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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Oct 15. 2023
나이 서른 중반 무렵에 '브랜딩' 일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숱한 불면의 밤을 보냈다. 내가 뽑은 부하직원이 상사가 되기도 하고, 공황장애에 공황발작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7년 간 단 한번 월급 인상이 있었던 작은 회사에서 견뎠다. 당시만 해도 달리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했으니까.
우연히 회사를 나와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 다행히 회사 밖은 지옥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럼에도 나는 는 흔들린다. 이 길이 정말 맞는지, 내 말이 해답이 될 수 있는지, 이 일에 미래가 있는지... 그러다가도 멋진 브랜드를 만나면 흥분이 된다. 그 뒤에 숨은 사람 때문이다. 책에서 보았던 브랜딩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 일이 즐겁다.
네 분의 마케터들과 함께 공저 작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경력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들이지만 쉽지가 않다. 1년 째 우리는 헤매고 있다. 마치 정답이 없는 마케팅 일처럼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공저자들에게 새벽에 장황한 카톡을 썼다. 이 글의 주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여전히 마케팅 일을 한다. 나는 그 점이 너무도 존경스럽다.
항상 흔들립니다. 내게 맞는 일인지,
매일 시달립니다. 상사와 클라이언트에게,
늘 두렵습니다. 실적의 압박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매일 싸웁니다.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과,
늘 고민합니다. 이 일의 미래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은 재밌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오직 사기꾼들만이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마케팅은 아쉽게도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 심지어 늘 문제가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매력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어제의 오답이 오늘의 정답이 되고, 어제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이 된다. 그래서 마케터는 늘 공부해야 한다. 늘 시장과 사람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르지 않다. 때로는 브랜딩 안에 마케팅이, 때로는 마케팅 안에 브랜딩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다. 여기서 가치란 수익일 때도 있고 보이지 않는 유익일 때도 많다.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마케터가 일해야 물건도 팔리고 가게도 잘된다. 사장님도 직원도 돈을 벌 수 있다. 마케터란 직업은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의 공기나 물 같은 존재다.
혹 흔들리며 나아가는 마케터가 있는가. 이 일이 너무 어려워 밤을 지새우는 분이 혹 계신가. 잘하고 계신거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오늘 그런 말을 들었다. '스브연' 활동을 하는 운영진 중 한 분이 흔들리는 내게 말했다. 당신 잘하고 있다고. 또 다른 분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스브연이라고. 그러니 공저자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라고. 잘하고 있다고.
이 세상의 모든 브랜더들에게, 마케터들에게 이 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