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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회관'은 어떻게 100년 식당이 될 수 있었나?

역전회관은 3대에 걸쳐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식당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순탄하게 가게를 이어온 듯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 대표님께 사연을 듣고 보니 폐업의 위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더군요. 일단 용산 재개발로 더 이상 식당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그냥 이전하면 될 것 같지만 3대 사장님은 더 이상 식당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습니다. 문제는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아들이 가게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겁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부탁을 했고 그렇게 마포로 가게를 이전하게 됩니다. 문제는 시아버지인 2대 사장님도, 남편인 3대 사장님도 이를 극구 만류했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사장님은 창업에 가까운 이전을 하게 됩니다. 그때 나이 마흔 여덟, 남편의 식당일은 안중에도 없었던 며느리는 이렇게 운명처럼 역전회관의 3대를 이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생겨납니다. 이전 가게와 똑같은 고기, 양념을 썼는데도 원래의 맛을 재현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오랜 단골들이 실망하고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0개월 동안 매월 수천 만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한때 사랑받는 며느리였던 지금의 사장님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죠. 그렇게 매일 두 번의 시식을 하며 원인을 찾던 대표님은 결국 그 답을 찾아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냉장고였습니다. 본점의 냉장고는 하루에도 수없이 여닫는 과정을 거치며 정상적인 온도보다 약간 낮아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고기의 숙성 정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화구였습니다. 오랜 영업으로 기름때에 몇몇 구멍이 막힌 탓에 화력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고기 맛의 차이는 바로 이 두 가지 원인에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모든 식당 기자재를 중고로 교체한 후 마침내 원래의 맛을 찾게 됩니다. 식당 이전 후 무려 1년의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그러나 100년을 이어온 이 식당의 진짜 저력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1929년 장사를 시작한 1대 사장님은 노숙자가 오면 따로 한 상을 차려 주었다고 합니다. 주변에 있던 사창가로 인해 이른바 조폭들이 식당을 찾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장님은 이들에게 직언은 할 지언정 절대 홀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제 이전 당시에도 조폭들의 노력?으로 무려 1년 이상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새로운 식당도 그 맛을 결코 되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노숙자와 조폭에게도 이런 정성을 기울였으니 일반 손님들을 어떻게 대했을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손님은 지금도 1대 사장님을 기억하며 한때 연모했노라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톰 크루즈가 방문한 유명 식당 정도로 역전회관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장님은 바로 1대 사장님이 사람들에게 쌓은 덕이 지금의 식당을 만들었다고 고백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식당은 평균적인 맛을 내기는 쉬워졌습니다. 돈만 주면 정확한 레시피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맛보다는 컨셉과 인테리어, 규모로 승부하는 가게와 식당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식당들일수록 화무십일홍, 금새 유행과 트렌드가 지나 쉽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설렁탕, 순대국, 고깃집처럼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당들은 오히려 소리없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갑니다. 그러니 지금의 외식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창업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과 인테리어로 치고 빠지는 경영을 할지, 그게 아니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래 가는 작은 가게의 길을 걸을지를 미리 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음식점 창업과 경영도 결국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가치관에 따라 식당의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식당을 찾는 손님들조차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죠. 여러분이 자주 가는 식당은 어떤 곳인가요? 매일 새로운 식당을 찾아다니는 편인가요, 아니면 한 번 믿고 찾은 식당을 꾸준히 방문하고 계시나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오래 가는 식당은 그들만의 확실한 '손님의 유형'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전회관의 사장님은 누가 자신들의 식당을 찾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10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식당을 시작한 김막동 1대 사장님의 손님들이었죠.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 과정은 치열하고 지난했습니다. 그러니 이 두 갈래 길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정한 후 식당을 시작하세요. 그 어느 길도 틀린 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길이 가져다 줄 숙제는 각기 다를 것입니다. 문득 식당 운영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는 시험, 혹은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 건 이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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