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이 아니라 '데뷔'입니다, 귤엔터테인먼트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84.

1. ‘반려동물 아이돌 세계관’의 문을 연 제주탠져린즈의 시작은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지난해 11월 구낙현(35)씨는 제주도 용연계곡 근처에서 반려견 금배와 함께 산책하던 중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어린 강아지를 발견했다. 강아지를 쫓아가자 쓰레기 사이에서 놀고 있는 7마리의 강아지가 보였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개와 들개 사이에서 태어난 갓 2개월 된 아이들이었다. 보호소로 간 뒤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구씨는 강아지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던 주인과 연락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로 하고, 입양할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한겨레, 2022.06)


2. 구씨는 강아지들을 데려온 첫날 에스엔에스에 ‘7마리 새끼들의 입양처와 임시보호처를 구한다’는 평범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안타까워하는 몇몇 댓글이 달렸지만, 지난해에만 유실·유기동물이 11만6894건(동물자유연대 분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주도 믹스견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홍보 방식을 고민하던 구씨의 머릿속에 아이돌그룹이 떠올랐다. 그날 저녁 강아지들에게 귤 모양 의상을 입혀 사진을 찍고, 독학으로 익힌 포토샵 디자인 실력으로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 (한겨레, 2022.06)


3. 구 대표는 2년 전 제주도의 한 마당에 방치된 강아지들과 성견들을 발견하고 이대로 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아지들을 데려와 입양처를 구하기 시작했다. 밝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감귤 모자를 씌우고, 사진도 컨셉에 맞춰 신경 써가며 찍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대면 팬미팅도 열려 첫날에만 200명 넘는 사람이 찾아왔다. 구 대표는 “유기견들을 아이돌처럼 홍보하니 많은 사람들이 유쾌하고 재밌게 봐줬다”며 “유기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게 확 느껴졌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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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고 중개하는 프로젝트 팀 ‘귤엔터테인먼트’는 재작년 1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총 17마리의 제주도 유기견을 입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귤엔터는 ‘아이돌 컨셉’을 활용해 유기견 입양을 홍보한다. 귤엔터 세계관에서 데뷔는 곧 입양을 뜻한다. 구낙현 귤엔터 대표의 소셜미디어에는 ‘반려견 데뷔 준비 중!’, ‘소통하는 연습생’ 등의 문구가 적힌 게시글이 가득하다. 유기견끼리 그룹을 묶어 아이돌 그룹과 같은 모습을 형성하기도 한다. 처음 구조한 강아지 7마리는 ‘제주탠져린즈’, 이후 발견한 강아지 7마리는 ‘제주만다린즈’, 성견 4마리는 ‘노지감귤즈’라는 그룹명이 붙여졌다. (조선일보, 2023.08)


5. 이 같은 귤엔터의 신선한 입양 캠페인은 성견보다 어린 강아지들이 빨리 입양되는 분위기에 맞추어 구조 후 한 달 안에 강아지들을 입양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그러자면 일반적인 홍보 글로는 눈에 띄기 힘들 테니 ‘아이돌 콘셉트’로 가 보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굳이 서울까지 가서 팬 미팅을 한 것도 아무래도 서울에서 직접 강아지들을 소개하면 입양과 임시보호의 기회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2022.12)


6. 구씨의 실행력과 기획력으로 제주탠져린즈 멤버들은 가족을 찾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쉽게 키워지고 버려지는 반려견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유기동물 문제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유기동물 보호소에만 한 달에 500마리에 가까운 유기동물이 입소한다고 해요. 그중 목줄을 하고 있어 보호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도 있는데, 시골의 경우 특히 키우던 동물을 잃어버려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거나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구씨가 말했다. (한겨레, 2022.06)


7. 지난 6개월 동안 제주탠져린즈 멤버들은 산책과 개인기 연습 등의 트레이닝을 거치고, 서울에서 두 차례 팬미팅을 열어 데뷔를 시켜줄 매니저(입양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결국 지난해 12월 금귤이를 시작으로 지난 5월 영귤이까지 6개월에 거쳐 일곱 멤버들이 모두 데뷔에 성공했다. 그 사이 탠져린즈를 낳은 개가 또다시 7마리의 강아지를 낳아, ‘제주만다린즈’라는 두 번째 아이돌 그룹이 결성돼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모견과 쓰레기 더미에 방치돼있던 성견들로 구성된 ‘노지감귤즈’도 가족을 찾고 있다. (한겨레, 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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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기동물에 대한 입양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했던 구씨의 시도는 동물보호단체에게도 영감을 줬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세계 최초 유기묘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는 ‘11키티즈’를 결성했다. 6마리의 메인멤버와 5마리의 후보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동물자유연대의 보호소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넘게 머무른 고양이들이다. 동물자유연대는 11번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들 유기묘들의 입양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11키티즈 멤버들과 애묘인으로 알려진 프로듀서 코드쿤스트와 가수 미노이가 참여한 디지털 싱글 ‘테이크 미(Take Me)’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에 따라 11번가가 기부금을 적립하고, 이 돈은 동물자유연대의 고양이 센터 시설물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겨레, 2022.06)


9. 일면 명랑하고 발랄하게만 보이는 이 캠페인이 얼마나 힘들게 이루어졌는지는 귤엔터 대표의 인터뷰 기사들에서 알 수 있다. 야생성이 강한 유기견을 구조해 사람과의 공생 관계 안으로 들이는 지난한 과정, 개들을 돌보지 않는 보호자에게 소유권을 이전받고 다시는 마당에서 생명을 기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일 그리고 새끼들을 먼저 보호하느라 성견 구조를 미루었다가 맞게 된 몇몇 개들의 죽음 등 녹록지 않은 고비들이 입양 캠페인 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이돌과 전속 계약을 맺은(입양한) 이들의 만족도는 꽤 높다. 연습생 기간 동안 산책과 사회화, 배변 등 웬만한 훈련은 마스터했기에 ‘조기 교육’의 힘을 실감하기도 하고, 같은 캠페인으로 입양한 동배들의 소식을 계속 들으며 함께 키우고 있다는 연결감도 느낀다고. 한 전속 계약자는 각지의 귤 가족들을 만나는 전국 투어도 요청할 기세다. (매일경제, 2022.12)



* 내용 출처

- https://bit.ly/3En3t5j (한겨레, 2022.06)

- https://bit.ly/3L6YGc8 (매일경제, 2022.12)

- https://bit.ly/480njBa (조선일보, 2023.08)



* 출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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