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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건 아닌거다. 틀린 건 틀린 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겠지. 윤석열을 지지하니 민주당 지지자일거야. 전라도 사람일지도. 가장 혐오스런 사고이지만 사실도 아니다. 나는 서울 태생이다. 평생 경상도에 살았고 부산대를 나왔다. 노무현도 찍었지만 이명박도 찍었다. 여당, 야당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엔 진짜 진보도 보수도 없다고 믿는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도 우파다. 유승민의 책을 두 권이나 사서 읽었다. 나는 오염수 방류 때 응씨배 바둑 우승 얘기하는 문재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이재명이 깨끗한 사람이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고등학교 선배인 조국은 좀 안됐지만 어쩌랴. 죄는 죄인 것을. 그러니까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고 생각하는 단세포적인 생각은 버리자. '정치적' 올바름이 아닌 그저 '올바름'을 이야기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


윤석열은 틀렸다. 무식하고 무능하고 비겁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홍보하는 영상은 찍어 올리더니 정작 당일엔 철저히 침묵한다. 허수아비 총리를 내세워서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단다. 욕이 절로 나온다. 와이프가 고속도로를 마음대로 휘고 꺾어 사익을 추구해도 언급 한 번이 없다. 물난리가 나서 반지하 살던 사람이 죽어도, 이태원에서 수백 명이 압사해도, 오송 차도에서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어도, 잼버리에서 세계적인 국가 망신을 당해도, 꽃같은 젊은 군인이 물에 빠져 죽어도 사과 한 번이 없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게 대체 여당, 야당, 진보, 보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서울대 나온 친구는, 1조 기업의 상무로 일하는 친구는 윤석열을 찍었다. 그 당시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판단은 그들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목도하고도 침묵하는건 대체 무슨 사고의 판단에 기준한 것일까. 문재인이 싫어 윤석열을 찍은 건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똑같은 기준으로 자신의 선택을 성찰하는게 상식 아닌가. 그들은 신앙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손바닥에 왕자를 새기고,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옮기고, 천공이니 법사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풍문이 파다한데 설명 한 번이 없다.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진 자라면 이런 우상 숭배에 거품을 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제는 일본을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다, 윤석열이 무식해도 용감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얘들이 이 정도면 다른 지지자들은 오죽할까. 이게 다 민주당 탓이다. 문재인 탓이다. 그들이 그토록 철저하게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나는 정치를 모른다. 그러나 정치를 환멸하는게 지혜롭지 않다는 것도 안다.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면서 한통속인거 우리가 모르지 않지 않는가. 그러나 그들의 결정이 우리의 건강과 국익을 좌우하는 거라면 심각한 일이다. 민주당도 싫고 국힘도 싫다면 신당을 만들자. 집권은 둘째 치고 희망이라도 보여달란 말이다. 내가 지지하는 중도우파 유승민 같은 사람은 어찌 그리 무능한가. 나같은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원한다. 어느 한쪽에 선 후에 눈을 감아버리는 프레임적 사고에 신물이 난다. 틀린 건 틀린 거다. 옳은 건 옳은 거다. 세상에는 다른 것도 많지만 틀린 것도 많다. 이건 명백하게 틀린거다. 오늘날 우리의 선택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남겨진 유산이 된다. 나는 두렵다. 오늘의 결정으로 빚어질 어두운 미래를 고스란히 짊어질 다음 세대가 안타깝고 속상하고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방류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동해가 일본해로 버젓이 표기되어도 우리가 어쩌겠는가. 한미일 동맹 때문에 중국이 등 돌리면 피해를 보는 쪽은 사업하는 국민들이다. 수산업자들은 당장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판국인데 왜 저토록 침묵하는가. 우리는 무능하고 게으른 대통령도 탄핵한 사람들이다. 그 무능에 무식과 열정을 더해 망국으로 가는 대통령이 대체 누구인가. 우리의 선택이지만 우리의 종복이고 심부름꾼이지 않는가. 당신이 민주당을 지지하건 국민의 힘을 지지하건 그건 중요치 않다. 상식이 있다면 분노해라. 정치적 성향을 넘어서 오만과 무능과 불의에 맞서보자. 이 정부만큼 여론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권을 보지 못했다. 김대중과 김영삼과 노무현 같은 결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아닌 건 아닌거다. 새벽에 잠을 설치며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 틀린 건 틀린거다. 아닌 건 아닌 거다. 오직 그 한 마디를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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