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리더십>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박진영을 만났다. 그는 여전했다. 아직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배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제 그는 일본에서는 남자 아이돌을, 미국에서는 여자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상만 달라졌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똑같다.
"가장 당신다운 모습을 보여주세요."
"실력이 아니라 가능성을 봅니다."
"대화하듯이 춤추고 노래하세요."
사실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 특유의 긴장감이 싫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연기하는 심사위원들의 태도는 더욱 싫다. 나도 심사를 해봐서 안다. 사실 잘 모른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의, 그 대상의 모든 것을 알고 판단하겠는가. 신이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전지전능한 선택을 하겠는가.
그러나 박진영은 좀 다르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온 친구들의 숨은 가능성을 찾아내는데 집중한다. 어차피 예술이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춤으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조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독자와 관객과 소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이렇게 아이돌의 세계에서도 '본질'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가 좋다. 그리고 그 태도가 달라지지 않아서 좋다. 더구나 심사 대상자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언제나 애정이 묻어난다. 나는 그 결과가 아이돌의 세계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회사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꾸준하다. 한결같은 박진영 처럼 말이다.
내가 만일 브랜드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으로 나간다면 어떤 말을 할까. 박진영과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가장 당신다운 제품과 서비스를 보여주세요. 이것이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가요. 당신에겐 당신의 모든 것을 믿고 따르는 팬덤이 있나요.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은 얼마나 진실되게 대하고 있나요. 써놓고 보니 낯뜨겁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가 만난 성공한 브랜드들은 사실 언제나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분당 정자동에 있는 '앱스트랙'이라는 카페다. 컬러 컨셉은 오렌지색이다. 2층으로 된 카페 안에는 주인장이 좋아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고, 좋아하는 잡지가 꽂혀 있으며, 심지어 그가 좋아하는 디퓨저와 신발, 기타, 옷 같은 온갖 굿즈들로 가득 차 있다. 카운터에는 앱스트랙 로고가 찍힌 테이프를 판매하고 있다. 무슨 물건이든 그 노란색 테이프를 붙이면 '앱스트랙스러워진다'. 그는 커피가 아닌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팔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툭하면 없어지는 가게 속에서 꿋꿋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자기다워지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내것과 남의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가 있어야 고집을 부릴 수 있다. 무 조건 내것만 고집한다고 해서 나다워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숱하게 부딪혀본 사람만이 무엇이 가장 나다운지를 아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박진영이 좋다. 원석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그의 심미안이 좋다. 그래서 나도 매일 심사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나선다. 그 일이 즐겁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지금이 좋다. 그렇다고 내가 그와 같은 유명세를 따라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