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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만났던 K에게...

1.


아마 당신도 기억할 겁니다. 저와 인터뷰했던 그 날을. 브랜드 전문지 기자의 눈에 당신은 호기심 많고 순수하고 열정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솔직하기까지 했습니다. 제 질문이 너무 어렵다며 수줍은 듯 기죽어보이던 그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어느 날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더군요. 책도 쓰고 돈도 벌고 무엇보다 유명한 유튜버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흐뭇했습니다. 세상이 보기에 내세울 것 없는 사람도 충분히 부자가 되고 셀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는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2.


당신은 지방대 출신인걸 매우 부끄러워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지방국립대 출신이니 크게 다를 것 없어 오히려 그 점이 조금 딱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교가 자랑스러운 대상도, 그렇다고 부끄러운 대상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당신이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심지어 대한민국 상위 1%의 반열에 들었다며 자랑할 때는 부럽기조차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당신을 잊고 살았습니다. 저도 먹고 살기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아래의 사진에서 당신의 이름과 얼굴을 찾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나요? 혹 내가 생각하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나요.


3.


저는 의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브랜드를 15년 동안 공부했지만 한 번도 전적으로 이 지식을 신뢰하고 믿어본적이 없습니다. 제 질문은 이런 거였어요. 이런 지식이 동네 과일 가게에도, 카페에도, 식당에도 적용되는 지식인가 하는 거였습니다. 자본도 인력도 기술도 영향력도 막강한 거대 기업들의 브랜딩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세상에 쓸데없는게 대기업, 연예인 걱정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작은 기업, 개인의 브랜딩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딩, 자기계발, 동기부여 등의 키워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자청도, 신사임당도, 그리고 당신도 알게 되었습니다.


4.


그러다가 이제는 이런 성공?한 개인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렵던 과거를 딛고 일어나 수억의 자산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를 따라하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월천을 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쓴 글이나 책을 읽다보면 한 가지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공을 전제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 스토리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그 단계까지 가기의 과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자청의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를 돕는 사업을 통해 갑자기 한 달 만에 월 삼천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적어도 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5.


그런데 이들의 전략은 시장에서 너무도 잘 통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류에 가까운 소위 성공 셀럽들이 우후죽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전략도 매우 비슷했습니다. 일단 '성공'을 전제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하면, 자신이 쓴 책(그것도 PDF)을 읽으면, 강의를 들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는 그들과 똑같은 논리로 개인 사업자들을 위한 협회까지 만들더군요. 문제는 이들의 활동에 대한 어떤 흔적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협회는 1년 만에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연회 1200만원의 고가 수업이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게 저는 놀라웠습니다(이 내용은 그 협회의 창업자?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6.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명단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이미 당신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여러 권의 책을 써냈고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공에 당신의 유튜브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거기에 자청도, 신사임당도, 그리고 아래 그림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당신들만의 카르텔이 있다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바였습니다. 서로 서로 돕고 있다는게 채널만 봐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당신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하나같이 10억, 100억의 성공 그 자체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그 성공의 스토리를 확인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7.


한 가지 추론은 이렇습니다. 당신들의 유니버스에서 실체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거짓인 경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허상과 같은 실체 없는 성공에 보통의 사람들이 빚을 내가며, 대출을 받아가며 달려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곤 새까맣게 타서 낙오되어 버리죠. 돈을 버는 건 오직 당신들입니다. 마치 다단계 같습니다. 맨 꼭대기의 소수들만 돈을 버는 시장입니다. 그리고 그 성공은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거대한 애벌리 기둥과 같습니다. 그 끝을 따라가다보면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세계가 나옵니다. 그러나 그 기둥의 끝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8.


저는 이 시장이 더 이상 왜곡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10억, 100억의 자산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거기엔 충분한 이유와 근거와 인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어려운게 돈을 버는 거잖아요. 당신들의 책과 강의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성공처럼 쉬운 것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로또와 같은 천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개인사업자로, 소상공인으로 부자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일을 쉽게 이룰 수 있다고 하는 당신들 약속의 90%는 거짓일겁니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성공 포르노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익을 취하는 (불법은 아닐지라도) 더티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9.


저는 15년 동안의 노력으로 겨우 책 세 권을 썼고 아직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이 말하는 월천의 수익은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의 증거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2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려 내 이름을 걸고 돈을 벌지만 매번 위태합니다. 다음 달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이 개인 사업자의 삶입니다. 다만 예능을 공부하는 두 아이의 학원비를 대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제가 일하는 이 영역이 성공 포르노란 이름으로 더럽혀지고 왜곡되는게 싫습니다. 수십 년 걸리는 길임에 분명한데도 단 한 두달만에 도달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는 당신들이 싫습니다. 그 거짓말로 부를 이루는 것이 묵인되는 세상이 불편합니다.


10.


저는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천의 수입은, 연 십억의 수입은 그 결과일뿐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명예와 같은 이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와 명예 없이도 세상에서 조용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 결과가 부일 수도 있겠으나, 명예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진짜 작은 브랜드들이 작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조그만 스몰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전세라도 집이 있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경제력과, 스몰 브랜드를 정말 돕기 원하는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출판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11.


자청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자칭 자청 유니버스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질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 당신의 이름을 발견한 제 마음은 착잡합니다. 선하게, 정직하게 돈을 버는 건 어렵고 힘이 들고 빛이 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거짓으로 다른 사람들의 희망과 꿈을 먹고 사는 건 비겁하고 부도덕합니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떳떳치 않아 보입니다. 어서 그 세계에서 나와 정도를 걸은 진짜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도 지금 그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목은 '스몰 리치; 당신 옆의 작은 부자들' 입니다. 언제 나올진 모르겠으나 제 옆의 정직하고 더디 가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당신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 세계에서 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진짜 성공, 진짜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 역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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