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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사업가의 심장'이 있습니까?

1.


삼수생인 아들이 호원대 입시에서 떨어졌다. 10명 정원에 11번째 예비 번호를 받았으니 입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는 결과를 보여주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는 뭐라고 했는지도 모를 격려의 말을 남기고 방을 나왔다. 그러자 아들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마음 한쪽이 쿵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오랫동안 멍한 채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2.


아들이 학교를 그만둔건 중3때의 일이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결국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안학교를 거쳐 홀로 기타를 공부했다. 그렇게 계원예고에 입학했지만 6개월을 견디지 못했다. 다시 혼자가 된 아들은 검정고시로 작년 호원대에 합격했다. 그러나 아들은 서울예대를 목표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그 실패를 맛보고 있다.


3.


어느 사업가를 만났다.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마트 알바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거기서 사업가적 수완을 익혔다. 많이 팔리지만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 신라면과 상대적으로 적게 팔리지만 남는게 많은 한국 음반과 CD의 차이에 눈을 떴다. 알바가 아닌 사업가의 눈으로 마트 일을 바라본 결과였다. 그는 호주의 한인 상가 한켠에 조그만 서점 하나를 오픈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한류의 영향으로 대박이 났다. 서점을 팔아 2층짜리 수영장 딸린 저택을 샀다.


4.


전공이 영화인지라 한국 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질 좋은 상품을 호주에 공급하는 마트 사업도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이해피몰'은 호주에서 한국 상품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형 마트로 성장했다. 그는  동시에 호주 비자를 얻을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호주의 호텔들이 한국의 젊은 인력을 선호하면서 이 사업도 대박이 났다.


5.


그는 한국에 돌아와 호주 비자를 대행하는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호주에 진출하는 한국 회사들의 지사 설치를 대신해주는 일도 병행했다. 지금은 네팔에 직항기를 뛰우고, 한국 마트를 입점시키고, 네팔 인력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사업을 네팔문화원과 함께 하고 있다. 아울러 우연히 인수한 하우스웨딩홀을 궤도에 올려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를 논의 중이다. 이 웨딩홀은 한해 매출 20억에 수익률이 40%가 넘는다.


6.


물론 그가 성공만 거둔건 아니었다. 숱한 실패의 고배도 마셨다. 그러나 그가 꾸준히 한 일 중의 하나는 하루 10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하루 2개 정도로 줄었지만 생각하면  실행하는 그의 습관은 여전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사자의 심장으로 일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절대 도전하지 않는 수많은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7.


직장인과 사업가의 마인드(심장)는 다르다. 그가 어느 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온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해보면 어떻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자 며칠 뒤 그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물건을 팔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냥 대표님이 지시한대로 수정을 하며 월급을 받겠다고 말했다 한다. 이렇듯 직장인과 사업가는 다른 심장으로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8.


나는 우리 아들이 사자의 심장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세상은 멘탈 싸움이다.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만원 받기도 힘든 반면 누군가는 하루에 천 만원도 일억도 번다. 나는 그 차이가 꼭 능력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엔 가장 흔한 사람이 무자본 노동으로 월 천, 월 억을 광고하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 절반 이상은 사기꾼이리라.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돈을 번다. 사자가 아니라 사자인척 하면서도 말이다(물론 나는 그렇게 일하고 싶진 않다).


9.


사업가의 심장을 가진 사람은 꾸준히 계획하는 사람이다. 아주 작은 생각이라도 실행해보는 사람이다. 실패를 해도 금방 일어서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불편과 결핍과 불안과 필요를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 Needs와 Wants를 이해하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자의 심장을 가진, 사자의 꿈(노인과 바다에 나온)을 꾸는 사업가라고 부른다.


10.


나 역시 사자의 심장을 가지기로 했다. 그동안은 혼자 일한다는 핑계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강조하는 장사꾼의 심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나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거절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볼 생각이다. 그 시작은 아마도 '비버북스'라는 출판사가 될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을, 제대로 된 책을 만들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생각이다.


11.


나는 말로 아들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 내가 한 일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얼마간의 용돈을 준 게 전부다. 다행히 아들은 독하게 한 번 더 도전해보겠다 한다. 그 다음엔 다른 진로도 생각해보겠다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며 나 역시 혼자 다짐을 한다. 정말 선한, 착한 사업가는 싸게 파는 사람이 아니다.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올해 사자의 심장, 사업가의 마인드로 8년째 개인 사업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 아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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