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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Feb 20. 2024
1.
처음부터 회사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내 주제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하는 일은 그저 글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의글을 윤문해주는 일을 꾸준히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출판사와 연결하는 일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느 시대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러나 책을 내고 싶어하는 불균형의 상황에서 나는 갈등했다. 그리고 그 일을 내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출판사를 시작하기로 한 이유였다.
2.
그러나 출판을 하는 일에는 돈이 든다. 적어도 4,5권의 좋은 책을 만들어 신뢰할 수 있는 출간 라인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와 주변 대표님들께 조심스레 여쭤보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생각이 있는데 투자가 가능할까요? 놀랍게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선뜻 적지 않은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에 고무된 내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대표님께 말을 했다가 쓴소리를 들었다. 그 대표님의 이야기는 단순 명료했다. 오랜 경험으로 작가로서는 신뢰를 하나 사업가로서는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투자 설명회를 요청했다.
3.
이렇게 출판사를 만들기 위한 쌈짓돈?을 준비하려던 내가 지금은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다. 투자 여부를 떠나 사업가로서의 내가 준비된 사람인지를 평가받고 싶어서다. 개인이 하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난 7년 간 혼자 일하면서 편하게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은 그런 소꿉장난 같은 생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개인 사업자는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쉴 때 쉬면 된다. 회계도 부가세와 종소세 정도만 챙기면 된다. 그러나 내가 내고 싶은 책을 좀 더 잘 만들어보려고 하니 두배 세배로 부지런해져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4.
함께 기획을 사람을 찾았다. 함께 디자인해줄 분도 섭외 중이다. 이미 영업을 도와주고 계신 분도 있다. 이렇게 판을 벌려놓고 투자를 받으려고 보니 프리랜서와 사업가의 차이를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결국 핵심은 신뢰를 얻는 일이다. 내가 투자한 돈이 제대로 쓰이고 수익을 내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덜어내고 실제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좋은 면만 보면 사업가는 일을 하지 않고도 수익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를 완성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프리랜서로 살 때는 쓰지 않던 수많은 일의 근육을 써야만 한다.
5.
혼자 일하는 사람을 흔히 개인사업자, 1인 사업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혼자서는 결코 '사업가'로 일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매출을 만들어내는 일은 단순히 협업을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비교할 수 없는 책임이 따른다. 나는 지금 출판사 설립을 위한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있다. 타인의 사업 계획서를 만들던 경험이 있지만 이 일을 하고 있는 내 마음은 그 자세가 사뭇 다르다. 나는 앞으로 이 경험을 매일 글로 써보고자 한다.
6.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과 개인의 경험을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믿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현실에 안주하면 글감은 나오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정확히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는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작가로 남을 수 있다. 나의 출판사 도전기는 어쩌면 또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7.
그러나 나는 이 일의 가치를 안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좋은 작가에서 좋은 사업가로 점프하는 일은 그 시작부터 정신이 바짝 드는 일이다. 나는 개인과 작은 회사의 브랜딩을 돕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 그 길을 출판과 플랫폼 사업이라는 도전으로 증명해보이려 한다. 그 길이 꽃길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피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삶이란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가는 과정이니까.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 괜찮은 사업가로 일하고 싶다. 요즘은 매일 새벽까지 고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도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정신이 말짱하다. 긴장이 흐른다. 이 시대의 모든 사업가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