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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스몰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가?

어느 외식업자 한 사람이 여름마다 길게 늘어선 냉면집 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다들 땡볕 아래 땀 흘리며 줄을 서야 하지? 혹시 냉면도 배달해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쉽게 불지 않는 면을 찾아 슬러시 형태의 국물과 함께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00호점이 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표가 되었죠. 바로 '냉면쟁이 고기꾼'의 김정훈 대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대표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니 '사파'라는 말을 많이 하시더군요. 아마도 브랜드나 마케팅에 관한 정식 교육을 받지 않는 자신을 낮춰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렇게 스스로 부딪히고 깨우쳐 성공한 브랜드를 만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스토리 중 하나는 충주에 있는 어느 우동가게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TV에서 발견한 이 가게는 15년 된 단골은 명함도 내밀지 못해요. 20년 이상 된 단골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막상 사연을 듣고 보니 그럴만 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게 주인은 새벽 무렵 속풀이를 하러 들어온 손님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습니다. 실연을 당하고,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이 샐 때까지 들어주었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각오를 적게 했습니다. 그렇게 식당 벽과 천정에 본드로 붙인 A4지가 4000장이 넘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방송사 피디가 카메라를 빨리 돌려가며 일일이 세어 보았거든요.


'냉면쟁이 고기꾼'과 중주의 '행복한 우동 가게'


저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꼭 4년제 경영 대학과 MBA 과정을 거쳐야만 배울 수 있는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 정돈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는건 너무나 유익합니다. 그런 분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보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더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작은' 브랜드를 만나다보니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길이 반드시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서울대를 나와 유학을 다녀온 분들이 꼭 훌륭한 정치나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지방 소도시에서 설렁탕을 팔고 돼지고기를 파는 분들에게서 더 생생한 브랜딩의 노하우를 배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사실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작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은 매출이 약 300억이 넘어설 무렵이라는 얘기를 브랜드 수업에서 만난 한 대표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예사롭지 않게 들었습니다. 저 역시 세바시를 통해 세상에 소개된 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대략 50만 조회 수를 살짝 넘길 무렵이었어요. 새벽에 운동을 하다가, 출장 간 도시의 한적한 모텔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사를 받게 된 시점이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스컴 한 번 타지 못한 이 작은 브랜드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회사의 연 매출이 100억, 200억을 훨씬 넘기는데도 말이죠.


된장 에이징으로 유명한 화성 시청 인근 '머슴고기'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게이든, 식당이든, 학원이든, 병원이든 이 정도 규모 만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말이죠. 어느 고깃집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가 와이프가 가장 타고 싶어하는 지 바겐을 만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출 수십 조 이상 되는 큰 회사만을 롤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알만한' 회사가 아니면 그들의 경영과 마케팅과 브랜딩을 배우려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이 어쩌면 학습된 오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유재석 정도가 되어야 방송인이고, 손흥민 정도가 되어야 축구 선수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러나 유명하지 않은 방송인과 축구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아주 아주 작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신가요?


제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몰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의 근거 없는 오만함을 살짝 벗겨 내고 세상을 바라보면 정말로 배울만한 훌륭한 브랜드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의 '작은 성공' 뒤에 숨은 어떤 패턴이나 공식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하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전달할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다행인 것은 이 작업이 결코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거에요.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 바로 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4대가 100년 간 그 명성을 이어온 '역전회관'은 탐 크루즈가 찾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떤 브랜드의 성공 요인이 다른 브랜드에겐 실패의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사업 성공의 핵심이 능력이 아닌 운에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분명 이들의 작은 성공 뒤에는 누구나 납득하고 따라할 만한 '필요 충분'한 지식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운 좋게 한 번에 그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필요충분한 성공의 공식을 알면 좀 더 적게 실패하고 좀 더 많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쓰게 될 '스몰 브랜드의 성공 공식'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누구나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회사를 만들 순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구요. 중요한 건 내가 잘하는 일로 세상 사람들을 좀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브랜딩과 마케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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