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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반복의 힘, 스몰 스텝

스몰 스텝 스케치 #06.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세 줄을 쓴다.

그날의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그리고 내일의 다짐을 단 세 줄로 요약해 쓴다.

아무리 피곤해도 5분이면 족한 의식,

잠들기 전 특히 게을러지는 나도 이 세 줄은 가능했다.

몇 달이 지나가자 무의식 중에도 끄적일 수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이 세 줄이 나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 작은 반복의 힘은 무섭다.

작은 불씨처럼 다른 습관들로 옮겨 붙었다.

매일 다섯 개의 영단어를 외우고,

10개의 한글 맞춤법 문제를 푼다.

좋아하는 기자의 칼럼을 필사하는 데도 5분,

자주 쓰는 프로그램의 단축키를 외우는데 3분,

가계부 정리에 5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조금 인심을 써서

18분을 넘기지 않는 TED 영상을 본다.

가랑비에 옷 젖듯

무심하게 건성으로.

그 때는 미처 몰랐다.

이 3분, 5분, 10분이 모여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하게 될 줄은.


맞춤법 연습을 위한 앱 '한글 달인', 현재 120일째다.
이렇게 10문제 푸는 데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요령이 생겼다.

매일 20분의 산책을 시작하면서

피자에 토핑 얹듯이

소시지에 소스 뿌리듯

다른 습관들을 올려놓게 됐다.

산책하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산책하면서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듣는다.

산책하면서 가족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산책하면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산책이 더해지면 좀 더 쉬워진다.

머리는 맑아지고 생각은 명료해진다.


맛이 들었다.

매일 다섯 개의 영어단어를 외우다

간단한 회화로 옮겨가고

TED 영상을 원어로 듣기에 도전한다.

과외 받는 아들의 영단어 체크를 함께 시작한건

이 작은 시작의 힘이 컸다.

10분의 독서로 걷어 올린 좋은 글귀들은

다음 날 아침 몇 개의 단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책이 지루하면 단편소설로 옮겨갔고

시로 옮겨갔다가

전자책으로 다시 돌아오는 식이었다.


매일 20분만 걸어보자.
산책은 걷기 그 이상의 가치있는 경험을 준다.


모두가 하찮고 대단찮은 반복의 과정들인데

신기하게도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내 안에 숨은 힘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의욕이 생겨났다.

아주 작은 자신감도 배어나왔다.

많은 습관들이 1년을 넘어가고 있다.

100여 개의 칼럼들을 옮겨적었고

1000여 개의 영단어들이 쌓이기 시작했으며

100여 곡이 담긴 내 앨범을 얻었고

수 십개의 놀라운 TED 영상을 저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두가 세줄쓰기처럼

아주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었다.


스몰 스텝은 그저

일상의 습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일과 관련해 매일 반복했던 스크랩은

5년 이상 이어져 수천 개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었고

관심있는 키워드를 개인 스크랩용 앱에서 검색만 해도

수 백개의 원하는 기사와 콘텐츠들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에버노트'로 분류해서 저장하고

'스크리브너'로 하나의 글을 완성하곤 한다.

메모와 스캡을 위한 도구만 수십 개,

나는 깨달았다.

이런 일들을 할 때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일을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을.

이 모든 습관들은 고스란히 성과로 이어졌다.

글을 쓰고 강연을 했고

컨설팅으로 이어졌고

더 많은 지식과 지혜와 기회들을 열어주는

사람들로 안내해주었다.


노트는 아주 작고 얇아도 된다. 어차피 세 줄만 쓰니까.
딸과 함께 그렸던 그림 그리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자신을 알만한 정보를 모으는데는 놀라울만큼 무심하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는건 상징적이다.

나에 관한 진짜 정보들은 목소리만큼 낯설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에 맞춰진 내가 아닌

진심으로 편안하게 여기는 시간과 장소,

가슴 뛰게 만드는 숨은 욕구와

정말 나를 나답게 만드는 관계들에 대해

우리는 의외로 무지하다.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들보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루 단편 하나 읽는데도 15분이면 된다.
스몰 스텝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작은 습관들은

정확히 '스몰스텝'이라 부르게 될 이 작은 반복의 과정엔

나를 깨우고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오랜 기간 반복해도 지겹지 않아

이후로도 지속가능한 '나다운' 습관들이다.

나도 모르게 반복한 나쁜 버릇들,

항상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하는 나의 도전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기호와 취향들을 걸러주고

고고학자의 붓끝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발견처럼

꼭 필요한 것들의 발견을 돕는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

바로 스몰 스텝이다.


나는 다름아닌 내가 하는 아주 작은 선택과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과

오랜시간 쌓여온 습관들의 합이다.

그것이 나를 나되게 하기도 하고

가장 나답지 못한 삶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 작은 스텝들을 한 걸음씩 걸어보라.

하루에 단 20분만 산책을 시작해보라.

하루에 5분만 세 줄을 기록해보라.

외국어를 외우거나

인사이트 넘치는 강연들에 흠뻑 빠져보라.

단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0분을 넘기지 말고

그렇게 두어 달만 지속해보라.

힘든 일을 당할 때도

우울하고 지루해질 때도 빠트리지 말고.


그 작은 습관, 스몰스텝이

당신 깊은 곳에 있는 '당신다움'을 깨울 것이다.

당신을 움직이는 당신만의 숨은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당신의 일상을 깨우고

당신의 일터이자 전쟁터로 돌진할 에너지를 줄 것이다.

지금 해보자.

펜을 들어 세 줄만 써보자.

단 세 줄만.

어렵지도 않고

잃을 것도 없으니까.

지금 한 번 해보자.

단 세 줄만.


p.s. 앞으로 이 곳을 통해 아주 구체적인 방법과

이미 활용 중인 고수들의 사례와

이를 실천할 도구들을 제공함은 물론

가끔씩 강의와 관련된 소식들도 전하고자 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독'해주시길.

당신의 스몰스텝을 응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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