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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서점, 프라브족, 컵밥, 퍼블리, 수트서플라이

매일매일 다섯 브랜드 #11

'서점' 기사가 자주 보인다.

이런 불황에 웬 책인가 싶지만 사람들이 그만큼 '답'을 찾아나선다는 얘기도 되겠다.

단순히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많이 파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취향을 읽으려는 노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있는 브랜드가 바로 '츠타야서점'.

우리나라 역시 교보문고를 위시한 다양한 골목서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편집력'을 파는 그들의 지혜를, 센스를, 변화를.


'퍼블리'는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보다 미리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기획했다.

발 빠르고 영리하고 유용한 기획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취재 대상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사서라도 읽고 싶을만한 '웰메이드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노량진의 '컵밥'을 미국으로 옮겨가 성공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처럼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한다.

돈이 없기에 그 돈으로 더욱 큰 만족감을 원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보면 서점에 관한 관심을 이렇게 설명해볼 수도 있겠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유익을 누릴 수 있다는 그런 점에서.

6분의 1의 가격으로 '아르마니'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수트서플라이도 그런 면에서 인상적이다.

나는 그들의 독특한 홍보와 마케팅은 '거드는 왼손' 정도로 여겨진다.

본질은 어쩌면 적은 비용으로 럭셔리를 경험하고픈 욕구에 제대로 답했기 때문은 아닐까?

품질에서 아르마니와 쌍벽을 이뤘다는 기사가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바야흐로 '가치있는 소비'의 시대다.

그래서 더욱 더 '브랜딩'이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브랜딩이란 결국 '가치를 발견하고, 더하고, 표현하는 과정'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1. 서점

“세계의 명문 서점들은 베스트셀러를 강요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선책(選冊)’할 뿐이다”


- 김언호, 한길사 대표


서점조차 대형서점의 시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연남동 골목 깊숙한 곳 '피노키오'에서의 한 때를 잊지 못한다.

만화방을 재해석한 '즐거운 작당'에서 천국을 보았다.

문제는 서점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목말라 있다.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취향이 존재하는

장소, 브랜드, 제품, 서비스...


2. 프라브족

"'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의 약어로, 말 그대로 보자면 ‘부가 가치를 새롭게 깨달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프라브족은 명품이나 브랜드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님을 자각하여, 브랜드보다는 최신 유행과 싼 가격에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패션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신조어엔 큰 관심 없다.

내년이면 또 만들어낼텐데.

나는 다만 '가치를 소비한다'라는 추상적인 표현이

곳곳에서 범용적인 표현이 되어가는 지금이 흥미롭다.

'가치'란 생각이자 취향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에겐 그게 없었다.

집을 지어도 내가 좋은 집이 아닌

팔릴만한 집을 지어야 하는 그런 시대,

남의 이목과 시선과 비교와 경쟁이 지배하는 시대.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3. 컵밥

"유타의 모든 푸드 트럭 가운데 늘 '컵밥'의 줄이 제일 길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방송에 초대하게 됐다"


- 케이시 스캇, 미국 '건강한 생활' 방송 진행자


컵밥은 노량진의 눈물이다.

하나의 목표, 안전한 삶에 목숨 건 이들이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식문화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눈물을 모아 전혀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들이 이 컵밥의 스토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런 도전은 듣기만 해도 가슴 뛰게 흥미롭다.

다만 지속하기를.

그저 돈 몇 푼 버는데 만족하지 않고.


4. PUBLY

"도쿄는 서울과 시차가 없지만, 전통과 미래를 넘나드는 시차를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해석, 깊이를 만드는 장인정신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는 고수들이 사업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을 벤치마킹합니다."


콘텐츠가 팔리고 있다.

퍼블리를 통해.

기적이라고밖에.

나도 사고 싶다.

이런 콘텐츠라면.


5. 수트서플라이

"수트서플라이 철학은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실루엣을 선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항상 퀄리티가 뒤따른다. 100% 이탈리아산 고급 원단만을 사용하는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인정한 아르마니급 수준이다."


이들의 성공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르마니의 품질을

더 싼 가격으로.

대신 이들은 '격'을 잃지 않았다.

아예 새로운 '격'을 만들어냈다.

단지 가격만 싸다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가격의 낙차를 '그들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풀어냈다.

이케아, 유니클로, 무지같은 브랜드와

다이소, 노브랜드(이마트)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세대가 바라는 가치있는 소비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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