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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1.


어제는 7년째 코칭 일을 하는 한 대표님을 만났다. 왜 나를 만났는지 물어보니 뭐라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책을 내기도 전 했던 강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나를 브랜딩했는지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렸다. 1시간 안에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그 대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진정성 있을 거라 생각했다.


2.


마흔 중반에 갑자기 회사를 나와서 혼자가 됐다. 브랜드 전문지에서 7년 이상을 일했지만 개인이 된 나는 무쓸모에 가까웠다. 와이프가 편의점에서 하는 주말 밤샘 알바 하나를 소개해줬다. 그렇게 한달에 8번 밤을 새면 90만원을 준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다음날 바로 나를 '팔러' 다녔다. 다행에서 내가 다니던 회사를 찾아왔던 대표로부터 일 하나를 땄다. 최선을 다한 결과 대여섯 곳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독립 후 첫 해를 어렵게 넘겼다.


3.


나는 어느 누구보다 나를 브랜딩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유니타스브랜드라는 브랜딩 전문지에서 나의 파트는 '휴먼 브랜딩'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사람을 모델로 개념화하는 작업은 크게 재미가 없었다. '자기다움'이란 책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편집하고 만들었지만 내가 확신이 없으니 책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다. 거기서 '스몰 스텝'이란 말을 찾았다. 그 책엔 내 일상에 힘을 주는 실천의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습관'이란 주제를 '브랜딩'이란 말로 바꾸고 실천을 시작했다.


4.


새벽 기상, 산책, 세줄일기, 영어단어 5개 외우기 등 아주 소소한 실천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찾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기록들을 브런치에 써내려갔다. 그 중 하나의 글이 터지면서 밤새 알람이 울리는 일이 일어났다. 하나의 글을 10만 명 넘게 읽는 일이 생기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그때만 해도 책을 출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새벽마다 판매 순위를 챙겼다. 이제서야 고백컨대 그건 쓸데없는 노력이었다. 책은 출판사가 대신 팔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는 내 책을 직접 팔기로 했다.


5.


강연 사이트에 무료 강의 공고를 올렸다. 물론 내 책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모인 5명이 6개월 후엔 100명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0명이 넘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없었다. 10여 명의 운영진이 모든 작업을 대신해주었다. 장소를 빌리고, 모객을 하고, 홍보까지 해주었다. 코로나 직전까지 우리는 매달 보여 '스몰 스텝'을 이야기했다. 1주년 행사 때는 1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6.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이 모임은 사실상 와해되는 결과를 맞았다. 운영진 중 한 명이 매일 광고 글을 올려 금지했더니 장문의 반박문을 올렸다. 함께 웃고 떠들던 운영진 10명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내 반응이 미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팬덤으로 불리는 커뮤니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가장 나를 믿고 따를 줄 알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를 떠났다. 그러나 그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 때문에 모인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7.


그즈음 나는 개인 사업자로 일하면서 60여 개 이상의 작은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대기업의 이야기만 다루던 나는 이제 먹고 살기 위해 이 작은 가게와 학원, 병원, 식당을 브랜딩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이름도 짓고 카피도 쓰고 마케팅 전략도 짜는 등의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 깨닫게 되었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내가 배운 브랜딩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심지어 개인 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8.


나는 이런 개인과 회사들에 '스몰 브랜드'란 이름을 붙이고(브랜드 전문지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내용이다) 그 경험담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런치에 1700여 개에 달하는 글을 썼다.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관련 책도 냈다. 스몰 스텝에서 스몰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나의 키워드를 옮겨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관련된 100여 명의 모임도 만들었다. 이제 '스몰' 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9.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내 이름 석자를 알렸다. 그리고 꾸준히 그 일을 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어보고 그 일을 했다. 그 과정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매일 매일 기록했다. 그 결과 지금은 미술과 음악을 하는 두 아이 과외 정도는 가능한 벌이를 수년 째 이어가고 있다.


10.


브랜딩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최인아 씨가 쓴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책의 제목을 곱씹어 보면 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문장 안에 브랜딩의 비밀이 담겨 있다.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비용을 치루고 나를 찾을 수 있는 일이라야만 한다. 그리고 세상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 접점에서 한 사람은 비로소 브랜드가 될 수 있다.


11.


나는 하루 전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었다. 내가 쓴 전자책을 보낸 결과 하루 만에 스무 명 이상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내가 집중할 일 중 하나인 '비버북스' 출판사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기존의 출판사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그러나 내가 도울 수 있는 비즈니스의 윤곽이 잡혔다. 이 일을 도와줄 멘토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매일 나의 잠재적인 소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제안을 한다. 그런 지치지 않는 실행력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다.


12.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될 생각이 없다. 나의 가족들을 건사할 수준의 벌이만 있어도 만족한다. 아직 집도 없지만 지금의 전셋집에 만족한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게 있다. 바로 스몰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고군분투에 공감하며, 그들이 이룬 작은 성공들을 변변치 않은 내 글솜씨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들의 노하우를 책과 글로 엮어 세상에 배포하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이 정말로 재미있고 보람되다. 올해는 매주 한 번씩 온라인 실시간 컨설팅을 시작했다. 내가 배운 것들로 그들을 돕기 위해서다.


13.


사업 모델 치고는 너무 나이브한 설명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굳이 반박하고 싶진 않다. 결혼식 때 장인 어른이 주례 목사님에게 한 대답도 비슷했으니까.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란 인간은 그런 사람인 것을. 나는 글쓰고 말하는 재주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스몰 브랜드'란 뚜렷한 키워드를 찾았다. 그것이 수없이 많은 작은 사업자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14.


그러니 월 천, 월 억 수입으로 세상을 현혹하는 사람들을 부디 멀리하기 바란다. 그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브랜딩의 목적은 아니다. 브랜딩이란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불만, 결핍과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 일이 아주 작은 일이면 어떤가. 당신이 존재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브랜드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기 때문이다.


15.


그러니 나를 돌아보자. 나의 가장 첫 번째 고객인 나를 만족시키자. 내가 가진 것들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자.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보자. 그리고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세상은 정말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자신만의 해법을 내놓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다. 사회에 공헌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한 리워드를 얻는게 자본주의다. 다만 그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 당신도, 고객도 만족해야 한다.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당신의 브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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