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종의 스마트 링을 만드는 회사의 마케팅 팀장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현재 애플과 삼성이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는 그 링 제품입니다. 물론 이 회사는 지난 수 년간 해당 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오늘 만난 담당자도 1년 넘게 고군분투 중입니다. 그런데 과연 어마어마한 골리앗들이 들어오는 시장에서 견뎌낼 수 있을까요. 이런 의구심을 품고 조심스럽게 미팅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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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듣다 보니 이 회사에는 어마어마한 무기가 하나 있었더군요. 바로 스마트링에 은과 금 등의 귀금속 재질을 쓸 수 있는 특허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특허 때문에 애플도 삼성도 은과 금으로 된 스마트 링을 만들지 못합니다. 대체제인 다른 재질을 쓸 수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위시한 해당 제품들은 해마다 두 배의 스펙을 뽑아내는, 심지어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들지도 모른다는 완성도의 기술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이 작은 회사에 그런 기술력이 있을리는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쯤에서 저는 아주 원론적인,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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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께 물었습니다. 이 제품은 쥬얼리인가요? 스마트 링인가요? 생긴 모습은 누가 봐도 주얼리인데 교통 가능 기능을 비롯한 NFC 기술이 들어간 제품입니다.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렸더니 놀라운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건 팀장님도, 심지어 대표님도 모른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제품의 정체성에 대해 회사 조차도 답을 내리지 못한채 어정쩡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로써 구체적인 마케팅에 대한 모든 고민이 무의미해졌습니다. 파는 사람도 정확히 정의내리지 못하는 제품을 누가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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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스와치는 일본의 저가 시계 공세에 몰려 놀라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시계'를 만들지 않기로 합니다. 그대신 그날 그날의 옷차림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회사로 방향 전환을 결정합니다.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 제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나니 회사의 성격을 바꿀 명분이 생겼습니다. 지금의 시계 브랜드가 스마트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이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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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팀장님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잘못된 질문에 어떻게 올바른 답을 줄 수가 있겠습니까. 회사조차도 자신이 만든 것이 주얼리 제품인지, 스마트 제품인지를 알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마케팅 담당자가 헷갈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얼리 제품의 타겟과 스마트 링의 타겟은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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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질문에 주얼리로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마트 링 시장은 재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경쟁력도 없는 블루 오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얼리 시장은 다릅니다. 럭셔리 브랜드도 있지만 1,2만원짜리 액세서리 시장도 있습니다. 이런 액세서리를 사는 친구들은 교통 카드 기능이 절실한 연령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마케팅 팀장은 십 수년 이상 주얼리 시장에서 일해왔습니다. 지금보다 단가를 낮춰 이 타겟에 적합한 제품 개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스마트 링 시장으로 가면 저가 중국산 제품도 즐비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원가율이 8,90%에 달합니다. 선택지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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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대표는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에 가깝습니다. 회사의 방향이 스마트 링으로 쏠리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내가 가진 제품을 세상이 원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기술장와 장인들이 취약한 영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만을 고집합니다. 반면 세상이 원하는 것들엔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이 추앙받는 시절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로 넘쳐납니다. 나의 필요와 문제, 결핍과 불안을 채우지 못하는 제품에는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대체제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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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혹이라도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한 브랜드가 있다면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내가 만드는 제품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타겟도 함께 선명해집니다. 주얼리 시장과 스마트 링 시장은 그 타겟이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 만난 팀장님께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회사가, 대표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면 당신이 할 일도 많지 않다. 그 어떤 마케팅도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대표에게서 답을 얻어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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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1인 기업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원하는게 이게 맞는지 계속해서 물어봅니다. 오늘의 이 온라인 컨설팅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지난 1년 간 스브연 활동을 해왔지만 이 분의 진짜 고민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1시간 반 동안의 컨설팅을 통해 이 브랜드의 문제점을 비교적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늘 만난 팀장님도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자신의 정체성이 명확해야 고객도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브랜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