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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들도 가끔은 수다를 떤다

1.


오래 전 회사 동료 Y를 만났다. 그는 웹 에이전시 바이널과 네이버 라인을 거쳐 현재 네이버 계열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연봉이 못해도 1억은 가뿐히 넘을 베테랑 기획자가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그는 고민이 많다. 큰 회사지만 앞으로의 비전이 명확치 않고 자신의 입지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독립한 나에게 관심이 많다. 한 번은 실제로 회사를 뛰쳐나와 호되게 쓴 맛을 본 경험도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고민과 대화를 나누었을까?


2.


일단 나는 그의 완벽주의, 혹은 완벽주의 지향적인 그의 태도를 꼬집었다. 같이 얘기를 나누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그는 실천하지 않는다. 그를 위한 강의 프로그램까지 준비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계획을 취소한 적도 있다. 나는 고민만 가득하고 실천하지 않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절실함이 덜해서 그런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는 과이비와 대출 이자만 해도 한달에 500이 넘는 외벌이 살림을 이어가고 있다. 6개월 뒤엔 회사를 자의든 타의든 관둬야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그는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3.


나는 100여 개 가까운 스몰 브랜드를 만나오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공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무모할 만큼 실행력이 좋다는 것이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대기업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일수록 완벽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석하고 연구하지만 액션은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절실함에 기반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도전을 반복해왔다. 궁금하면 물어보고,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제안부터 했다. 그런 시도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7년의 개인사업자 생활은 없었을 것이다.


4.


그래서 오늘은 생산적인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그가 페이스북과 브런치를 통한 글쓰기에 매몰된 나에게 영상 제작을 권유했다. 물론 나는 간간히 유튜브와 릴스에 영상도 올려보고 다른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한 번 촬영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내일 새벽부터 매일 유튜브에서 라이브를 해보고 이 영상을 다시 유료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글쓰기 등에 관한 나의 컨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업데이트해보기로 한 것이다.


5.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나의 수입 구조는 내가 아프면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다. 회사 동료는 이를 지적했고 자신의 컨텐츠를 상업적인 영상 구매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여러 사례를 직접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런 후반 작업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 운영할 수 있는 노션 페이지도 만들었고 BPM(brand, press, media)라는 프로젝트 명도 만들었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생명력 있는 프로젝트로 함께 월 2000의 목표를 달성해보자는 의도였다.


6.


나는 오늘 오전 같은 모임의 운영자인 어느 팀장으로부터 함께 얘기하니 속이 후련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회사 동료는 나를 만나 가슴이 뛴다고 했다. 나는 나의 존재로 인해 시들해진 꽃들이 피어나는 듯한 이런 장면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한 사람을 살리는 경험처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물론 그건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아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을 확인하며 되살아나곤 한다. 오늘 이 두 사람을 만나길 정말 잘했다 싶다.


7.


나는 타인들에게 보여줄 한강 뷰의 사무실이 없다. 한 해 10억을 벌었다는 배포 좋은 공약도 걸지 못하겠다. 그저 예술 관련 학과를 지망하는 두 아이의 과외비 정도는 댈 수 있을 정도로 벌고 있는게 전부다. 그러나 나이 50을 갓넘긴 중년의 남자가 두 명의 대학생을 건사하려면 월 천의 수입으로는 한참 부족한게 현실이다. 그래서 회사 동료와 2024년에는 월 2000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보자고 의기 투합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고군분투하는 일련의 과정을 사람들에게 상세히 보여주기로 했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그 시간들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서다.


8.


나는 내일 아침부터 글쓰기와 출간,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라이브 영상을 찍어볼 참이다. 마음을 먹었으니 최소한 1년은 지속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영상을 상품화해 온라인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책을 통해 바이럴을 하듯이 이제 영상으로 나의 생각과 경험, 지식과 노하루를 배포할 생각이다. 체계적인 프로세스 관리에 능한 옛 동료의 도움을 받아 수익을 셰어해볼 생각이다. 안되면 또 다른 컨텐츠로 도전해보면 그만이다.


9.


회사 동료가 내게 물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래도 60대 중반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이름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혼자 하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보람도 있다. 나는 내 삶이 월 1억 벌기 정도의 목표에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 내 삶은 타인과의 협업을 통해 가치있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나도 그도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게 주말 오후 열띤 수다를 떨고 온 가장 큰 이유이다.




https://www.youtube.com/live/rdYAEB4DpDQ?si=MBJLzSAmz2e0ET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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