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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브랜딩' 하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여기 한 분의 여행 작가가 있다. 나이는 50대 중반, 지금까지 모두 4권의 책을 쓰셨다고 한다. 유방암 치료를 받은지 10년, 그래서 일주일 세 번의 강의도 체력적인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브랜딩할 수 있는지 가이드를 달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쓴 책은 돈이 안되고, 지인들을 상대로 한 글쓰기 수업도 큰 도움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난감한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요즘 누가 책을 보면서 여행을 준비한단 말인가.


나만 해도 유튜브를 통해서 온갖 종류의 다양한 대리 경험을 한다. 태국에서 결혼에 살아가는 한국 남자의 이야기, 전 세계를 떠돌며 여사친을 만나는 사람 이야기, 전 세계의 호텔을 돌아다니며 후기를 남기는 사람 이야기, 폴란드에서 승마를 가르치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사람 이야기... 그러니 여행을 소재로 한 책을 쓰는 50대 여성 작가가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분의 이야기는 진정성이 넘쳤다. 간절하기도 했다. 이윽고 2시간의 긴 대화가 끝나갈 무렵 나는 이 작가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은 여행을 할 때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하셨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느꼈다. 일주일에 세 번의 강의도 몸에 부담이 된다고 손사래를 치시는 분인데, 유독 여행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지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색다른 경험... 이들 중에서 이 작가님을 가슴 뛰게 하는 여행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또 한 번의 긴 대화를 통해 이 작가님이 여행을 통해 '자유'라는 욕구를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분은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전혀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들, 지연과 학연은 물론 눈치와 배려도 피곤한 국내에서의 인간관계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그렇다면 그 욕구를 꼭 여행을 통해서만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군요. 책을 쓰더라도 여행이 아닌 자유에 대한 책을 쓰실 수도 있겠군요, 라고 말씀드렸다. 줌 화면 속의 작가님 얼굴이 또 한 번 달라졌다.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나의 가슴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비슷하다. 내가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나는 책도 오래된 책 보다는 새로 나온 책을 좋아한다. 숱한 IT 기기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새로움을 날마다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스마트폰과 노트북과 키보드, 마우스, 이이폰 같은 액세서리를 당근을 통해 사고 팔았다. 정작 사고 나면 식상해지고 팔고 나면 아쉬워져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최소 사양의 노트북 한 대면 충분하다. 어차피 쓰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봐야 워드와 파워 포인트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은 물론 갤럭시와 구글, 다양한 중국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스마트폰과 액세서리들을 열광하면서 챙겨 본다. 그것이 주는 '새로움'이 가치가 나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협업 툴 하나를 고르기 위해서 슬랙, 플로우, 아지트, 디스코드 같은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낱낱이 섭렵한다. 그것이 주는 '새로움'의 경험이 나의 내밀한 욕구를 건드리고 채워주기 때문이다.


날마다 브랜드에 관련된 글을 쓰는 에너지를 얻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브랜드의 세상에는 언제나 '새로움'이 가득하다. 오래된 브랜드조차 미처 몰랐던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기네스'에는 아주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숨어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기네스는 한국에 귀화환 일본이 만든 맥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잉글랜드 사람이 철천지 원수 지간인 아일랜드로 이주해서 만든 맥주가 바로 기네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맥주는 지금 아일랜드의 자부심과 같은 브랜드가 되었다. 이 맥주 회사가 아일랜드 사람들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이 브랜드의 복지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다.


나는 이렇게 오래된 브랜드의 스토리를 정리하는 일을 너무도 좋아한다. 새롭기 때문이다. 요즘 핫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는 일은 더욱 즐겁다. 이들의 탄생 과정도 재미있거니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가 궁금하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브랜드에 흥분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브랜드 자체가 아닌지 모른다. 그 뒤에 숨은 새로움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앞소 소개한 작가님께 꼭 하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내 안에 숨은 욕망을 함께 찾아보자는 거였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흥분되고 재미를 느끼는가.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훨씬 더 쉽게 배우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이 돈이 되는지,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인지는 그 다음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은 수 년째 기타를 배우고 있다. 나는 아들이 기타를 좋아하는 이유가 꼭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흥분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타를 연주하고 듣는 과정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아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 보다 자신의 세계에 빠져드는 게임과 체스를 즐긴다. 그 편이 편하고 더 큰 만족을 주기 때문이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두 평 남짓한 연습실에 갇혀? 하루 10시간 기타만 만지는 시간을 어떻게 견대내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잘하는 것들의 뒤에 숨은 어떤 '욕망'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나다운 삶, 나다운 일을 발견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단서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오토바이는 '자유'를 판다. 애플은 '혁신'을, 블루 보틀은 '여유'를, 드비어스는 '영원한 사랑'을, 레드불은 '열정과 도전'을, 러쉬는 '환경과 동물에 대한 사랑'을 판다. 그렇다면 당신을 흥분시키는 그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을 주는 직업이라면 분명 당신은 행복과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닌, 여행을 소재로 한 '자유'에 관한 책을 쓰게 될 오늘 만난 이 작가님처럼 말이다.




p.s. 혹시 이 글을 읽고 스스로를 '브랜딩'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의 메일 주소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심성의껏 컨설팅해드리겠습니다. :)


* E-mail : hiclean@gamil.com

* 오픈 프로필(카톡) : https://open.kakao.com/o/s13Zpl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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