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수수료율은 40%에 달한다. 백화점 저리가라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로켓배송의 편리함과 와우회원의 다양한 혜택 때문에 쿠팡을 찾는다. 게다가 이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고가에 트렌드에 대한 데이터까지 판매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쿠팡이 그토록 오랜 세월 적자를 끌어안고도 버텨낸 이유일지도 모른다.
2.
통계에 드러난 데이터만을 가지고 시장 조사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기엔 소비자들의 니즈가 워낙 다양화, 다층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의 대표님들은 네이버와 쿠팡의 정보만으로도 대략의 시장 상황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하는 제품의 니즈가 일정 수준 이상인지를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3.
특정 커뮤니티, 특히 맘 카페의 영향력은 지금도 막강하다. 수업을 받는 회원 중 한 분은 6만 명에 달하는 맘 카페를 직접 운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항상 핸드폰 2개를 가슴에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고 한다. 밤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운영한 것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강력하면서도 독보적인 영향력 때문이었다.
4.
하지만 과유불급, 이렇게 카페 운영과 자사 사이트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오픈 마켓을 통한 경쟁사들의 공략에 시장을 빼앗기고 마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구나 경쟁사는 카페 회원을 가장해 온갖 루머를 계획적으로 유포해 이후 수년 간 소송에 휘말리며 결국엔 시장을 빼앗기를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이 대표님은 카페의 부활과 함께 리브랜딩의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계셨다.
5.
하지만 동네 시장은 또 다르다. 공부방을 운영했던 사장님은 별도의 시장 조사가 필요 없었노라고 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만 다 들어도 온갖 정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들이 집에서 한 모든 이야기를 자신에게 알려주었다고 했다. 굳이 듣기 싫은 얘기까지 아이들이 자신에게 해왔기 때문이다.
6.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가진 것은 특정한 유행과 트렌드와 같은 현상의 이면에 있는 정보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포함되는 일상 용품, 특정 상품군을 제외하고도 시장은 넓고도 넓다. 요즘처럼 사람들의 개성과 취미가 다양해지면서 그 필요성은 앞으로 더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 글을 쓰는 나만 해도 요즘 밀리터리에 빠져 다양한 에어소프트건을 구매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정보를 얻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는 또 다르다.
7.
고객은 당연하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일동 후디스는 아이들을 위한 분유를 만들다가 고령화의 트렌드를 읽고 프로틴 음료를 만들어 대성공했다. 아이 매트를 파는 대표님은 이제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한 매트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장의 니즈가 커진다면 이런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8.
수업에 참여 중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한 분은 최근 커다란 계약을 앞두고 이를 포기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선 수 개월 동안 자신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견한다. 어떤 브랜드가 자신만의 가치를 갖추는 것은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9.
우리는 추석 이후 수업을 위해 각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다녀오기로 했다. 전해들은 바만 보면 이 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디테일한 차별화 요소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이 수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살아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10.
우리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교재는 쳐다보지도 않고 2시간의 수업을 마쳤다. 후기와 정보를 나누는 카페에는 참가자들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가득한 글이 넘치도록 쌓이고 있다. 혹자는 대학원 수업을 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다. 브랜드 수업과 워크샵의 유용함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2주 후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매 주 월요일의 수업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말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