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좋은 브랜드는 관계에서 온다는 당연한 말에 대하여...

1.


1000명 정도 되는 큰 커뮤니티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한 사람이 교주처럼 행동해서 문제가 되는 커뮤니티를 여럿 보았으므로 운영진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어 모두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약속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모두가 리더가 된다고 하니 어떤 사람은 주구장창 자기 비즈니스만 홍보했다. 욱한 마음에 한 마디 했더니 그 사람은 운영진에 공개적으로 나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운영진은 그 한 번의 사건으로 완전히 와해되었다. 결국 나는  그 사람에게 사과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사과를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욱 이해 안되는 부분은 당사자도 아닌 운영진이 나를 그림자 취급한다는 거였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따라준다고 믿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2.


관계는 유리잔 같다. 맑고 투명하지만 쉽게 깨어지고 부서진다. 더구나 다시 붙일 수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브랜드란 '관계 맺기'의 과정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선 묘한 조바심과 거부감이 밀려들곤 한다. 그렇게까지 비유를 해야할까 싶어서다. 만약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과연 창업이란 걸 쉽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친구 관계만 해도 그렇다. 나이 들어 친구들에게 종종 소고기를 살 정도의 형편이 되자 잘 만나던 친구가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른 친구에게 내가 산 고기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지 않은가. 원한 살 일도 없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자격지심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자신보다 못해보일 때는 받이들일 수 있는 관계가 스스로 역전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친구는 지금도 내가 없을 때만 친구들 모임에 나오곤 한다. 더 놀라운 건 그 친구들 대부분이 나보다 더 잘 벌거나 잘 나가는 친구들이라는 점이다.


3.


좋은 관계란 건강한 관계다. 건강한 관계란 성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브랜드 역시 성숙한 브랜드가 성숙한 고객을 만나는 과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조건 잘하는 브랜드는 오히려 호구가 된다. 무조건 엄격한 브랜드는 좋은 관계 자체를 만들 수가 없다. 이 영역에도 어김없이 운은 작용한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전제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브랜딩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거 다 아는 얘기인데'라고 섣불리 쉽게 말하지 말자. 제품만 잘 만들면, 서비스만 잘하면 좋은 브랜드가 만들어질거라 쉽게 생각하지 말자. 알다시피 세상에 성숙한, 좋은 브랜드를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가 브랜딩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 역시, 어쩌면 바로 그 지점에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롤리데이'의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