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가 서랍 형태로 된 수납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사용자 중 한 사람이 층층이 고양이가 들어가 앉은 후기를 올렸다. 전혀 뜻밖의 이 모습을 보고 전국의 집사들이 이 수납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회사는 '고양이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이 제품을 다시 홍보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내가 꼭 한번 사고 싶은 수납장, 아니 캣타워이다.
2.
한때 유명했던 라이트닝 귀이개를 개발한 회사가 새로운 치간칫솔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덴티픽스. 하지만 이 제품을 들고 나를 찾아온 팀장님은 재미있는 또다른 기능을 알려주었다. 바로 키보드나 이어폰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하다는 점이었다. 흥미로운 생각에 쿠팡을 검색했더니 이만한 제품을 찾지 못하겠다. 굳이 키보드를 뽑지 않고도 얇은 솔이 키보드의 깊숙한 곳까지 말끔하게 청소해준다.
3.
제품이든 사람이든 가장 행복한 이는 자신의 '쓸모'를 찾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쓰임받아 보람되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신의 쓸모를 찾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이런 발견은 절대로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3M의 포스트잇도, 씨리얼도 수많은 도전 끝에 얻어진 우연일 따름이다. 그러니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쓸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어선 안된다.
4.
나의 요즘 최고의 고민이자 화두는 사업의 스케일을 키우는 방법이다. 15년 간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회사밖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홀로 된 후 7년의 삶을 영위해오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업'이란 것에 눈뜨게 되었다. 나의 이름과 능력을 걸고 일하는 이 삶이 직장인의 삶보다 열 배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5.
직장인과 사업가는 그 쓸모가 엄청나게 다르다. 사업가는 리스크가 큰 만큼 성취의 기쁨도 크다. 물론 직장인에 삶에서 더 큰 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아니다. 권위의식과 틀에 박힌 일을 싫어하는 나는 매번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을 하는 이 삶이 좋다.
6.
고양이 아파트의 탄생의 시작은 어느 소비자의 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사업화한 사람은 사업가의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덴티픽스의 또 다른 쓸모는 어느 직장인의 끈질긴 연구와 관찰의 결과였다. 나 역시 글과 말에 능한 나의 장점을 살려 끊임없이 나의 쓸모를 찾아 고민한 결과 지금의 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7.
그러니 생각의 상자 속에 갇히지 말자. 지금의 일도 만족스럽지만 올해 또 한 번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한다. 좋은 글을 찾아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름만 출판사이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은 '책을 통한 개인과 회사의 브랜딩을 돕는 일'이다.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의 대표로 일하는 일은 전혀 따른 쓸모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도전이 두렵지 않다. 나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는 일만큼 가슴 뛰는 일도 다시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