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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내 인생의 첫 책을 쓰고자 하는가?

1.


어느 국회의원의 의뢰를 받고 책을 쓴 적이 있다. 서너 번을 만나 10시간 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날 때 마다 하는 이야기가 너무도 비슷했다. 마치 과거에 매여 사는 듯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국회에서 이뤄낸 일은 많지 않았다. 그 얘기만 거듭해서 듣다보니 글감이 나오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2.


스무 권에 달하는 남의 책을 써본 경험이 있다. 걔중엔 개인도 있고 회사도 있다. 작은 회사도 있고 큰 회사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 출간에 필요한 것은 글솜씨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컨설팅이었다. 개인이라면 퍼스널 브랜딩이, 기업이라면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전문적인 컨설팅이 들어가야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음을 알았다.


3.


그래서 나는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책은 그저 결과물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뽑아내는데 열심을 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사업의 이유가 뚜렷한 사람은 출간을 위해 필요한 분량이 금방 나온다. 그러나 자신만의 '그 무엇'이 없는 사람은 인터뷰를 하다가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책을 낼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도 나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


무려 21명으로부터 책 쓰기의 어려움에 관한 설문을 받았다. 물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글의 소재 찾는 법, 꾸준한 글쓰기의 어려움, 머리 속 생각을 글로 옮기는 어려움, 적절한 자신만의 문체를 찾는 법, 출판 프로세스까지 그 내용은 매우 자세하고 다양했다. 그러나 나는 문제의 핵심이 거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쓰기는 브랜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일단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장의 필요로 하는 질문과 해법을 던지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컨설팅이다.


5.


수십 년 동안 책을 준비한 한 어르신이 하소연을 해왔다. 너무도 공익적인 컨텐츠인데 출간을 안해준다는 원망이었다. 나는 굳이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안스럽고도 답답했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에 갖힌 사람이 적지 않다.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정보라면 출간은 어렵다. 자신은 알지만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출간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6.


가진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나 같은 사람이 쓴 책을 누가 읽어줄까 하는 의구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한 번은 수년 동안 소송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지킨 한 대표를 알게 됐다. 시장을 휩쓴 제품을 만들었지만 경쟁 업체의 집요한 방해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분이었다. 결국 소송을 통해 명예를 회복했지만 남은 건 상처 뿐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그 과정을 책으로 쓰자고 제안을 드렸다. 지금도 그런 과정을 겪는 회사들에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아직 그분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7.


그래서 나는 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책은 그저 결과물일 뿐이다. 내용을 기획하고, 목차를 구성하고, 글감을 윤문하고, 본문을 편집하고, 표지를 디자인하고, 책을 인쇄하고, 강연을 기획하고,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컨설팅 과정을 이해하자고 말한다. 그렇다. 책은 그저 내 생각을 글로, 활자로 옮기는 작업만이 아니다. 내가 가진 핵심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시장이 원하는 언어로, 제품으로,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출간은 한 마디로 브랜딩의 과정이다.


8.


내가 가진 지식과 정보로 책을 내는데 왜 출판사에 돈을 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글이 책이 되는 데에는 출판사의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법이다. 상업 출판이 힘든 이유는 출판사에게 그런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비 출판을 해보지만 오직 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는 어렵다. 나는 정확히 그 딜레마의 중간 지점에서 비버북스를 운영하고자 한다. 상업 출판은 어렵지만 자비 출판은 꺼리는 그분들을 컨설팅해보려 한다.


9.


그렇다면 왜 굳이 우리는 책을 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도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가며 책을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 개인이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방법이 너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거나 두 가지 방법 뿐이다. 글과 말이 전부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 역시 이 두 가지 재주를 가지고 나 스스로를 조금씩 세상에 알리고 있는 중이다. 그 노하우를 출간이라는 과정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10.


나는 안다. 자신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서툴거나 경험이 없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르고 가장 경제적인 방법임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 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책을 만들지 말자. 아까운 나무만 희생하는 무의미한 길이다. 출간이 아닌 브랜딩을 목적으로 책을 기획해보자. 글을 써보자. 필요하다면 전문가도 찾아보자. 나는 여전히 나를 브랜딩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이 출간이라고 생각한다. 혹이라도 더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제안해달라.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여기까지다.





p.s. 글쓰기와 책 출간에 관한 고민과 정보,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댓글에 나와 있는 링크로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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