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두 명이 푸드 트럭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코로나가 찾아왔죠. 곧 끝나리라던 예상과 달리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질 뿐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감자 튀김을 팔고, 아파트에서 장터를 열어도 견디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스마트 오더 시스템으로 드라이브 스루 푸드 트럭까지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문득 팬클럽이 조공하는 방식의 푸드 트럭이 생각이 났습니다. 푸드 트럭에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기업들에게 제안을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에게 푸드 트럭을 보내 사기를 진작할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쓰고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첫 고객이 등장했습니다. 사내 행사에 푸드 트럭을 보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어느 실업계 고등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의 등교를 응원하기 위해 푸드 트럭을 요청했습니다. 한 주에 한 명의 고객이 아쉬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컴플레인이 가장 적은 커피에서부터 쿠키나 햄버거, 닭강정 같은 호불호가 덜하고 리스크가 적은 음식부터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케이터링 서비스처럼 푸드 트럭이 찾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포스코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00곳의 직장에 푸드 트럭을 보내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3억 짜리 계약이 이 회사 '푸드 트래블'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직원 20명 이상, 올해 매출 70억을 바라보는 이 회사는 현재 진화된 형태의 푸드 트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커피나 음식이 아닌 '노티드 도넛' 같은 브랜드 제품의 제공도 시작했습니다. 작년 대비 매출이 두 배 늘었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별도의 푸드 트럭 센터에는 항상 10여 대 이상의 푸드 트럭이 대기 중입니다. 유튜버 히밥과 함께 하는 협업 프로젝트도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아닌 홍보가 목적인 프로모션인 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들의 푸드 트럭은 매우 매력적인 고객 만족 프로그램입니다. 특정 타겟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게임을 런칭하면 타겟 고객이 많은 고객사에 커피차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성과보다 더 흥미로운건 이들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와 부대표는 창업 전 그들이 일하는 '이유'를 고민하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한 달 이상을 고민했습니다. 매출 만큼이나 Why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일상에서의 행복', '고객을 풍요롭게 한다'는 분명한 회사의 존재 이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직원들 역시 행복하기 힘들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일하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 일상의 행복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공을 들입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 와도 함께 오래 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고객의 니즈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푸드 트럭에 올 수 없는 상황이 오자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마치 매장에서 야쿠르트를 팔지 않고 아줌마가 찾아가는 것과 똑같은 모델입니다. 그렇다고 경쟁이 치열하고 까다로운 팬클럽 시장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직원의 사기 진작을 고민하는 기업의 니즈를 해결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진짜 매력은 서비스 이상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는데 있습니다. 이들은 창업을 위한 아이템과 입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오래도록 함께 일할 이유(Why)를 먼저 찾은 후 그것을 실현할 비즈니스를 찾아다녔습니다.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대표와 부대표의 역할이 선명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왜 일하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토론은 물론 사람을 좋아하는 대표는 대외적인 업무를 주로 맞습니다. 부대표는 내부 직원들의 인사를 챙깁니다. 그 외의 업무는 직원들에게 철저히 위임되고 있습니다. 푸드 트럭을 여러 대 운영하던 관계사의 대표를 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일상의 행복을 전달한다'는 그들의 선명한 가치입니다. 이들의 모든 비즈니스는 이 가치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가치에 부합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장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멋진 회사가 부산에서 소리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