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이야기
스몰 스텝 스케치 #07.
밤새 아이폰 알람이 울렸다.
분 단위로 브런치 구독자 수가 늘었다.
하룻밤에 400번 이상의 공유가 있었고,
3,000분 이상이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셨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스몰 스텝'이란 글을 이 곳 브런치에 소개한 결과다.
그런데 유사한 경험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1,300번 가까운 공유가 있었고,
13,000분 이상이 이 글을 읽어 주셨다
어제는 같은 내용으로 강의도 했다.
'자기고용학교'에서만 두 번째의 기회였다.
브런치의 '스몰 스텝' 관련 글들'한 번'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남다른 반응에 나도 놀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무슨 이유로 사람들은 이런 주제에 끌리게 된 것일까?
강의를 통해 몇 가지 질문을 받게 되었고
스스로도 품어왔던 몇 가지 의문에 대해
답해보고자 한다.
Q. 스몰 스텝, 좋은 습관 만들자는 얘기 아닌가?
맞다.
그런데 아니다.
그 형식은 '습관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몰스텝의 목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즉 '자기발견'의 솔루션으로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브랜드 전문지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창업자들과
성공한 CEO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 삶과 일에서 타인과의 비교나 경쟁보다는
가장 '자기다운' 모습에서
차별화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했다.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그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 고민들 중 하나가 '스몰 스텝'이다.
일에서 성공하고 인생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한 번에 큰 성취를 거두려 애쓰기 보다는
늘 하던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데 더 애를 쓰고 있었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단기간의 성급한 성취보다는
지속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스몰 스텝은 이런 점에서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아주 작은 일도 반복하면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들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해냈고,
작은 일도 전력을 다해 임하고 있었다.
토끼 한 마리도 전력을 다해 잡는 야생의 사자들처럼.
스몰 스텝은 어쩌면 그런 가설에 대한 검증의 과정인 셈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조금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스몰 스텝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 변화를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Q. 스몰 스텝, 그 흔한 자기계발서의 내용 아닌가?
맞다.
그런데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1년에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은 적이 있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그 글과 말들의
허망함 역시 많이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스몰스텝은
그 수백 권의 책이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1년 만에 만들어주었다.
대단한 성과나 성취의 변화가 아니다.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나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굳이 인생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하지 않게 되었으며
일상과 순간의 소중함에 눈뜨게 해주었다.
매일 세 줄을 쓰고,
산책을 하고,
필사를 하는 것이 당장 큰 성과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래서 내가 싫어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스몰스텝은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발견'의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성취나 성과나 성공은 그 다음의 문제다.
나는 1년 전보다 조금 더
나에 대해 더 많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내게 '더 맞는' 삶에 도전할 수 있었다.
Q. 작심삼일, 어떻게 스몰 스텝을 지속할 수 있는가?
좋은 브랜드는
한 번의 성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히트상품으로 좋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그만큼 그것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삼일 정도 흥분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많다.
한 두달 정도 열심히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많이 보았다.
두 세달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은 흔히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평만 2년을 꾸준히 썼더니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서 서평 요청이 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한 해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서평으로 받은 적립금만 백 만원에 가까웠다.
내가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스몰스텝 플래너'를 기록한다.
매일 그 결과를 체크리스트로 남긴다.
단축키 하나를 익혀도 체크를 하고,
가계부 한 번을 써도 체크를 한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 한 번을 해도 기록으로 남기고
팟캐스트 하나를 듣고 TED 동영상을 봐도 표시로 남긴다.
그것이 주는 '아주 작은 성취'의 경험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직접 만들어 쓰고 있는 스몰스텝 플래너, 글 하단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체크하는 기쁨도 있지만
빈 칸을 메우고 싶은 욕구도 본능적이다.
매일 기록하는 '스몰 스텝 플래너'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요즘 스쿼트를 게을리하고 있는 점,
한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한 지가 오래 되었다는 점,
새벽 1시 전 잠들기를 2,3주째 실패하고 있다는 점,
그 빈칸을 메우고 싶어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두어 달을 계속하면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성경 한 장을 읽고
좋아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을 무의식 중에 옮겨 적는다.
출근길 퇴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식사후에
그리고 잠들기 전에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좀 더 쉬워진다.
스몰스텝 플래너를 8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속가능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힘은 바로 '피드백'이다.
내가 하고 있는 스몰스텝들을 주변에 자꾸 소문을 낸다.
그들에게 말하기 위해서라도 의식하게 된다.
작은 칭찬과 격려, SNS의 좋아요와 댓글이 그 피드백들이다.
이렇게 글을 애써 써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Q. 스몰 스텝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스몰 스텝'이란 단어는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란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너무나 오래 되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방법론이다.
우리가 닮고 싶은 많은 사람들은
그 방법은 다를지언정 저마다의 스몰스텝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산책이 그렇고
다산 정약용의 메모 습관이 그렇다.
스몰 스텝은 개인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린' 방식의 경영은
아주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은 개인과 기업, 공공단체가
스몰 스텝의 방법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정교화한 것이다.
누군가는 'Small Habit'이라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전략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론보다는 시작의 이유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몰스텝은 'Why'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나는 누구인가?
가장 나답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5년 이상을 고민했고
수많은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났다.
스몰스텝은 그 오랜 고민의 결과로 찾은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솔루션이다.
Q.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하루에 세 줄을 써보라.
그 날 하루 중 가장 안좋았던 일, 좋았던 일,
그리고 내일에 대한 작은 다짐을.
점심 후나 퇴근할 때 20분만 걸어보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들어보라.
그러면서 타인의 기대와 이목에서 벗어나보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저 그 시간을 즐겨보라.
그런 시간을 가진지가 꽤 오래 되었다는 사실을,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얻은 에너지로
조금 더 디테일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보라.
그때부터는 전적으로 자기 취향에 따를 일이다.
하루에 시 한 편을 읽어볼 수도 있고,
시간을 정해놓고 5분동안 책상을 정리할 수도 있다.
TED나 세바시의 강연을 들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한 곡씩 선곡할 수도 있다.
단 가능하면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하고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나만의 취향을 발견한 이후에
지속가능한지의 여부를 테스트해보라.
정말 그것이 당신다운 '스몰스텝'이라면
자연스럽게 다른 스텝들로 뻗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Conneting the Dots...
스몰스텝은 내 일상에 작은 점 하나를 찍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하늘의 별이라는 점을 이어
그것에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항해사들에겐 목숨줄이 되어주었고
목동들에게는 길잡이가
아이들에겐 놀라운 이야기가 되어주었다.
스몰스텝은 그렇게 내 인생을 발견해가는 작은 점이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습관 하나,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
갑자기 찾아온 기회 혹은 위기,
이런 것들을 기록하고 이어가는 과정이 바로
'나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 스몰스텝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과 기회들을 마주했다.
스타트업에서 같은 주제로
5주에 걸친 워크샵을 여러 번 할 수 있었고
이를 매개로 서너 개의 모임을 만들어
몇 달째 지속하고 있다.
같은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을 만나 강의 제안을 받고 있고,
기업의 직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작은 점'들을 만나도
그냥 흘려버리지만
누군가는 그 점들을 이어
자신을 발견하고 차별화해간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은
평범을 넘어선 비범한 존재가 되고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간다.
우리는 이것을 '휴먼브랜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담갖지 마시라.
우리가 무슨 대단한 '브랜드'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런 결과도 있다는 말일 뿐이다.
나에게 스몰스텝은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기 위한
작은 발전소이다.
그렇게 하루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나의 작은 노력이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에 세 줄을 쓴다.
산책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늠할 수 없는 법이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개인에게뿐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과 성공과 만족으로 이끌 것이란 믿음이 있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그렇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고귀함은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해지는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스몰스텝 플래너' PDF 버전을 아래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