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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브랜딩 공식, (P+S)*V

내가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관련 전문지에 입사하고 나서도 한참 뒤였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입사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브랜드에 대한 나의 지식은 편집장의 한숨을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티파니의 실버링이 왜 그렇게 비쌀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강남역에서 흔히 만나는 실버링도 같은 은으로 만들어지지 않는가. 그런데 티파니의 로고만 붙으면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고장 잘 나기로 유명한 할리 데이비슨은 그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혼다의 오토바이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 심지어 사람들이 목에다 이 브랜드의 로고를 새길 정도다. 심지어 트럭 방수천으로 쓰이던, 사실상의 쓰레기로 만들어진 프라이탁 가방은 새로운 재질로 만들어진 가방보다 서너 배 비싸게 팔린다. 게다가 리사이클이니 업사이클이니 하는 이유로 칭송을 받기까지 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소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서양 여성들은 티파니를 포장한 '티파니 박스'만 보아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비로소 브랜딩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나만의 브랜딩 공식을 갖게 된다. 그건 제품(P)과 서비스(S)에 가치(V)가 더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브랜딩'이라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이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국어사전은 가치를 재화의 쓰임새와 이를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로 설명하고 있었다. 즉 내가 내린 정의에 의하면 브랜딩이란 제품과 서비스로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비로소 브랜드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설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브랜드를 따져가며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일까. 그건 기술의 발달로 세상의 모든 제품들이 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비슷비슷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디가 좋은지에 대한 다른 이유를 찾게 된다. 내가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쪽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동네 카페만 해도 그렇다. 테이블 간격이 넓던지, 커피 원두가 더 좋던지, 인테리어가 남다르던지, 하다못해 주인이 훈남훈녀라는 또 하나의 욕구가 채워질 때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자주 이 브랜드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하는 타투는 '엄마(Mom)', 그 다음이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마케팅과 브랜딩은 또 어떻게 다른 것일까? 마케팅은 말 그대로 더 많이 '파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브랜딩은 그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 마디로 소비의 이유에 '인격'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재화와 서비스에 대입한 것이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당신이라면 물건을 하나라도 더 많이 팔려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겠는가, 아니면 그 진정성을 믿는 사람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겠는가. 이 때문에 브랜딩은 더 가치있어졌고 또 그만큼 어려워졌다. 브랜딩이 인문학쪽에 가깝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티파니의 실버링을 바라보면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티파니는 서구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할 때 주로 쓰이는 반지이다. 일생을 함께할 사람에게 진심을 내보이는 과정에 쓰이는 제품이다.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모른다. 이런 순간에 경제성을 생각하며 싼 반지를 찾는 사람은 없을(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성공한, 돈 많은 사람들의 일종의 허세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이런 허세를 인정해줄 사람들끼리 모여 그룹(HOG, Harley Davison Group)을 만든다. 인정욕이 강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를 받는 것이다.



'프라이탁'은 독일어로 금요일을 뜻한다. 그러나 창업자들의 국적은 '스위스'이다.


프라이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순환(Cycle)'이다. 하나의 소재가 여러 번 반복해서 쓰이는 일이 지구에 이롭다는 신념 때문이다. 한 번은 방수천으로, 또 한 번은 가방으로 쓰이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믿음 또한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브랜딩의 가장 큰 유익은 역시 가치를 통해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3천 원짜리 소주와 30만 원 짜리 와인의 차이는 과연 그 원료의 차이 때문 만일까? 당신이 소중한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 놓을 술은 그만한 이유(가치)가 있어야 한다.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면 가치는 가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이 물건을 팔기 전에 브랜드를 만들어야만 하는 가장 솔직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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