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간 최소 100여 개의 크고 작은 브랜드와 일을 해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은 학원, 병원, 식당을 비롯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1인 기업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분들도 활용할 수 있는, 작은 브랜드에 최적화된 브랜딩 지식을 솔루션화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 결과 '스몰 브랜딩의 정석'이란 책(현재 출판 준비 중이다)을 쓸 수 있었고 적용 가능한 사례집과 워크시트를 PDF로 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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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브랜드 전문지에서 일하며 배웠던 지식과 노하우들이 정작 그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들로 수천, 수억 짜리 프로젝트만 보아왔던 나로써는 맥 풀리는 일이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도출하고, 컨셉을 잡고, 네이밍을 하고, 카피를 쓰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브랜딩의 대부분인 건 맞다. 그러나 동네 과일 가게, 카페의 가장 큰 관심은 생존을 위한 매출이다. 게다가 그들에겐 돈이 없다. 이거 어쩌나. 지난 7년 동안 많이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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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어쩌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세련되고 멋있는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련된 책은 정말 누구 못지 않게 수도 없이 읽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과 인력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의 전략이었다. 오늘 진행한 실시간 컨설팅만 해도 그렇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지, 컨셉은 커녕 마케팅 전략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기에 이 브랜드에 대해서는 기대도, 애정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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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사람은 이 회사의 마케팅 팀장이었다. 이 브랜드를 키워보고 싶다고, 애정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의 디자인이 전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멋진 브랜딩을 해보고 싶지만 자기 제품엔 애정이 없었다. 나는 그럴거면 회사를 나오라고 했다. 아마 지난 1년 간 함께 모임을 진행했던 운영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심이었다.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 제품을 누구에게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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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외로 이런 분들이 정말 많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은 나름의 포스가 있다. 자신감일 수도 자존감일 수도 있다. 그들의 눈은 반짝인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전혀 거침이 없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장사가 안된다, 매출이 안된다며 풀죽은 얼굴을 하고 솔루션을 찾는다. 기가 막힌 마케팅 컨셉과 전략을 고민한다. 그런데 그냥 고민만 한다. 책을 사서 읽지만 죄다 해외 브랜드거나 성공한 국내의 큰 브랜드들이다. 적용이 어렵다. 그래서 핑계를 댄다. 경기가 안좋아서, 타겟을 이해 못해서, 마케팅 전략이 없어서... 아니다. 그 자신들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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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다. 문제는 대표 그 자신이다. 화려하고 현란한 마케팅 전략은 허상이다. 정말 팔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든 고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을 하기보다는 남의 힘을 빌리려 한다. 책이 되었건 컨설팅이 되었건 자신들이 해야 할 고민을 남에게 맡긴다. 그러니 연회비 천 만원인 모임이나 협회,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아니다. 그건 답이 아니다. 그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대표, 자신외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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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성공담을 기웃거린다. 그러나 자신의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해답을 찾을 사람은 대표 그 자신이다. 수백, 수천 만원을 마케팅비로 써도 효과가 없는건 당연하다. 아무리 전문가라 한들 두세 달 동안 그 브랜드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솔루션을 내는건 어렵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렵다. 진짜 전문가는 그런 대표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다. 그들의 머리와 경험에서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그랬다. 돕는다고 다가갔지만 대부분의 해법은 내게 컨설팅을 의뢰한 대표들의 머리에서 마음에서 실천에서 나왔다. 나는 그저 농구 선수의 공을 받치는 왼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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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쳤다는 게 아니다.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토론하다 보면 그들 입에서 답이 나왔다. '월간칫솔'을 제안한 오호컴퍼니의 이선형 대표의 얘기를 들었을 때는 '월간 윤종신'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중국산 천 원짜리 칫솔을 누가 산단 말인가. 그러나 '좋은 칫솔은 새 칫솔이다'라는 선명한 컨셉을 가지고 브랜드를 밀어붙인 그는 결국 네이버 검색 키워드에서 1등을 하고 50만 개를 팔았다. 나는 그저 그 고민의 과정을 함께하고 정리하고 '덴티넘'이란 메인 브랜드의 네이밍을 도왔을 뿐이다. 그는 이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서울이 집을 샀다는 얘기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그는 분명 성공했고 1인 기업이던 과거와 달리 여러 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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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도 일종의 코칭인 셈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법은 없다. 그런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는 7년 간의 경험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해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그 솔루션이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내가 어떤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할만한 브랜드의 어깨에 올라탈 자신은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컨설팅이고 또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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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시간 얘기해보면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대표로 있어야 한다. 이런 브랜드가 컨설턴트를 믿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 두 진심이 만나면 폭발이 일어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가 회사 내에 퍼지면 그 아우라와 포스는 손님과 소비자들에게로 이어진다. 내가 하는 일은 그 불씨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그러니 작은 브랜드이면서 길을 잃었다면 내게 연락을 달라. 당신이 정말 당신의 브랜드를 사랑한다면, 나는 당신의 어깨 위에 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이고, 컨설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