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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재미는 무엇인가요?

아끼던 총(에어소프트건, 비비탄 사용) 한 자루를 팔았더니 11시 넘은 시간에 오산에서 분당까지 득달같이 달려온 사람이 있었다. 40여 분 걸리는 거리였더. 막상 만나보니 최근 두 달 동안 20여 자루가 넘는 총을 샀단다. 그런데 총 한 자루가 보통 몇 백 짜리다. 직업을 물어보니 건설 전문직인 것 같았다. 스스로도 미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총에 이름까지 붙여 부르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보면 두 가지 의견이 오갈 것이다. 하나는 나이값 못하고 총에 미친 사람이라 하대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매장에서 '나만 그런거 아니죠?'라고 묻는단다. 게다가 이 취미는 나이 많은 중년이나 오타쿠 같은 이미지의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 스스로도 비슷한 사람을 부끄러워하고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 나이에 술과 도박, 여자에 빠지는 것보단 낫지 않는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골프, 오토바이처럼 성인 스포츠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스포츠로 총을 쏘는 인구가 생각 외로 많다. 집 안의 한 벽면을 총으로 가득 메운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외국으로 나가 스포츠 권총 사격을 실탄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두 가지 생각의 어느 언저리쯤에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재미나게 살아야 하는데..."


오늘 친구들이랑 톡을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재미가 뭐지?' 가장 먼저 떠오른건 취미 부자인 친구의 모습이었다. 수영, 당구, 자전거, 낚시 등 수많은 취미를 섭렵하는 친구는 이 '재미'란 걸 알까? 그런데 이 친구도 고달픈 삶을 잊기 위해 취미 활동을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돈이 많아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면 재미를 알까? 그 끝이 마약으로 이어지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이쯤 되면 우리는 저마다의 '재미'가 다르다는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다 다르게 태어났기에 추구하는 삶의 가치도, 욕망도 다르다. 그러니 내가 장난감 총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와이프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총은 아름답다.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기는 쾌감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트리거의 압력과 촉감이 다 다르다는걸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나 역시 와이프가 느끼는 '재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건 이 재미가 생산적인 가치로 이어지느냐의 여부다. 누군가의 취미는 스스로를 자위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마약처럼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유쾌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고, 나아가 어울리며 소속감을 느끼는 재미도 있으며, 나아가 이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의미있고 생산적인 재미도 있다. 재미란 이렇듯 복잡해보이지만 한편으론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베스트는 나의 재미가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재미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첫 걸음에 해당하기도 한다. 나를 아는 사람만이 나만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는 사람은 술의 진짜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한바탕 회포를 풀 줄 아는 사람은 조금 더 진짜 재미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몸을 해치지 않고도 재미를 느낄 수는 보람찬 일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취미가 그렇고 봉사가 그렇고 때로는 일 자체가 그렇다. 그러나 가장 큰 재미는 나를 알고 난 뒤 그에 맞는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오늘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10년 동안 감태를 생산해온 사람의 이야기를 만났다. 감태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그의 짧은 이야기에서 브랜드의 정수를 만났다. 사실 나의 가장 큰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좋은 브랜드, 그 속에 숨은 좋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즐거움이다. 나는 이렇게 나의 재미가 직업으로 연결되어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들의 취미인 기타가, 딸의 취미인 레진 공예가 그런 삶의 동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연히 시작한 이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당신의 재미는 무엇인가? 무슨 재미로 당신은 이 힘든 일상과 인생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가. 그 재미는 개인적인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눌만한 것인가. 그 재미는 생산적인가, 소비적인가. 그리고 그 재미는 당신의 일, 당신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무엇보다 당신은 당신만의 재미를 알고 있는가. 나는 이 지식이 많은 사람이 조금은 더 행복할거라 지레 짐작한다. 나의 재미는 요즘 총에서 역사로 옮겨가고 있다. 이렇게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진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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