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대학생 두 명이 '감자총'을 판매하기로 합니다. PVC 파이프에 감자를 우겨넣고 헤어스프레이를 분사한 다음 불꽃을 일으키기만 하면 감자가 수백 미터나 날아가는 총이었습니다. 왜 대학생들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하여튼 그들은 만드는 방법을 DVD로 팔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때 그들은 구글에 광고를 했습니다. 문제는 팔리면 팔릴수록 구글의 광고비도 함께 증가한다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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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냅니다. 그건 사람들이 감자총을 만들기 위해 가장 힘들어가는 것이 관련된 재료들을 사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마 우리와 달리 미국은 파이프며 바비큐 점화기 같은 제품들을 사기 위해 차를 타고 멀리 있는 마트를 찾아가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DVD와 함께 재료들을 패키지로 묶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광고비가 올랐음에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고객들의 '숨은 필요'를 알아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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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브랜슨이 쓴 '마케팅 설계자'란 책의 서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나는 이 내용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미국이라는 환경을 전제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마케팅은 사람들의 문제와 불안, 필요와 결핍을 제품과 서비스로 해결해주고 해소해주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옛날과 달리 제품과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 됨에 따라 이 과정에 수많은 마케팅 아이디어과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원리는 '마케팅 천재 맥스'에 나오듯이 원시인이 돌로 만든 바퀴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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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셀 브랜슨은 이 과정을 체계화하고 모델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니까 성공하는 마케팅에는 일종의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책을 통해서 웅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지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자총 판매법은 이미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감자튀김과 콜라를 파는 것으로 실행한 바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주 메뉴인 햄버거가 아닌 감자튀김과 콜라에서 주된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좀 더 나아가 프린터를 싸게 팔고 잉크와 토너를 비싸게 파는 사례도 함께 언급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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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과정을 마치 새로운 전략이나 마케팅 신지식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형상은 소위 무자본 지식 산업, 퍼스널 브랜딩의 영역에서 두드러집니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어떤 개인과 회사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을 영위합니다. 그런데 굳이 한 가지 더하자면 지식 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저자, 강연자, 코치, 컨설턴트, 디지털 강좌, 회원제 사이트, 교육 및 훈련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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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이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러셀 브랜슨의 이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금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마케팅 설계자에 나오는 것처럼 고객에게 무료 아이템을 배포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단톡방이나 카페 같은 커뮤니티로 사람들을 유도합니다. 거기서 무료 강좌를 통해 유료 서비스로 유입시키는, 이른바 깔때기(퍼널) 같은 프로세스를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는 팬덤이나 커뮤니티 전략을 강조합니다. 결국 사람들을 모아야 저신이 가진 정보나 지적 자산을 판매할 수 있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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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부터 일어납니다. 그 지식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아니니 유명세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지식이나 정보를 팔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 살짝 거짓을 더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강 뷰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명차를 가지고 있다, 한달에 수천 수억을 번다 식의 어그로를 끌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다소 과장 광고를 허용하는 우리나라 법 문화도 한 몫 한 듯 합니다. 음식이나 의약품에 적용되는 엄격함이 이 지식산업에는 잘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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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설계자는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가 주식아니 코인 등의 지식을 알아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처럼 마케팅의 영역에서서 그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니까요. 누구나 아는 만큼 남에게 당하지 않는 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뭔가 센세이셔널한 비법이 숨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혹세무민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거든요. 뭔가 꼼수와 비약, 과장이 안그래도 불안한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 같아 보기에 영 좋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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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러분도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저자 러셀 브랜슨은 남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에 홍보 전단지를 수집하던 마케팅에 미친 괴짜이자 천재였습니다. 그래서 감자총 뿐만 아니라 관습대로 물건을 팔던 시대에 나름의 혁명을 가져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점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사람은 아니라는게 제 판단입니다. 그러니 그에게서 취할 것은 취하되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대하는 건 위험합니다. 자칫 성공팔이들처럼 이 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거짓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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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진정성은 통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잠깐 속일 수는 있으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근 들어 자신만의 책을 내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판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감자총의 재료를 사기 귀찮아 하는 것처럼 그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1년 간의 책쓰기 프로젝트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목적이 단순한 출간이 아니라 그 과정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자 하는 숨은 욕구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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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정말로 깊이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1년 간 자신의 비즈니스와 사업에 대해 7분의 동료들과 깊이 토론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책을 내는 것이 아닌 그 과정을 써포트해주는 15년 경력의 전문 컨설턴트가 함께 한다면 또 어떨까요? 단순히 돈을 주고 책을 내는 자비 출판이나 기획 출판과는 차별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이 과정을 정말 재밌고 신나게 리드할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이 제안이 깔때기처럼 여겨진다구요. 맞습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p.s. 1년 동안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수다 떨면서 한 권 책을 출간해보고 싶은 분들을 찾습니다. 과정이 재미와 보람은 보장하겠습니다. 신청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