고객들을 유혹하는 것과는 달리, 날 것(Raw)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억지로 예뻐보이려 애쓰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을 그들이 지닌 철학에 입혀 브랜드로 나타내고 있다.



11. 러쉬는 ‘신선한 핸드메이드(Fresh Handmade)’를 핵심 가치로 원료 수확에서부터 제조 및 유통, 포장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신선함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모든 공장을 ‘키친’이라고 부르며, 화장품 제조를 요리에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은 먹는 음식만큼이나 깨끗하고 신선해야 한다는 러쉬의 믿음에서 비롯됐으며,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 견과류, 피넛 버터, 달걀 등 인체에 해가 없는 식재료를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12. 일반적인 화장품 브랜드가 대량 생산 후 오랜 기간에 걸쳐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러쉬의 제품들은 70% 이상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 한 번에 200~300㎏ 정도만 생산해 짧은 기간에 한정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의 신선함을 높이기 위해 대륙별로 키친을 둬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도 유통기한이 특히 짧은 프레시 마스크와 롤 클렌저 등만을 따로 제조하는 소규모 키친이 운영되고 있다.


13. 러쉬의 대표적인 상품 라인 중 하나인 핸드메이드 비누는 별도의 포장 없이 제품 그대로 진열돼 있다. 마치 상점의 과일들을 연상케 하는 제품의 표기 방식과 진열 방식은 실제로 과일 가게에서 모티브를 얻어왔다고 한다. 타 브랜드 제품들이 2~3단계로 과대 포장하는 화장품 업계의 풍토에 반대해 러쉬는 제품 포장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시도를 했다. 비누나 입욕제와 같은 고체 상품들은 포장재 없이 덩어리째 진열해 고객의 주문 시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잘라 낱장으로 된 종이에 싸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제품의 용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액상 제품은 고체화시켰다. 기존의 액상 샴푸 750g을 압축해 55g의 고농축 고체 샴푸로 만듦으로써 제품의 사용기간은 같지만 무게가 훨씬 가벼워 운송비용을 1/15로 낮출 수 있었다.


14. 러쉬는 재생지로 만든 배송박스를 사용한다. 비닐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분해 가능한 셀룰로오스 포장재에 제품을 담고, 100% 분해되는 크래프트지와 전분베이스접착제로 이루어진 종이 테이프로 상자를 밀봉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량생산도 마다하고 있다. 신선한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한 번에 200kg~300kg 가량만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물론, '크리에이티브 바잉' 팀을 꾸리고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부터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자 한다.


15. 러쉬는 '자유로움' 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히피스러움이 기존의 화장품 제품들과는 다르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반적인 액체 샴푸와는 다른 소금알갱이로 샴푸를 만들고, 비누모양의 고체 샴푸바를 만들었다. 또한 바르고 나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다고 한 페이스마스크 '돈트 룩 앳 미(Don't look at me)' 더러운 몸에 뿌려줘야 할 강력한 향을 지닌 보디 스프레이 '더티 보디 스프레이(Dirty body spray)'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의 일반적인 화장품숍들과 다른 러쉬만의 '유머러스함'과 '자유로움'으로 고객들의 구매욕을 이끄는데에 성공했다.



16. 러쉬의 크리에이티브 바잉 팀은 양질의 원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찾아가는 것 번거로움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식료품 원료를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익숙하지만, 코스메틱 원료를 구매하는 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흔치 않다. 더불어 원료 하나를 직접 테스팅하는 러쉬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모든 제품을 수공업으로 양산하며 철저하고 까다로운 제조 과정을 갖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진 러쉬의 핸드메이드 고집은 제품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제품에 스티커를 붙여 제조일자나 유통기한, 심지어는 제조자의 캐리커처 및 이름까지 기재하기에 나선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전해진다.


17. 러쉬의 서체는 두가지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손글씨와 모범생 같은 서체 '헬비티카'다. 흘림체로 캐주얼한 요소를 강조하는 손글씨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보드에 흘려 쓴 글자로 영국의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들이 즐비한 모습을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다. 손글씨와 정반대인 모범생 같은 서체 '헬비티카'는 스위스에서 탄생해 기본과 균형, 정직함을 상징한다. 네이밍은 간결하게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단어 아래는 재미난 내용의 제품 설명이 되어있다.


18. 러쉬는 'GO NAKED NOW', 즉 과대 포장으로 만들어지는 어리석은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캠페인은 고체 샴푸바 한 개를 사용하면 일반 샴푸를 사용 후 남게 되는 용기 포장의 쓰레기를 3개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포장이 없는 제품을 쓰도록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재생지로 만든 배송박스를 사용해 비닐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분해 가능한 셀룰로오스 포장재에 제품을 담고, 100% 분해되는 크래프트지와 전분베이스접착제로 이루어진 종이 테이프를 사용해 상자를 밀봉한다. 


19. 2013년 러쉬코리아는 자사의 제품 공병을 회수하는 '블랙 팟의 환생'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구의 달인 4월 한 달간 러쉬의 제품용기인 블랙 팟 5개를 가까운 러쉬코리아 매장에 반납하면 베스트셀러 프레쉬 마스크 정품 1개(75g)를 증정하는 캠페인이다. 블랙 팟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용기로, 수거된 블랙 팟은 세척, 분쇄하여 새로운 블랙 팟으로 재탄생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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