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수천 년 전부터 철학자들의 화두였다. 문제는 입시·취업·결혼·육아와 같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단계를 따라가기만 해도 벅차다는 것. 삶에 대한 고민은 사치로 여겨지기 일쑤죠.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궁금했다.
- 그는 책에서 답을 구했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재료를 얻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 보다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9월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레바리가 문을 연 배경이다.
2. Core Value
- 독서, 클럽, 연결
- “우리 사회에는 ‘no’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무엇엔가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가지면서 지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요. 모두가 맞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호기심 많은 사람요.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믿는 것이죠. 트레바리가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죠.”
-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지요. 개인의 삶이 더 나아지면 사회도 더 전진할 것이구요. 우리는 이 모든 과정에 책을 매개로 하려 하지요. 다른 사람과 같이 책을 통해 읽고 쓰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갖는 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3. Customer & Market
- “나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메가트렌드를 살펴보고 있다.”
- 그는 인간의 본질적 필요를 ‘지적인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욕구’로 꼽았다. 그런 점에서 독서모임은 두 가지 욕구를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윤 대표는 지적 자극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평범한 직장인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서 지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장 밖에서 새로 인간관계를 만들기도 어렵다.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얻을 수 있는 영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1회에 8만 원 내외의 돈을 지불하고 전문가를 만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게끔 도운 것이다.
- “결핍(혹은 필요)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상품이 존재할 수 있을 듯해요. 어려서부터 독서모임을 했고, 이를 좋아했는데, 모임을 찾기 어렵고 찾는다 해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어요. 너무 아쉬웠죠. 따져보니 모임을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죠.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죠. 그 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봤죠. 귀찮은 일은 회사가 하고 회원들은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4. Key Resources & Activities
- "지성을 공유하는 연결은 맥락과 환경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거든요. 트레바리가 그 맥락과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면서 교류할때 관계가 특별해지거든요. 누군가와 연결을 통해 업데이트가 되고, 업데이트가 있는 의미 있는 연결이요. 서로에게 자극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가 되는 관계. 그런 커뮤니티를 팔겠다는 거예요."
- "트레바리엔 업데이트와 연결을 파는 여러 클럽이 있어요. 업데이트 포커스 클럽, 연결 포커스 클럽이 있죠. 업데이트를 원하는 분들은 자기계발 요소가 많은 클럽을 선택해요. 어려운 책을 읽고 토론하는 클럽이요. 친구를 만나고 싶은 분은 연결 중심 클럽에 가고요. 사람들이 자신을 꺼내놓고 감수성을 나누는 클럽이 있어요. 영화나 음악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클럽이요. 트레바리의 장점은 많은 클럽이 있다는 점. 대학도 클수록 교수님의 다양한 수업 선택권이 있잖아요. 트레바리도 선택권이 넓죠. 여러 클럽을 다녀보다 한 군데 정착하는 분들도 있고요."
- 모임을 운영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을 모으고 장소를 정하고 일정한 규칙으로 운영하는 데 품이 많이 든다. 모임의 번거로움은 제하고 즐거움만 누릴 수 있게 돕는 서비스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7만 명에 달한다. 트레바리에서 읽은 책도 1만 7000여 권이다. 단, 독서 자체가 핵심 서비스는 아니다. 책을 기반으로 맺어진 양질의 네트워크가 1순위이다.
5. Differentiation
- 트레바리의 인기 비결은 우선 '강제성'에 있다. 돈을 지불했더라도 400자 이상 분량의 독후감을 마감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독서모임 토론의 수준과 몰입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독후감 넛지'에 회원들은 거부감은커녕 반긴다.
- 트레바리는 또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인 이때 얼굴을 맞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를 체험하게 해준다. 공식 독서모임 외에 클럽 자체적으로 희망자를 중심으로 월 1회 '번개'가 추진되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윤 대표는 "점차 혈연, 지연 등의 연대의 느슨해지는 가운데 같은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모여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며 "트레바리 사람들은 새로움에 설레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마주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라고 전했다.
- 대학 시절 중학교 동창들과 5년간 운영한 독서모임의 운영 노하우도 살렸다. 트레바리 멤버들은 ▲나이, 지위, 친분을 버리고 이름에 '님'을 붙여 호칭하기 ▲독백이 아닌 대화 ▲ 잘 설득하기보다 잘 설득당하기 ▲비난과 인신공격 금지 등 독서모임 시작 전에 4가지 북토크 기본 수칙을 함께 낭독한다. 상처받지 않고 더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토대인 것이다.
- 트레바리는 책을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확장한다. 음향기기 전문 업체 오드(ODE)와 함께 운영하는 프리미엄 영화관 오르페오 룸 앳 트레바리가 대표적이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취향도 나누고 싶다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만들었다. 원작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F&B 브랜드 '슈퍼마켙'도 운영해 책을 보면서 곁들여 먹을 음식료를 판매한다.
- 전문가가 운영할 경우 일방적인 강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금물. 멤버들도 미리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장전해와 쌍방향 소통이 이어진다. 현재 클럽장이 운영하는 클럽은 전체의 30%. 나머지는 서류-면접을 거쳐 선발된 파트너 클럽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껴 전문가가 먼저 클럽장이 되고 싶다고 역 제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6. Storytelling
- 21세기판 봉이 김선달의 이름은 윤수영(30).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1월 IT 기업 다음에 입사했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한 뒤인 다음 해 1월 사표를 던진 뒤 그해 9월 혼자 트레바리를 창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트레바리의 '아지트'에서 윤 대표를 만났다. 아지트는 트레바리 회원들이 독서 모임을 여는 공간이다. 트레바리는 성수동 외에 안국동과 압구정동에도 아지트를 운영 중이다. 11월 현재 총 200여 개의 독서 모임이 운영 중이기 때문에 3곳의 아지트는 항상 트레바리 회원들로 북적거린다.
- "난 원하던 회사에 취업한 경우다. 배운 것도 많았다. 그런데 입사 1년 차 때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됐다. 다음이 더 큰 회사였는데, 모양새는 카카오가 점령군 같았다. 회사가 극단적으로 변화하니 다음에서 오래 일했던 선배들은 혼란스러워하더라. 회사뿐 아니라 한국 자체가 극단적으로 역동적인 사회 아닌가. 앞으로 내게 닥쳐올 어떤 변화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잘 적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트레바리 창업에 이르게 된 거 같다."
- 2016년 1월 클럽장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316명의 클럽장이 클럽을 운영해왔습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정혜승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처럼 창립 초부터 클럽장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도 있죠.
- “시즌마다 3~4백 개의 클럽이 만들어집니다. 개인은 본인의 관심사나 취향 그리고 세계관 등을 고려해 클럽을 골라 신청하고 활동하게 됩니다. 보통 한 클럽은 10~20명으로 구성되죠. 클럽마다 운영형태는 다양하구요. 전문가나 교수 또는 연예인 같은 유명인을 클럽장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 클럽장 없이 파트너(일반인이면서 모임의 주도자)가 꾸려가는 경우도 있구요. 아주 다양한 클럽이 존재하죠.”
- 클럽에서는 각자 정해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뒤에 트레바리가 ‘아지트’라고 부른 곳에 모여 토론과 대화를 한다. 아지트는 트레바리가 서울 강남역과 안국역 근처에 마련한 클럽 멤버들을 위한 모임 장소다. 10~20여명이 토론하기 좋게 방이 나뉘어져 있고 중앙엔 도너츠를 길게 누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벽에는 더 좋은 태도로 대화하는 방식에 관한 다양한 경구들이 적혀 있다.
7. Concept & Slogan
- “트레바리는 가장 성능이 좋은 소프트웨어다.”
- 트레바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플랫폼이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가다듬어 가고 있는 제조업체라고 말하는데요. 어떻게 양질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트레바리가 한 땀 한 땀 책으로 그려갈 미래에 기대가 모입니다.
트레바리는 업데이트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선, 지성(知性)을 팔고자 하는 회사죠. 새로운 관심사, 가치관, 취향을 공유하는 인연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팔기도 하고요. ‘업데이트’와 ‘연결’을 판다고 이야기해요. 똑같은 사람도 어떤 맥락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계를 맺잖아요. 사실은 A와 B는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엄청난 케미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이예요. 하필이면 둘이 소개팅에서 만나요. 그러면 영영 남이 되는 거고요. 아쉽잖아요.
8. Naming & logo
- 트레바리
- "매사 트집 잡기 좋아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순우리말이다. 한국은 대체로 고분고분한 걸 미덕으로 치는 나라인데, 나는 약간은 발칙한 생각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말 같기도 하고, 영어로 써도 위화감이 없다. 운 좋게 트레바리가 안 망해서 다른 나라에 진출했을 때도 염두에 두고 지은 거다(웃음)."
9. Brand Design
10. Marketing Strategy
- 시작은 낭만일지 몰라도, 창업은 현실이었다. 급선무는 독서 모임을 조직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크게 두 가지 토대로 사업을 구상했다. 첫째, 모임을 이끌 멘토를 섭외할 것. 둘째, 모임을 운영할 매니저를 육성할 것. 윤 대표는 "멘토를 모시는 일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며 "모시고 싶은 분은 몇 달이고 꾸준히 따라다니며 설득하는 게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섭외한 멘토가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원장 같은 이들이다. 이런 멘토들을 중심으로 10~20명 단위로 회원을 조직해 모임을 꾸린다. 회원 중에 매니저를 뽑아서 교육시키는 것도 트레바리의 핵심 사업 노하우다.
- 초기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만 염두에 두고 시작했습니다. 직접 대면할 때 생기는 유대감이 있다고 확신해서죠.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를 온라인에서 유지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도 했습니다.
- 문제는 팬데믹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전면 중단됐죠. 2020년 4월 첫 온라인 독서모임을 출시했지만 회원 이탈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9월 회원 수는 코로나19 직전 대비 75% 줄어 최저를 기록할 정도였죠.
희망은 엿보였습니다. 2020년 9월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숨통이 트였죠. 팬데믹을 거치며 연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회원 수도 차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온택트(Ontact.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 시대에 발맞춰 온·오프라인 병행의 필요성도 절감했습니다.
- 커뮤니티 서비스에는 남녀 간 만남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실제 '듀오바리(결혼정보회사에 따온 말)'라며 조롱하는 경우도 있죠. 윤 대표는 목적을 떠나서 가치관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수단으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연애만을 목적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 전 독후감을 필수로 제출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심으로 트레바리를 이용하더라도 우선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죠.
11. Management
- "사람을 모으는 건 멘토의 힘이지만, 모임을 굴러가게 만드는 건 매니저의 힘이다. 3년간 트레바리를 하면서 잘되는 독서 모임들이 가진 공통점을 모아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항목만 수십 개다. 모임별로 뽑힌 매니저들은 그 체크리스트를 숙지해 모임의 총무 역할을 한다. 매니저가 잘해야 모임이 잘 굴러가고 모임이 잘 굴러가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올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