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토스 많이 쓰시죠? 저도 여러 은행의 잔액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토스 앱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요. 같은 말이라도 정말 쉽게 쓴다, 싶거든요. 그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A]
- 오늘은 카드 값 결제일입니다. 그래도 카드 값을 지금 선결제할까요?
- 결제일에 카드 값을 내면 카드 값이 중복 결제될 수 있습니다. 위 경우 다음 날 결제 계좌로 재입금해드립니다.
[B]
- 오늘은 카드 값 나가는 날이에요.
- 같은 금액이 한 번 더 나갈 수도 있어요. 두 번째로 나간 금액은 내일 내 계좌로 환불돼요.
여러분 어떠신가요? 어느 쪽이 토스 같은지 금방 눈에 보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A는 일반적인 시중 은행의 앱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 들입니다. 그런데 토스는 달라요. 같은 말이라도 훨씬 더 쉽게, 그리고 분명하게 의사 전달을 하죠. 토스의 기능이 시중 은행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은행이 하는 일이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까요. 하지만 토스는 크게 돈 들이지 않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서비스를 '차별화'해가고 있습니다. 이런게 진짜 '크리에이티브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쓰는 글은 소설이나 시, 보고서 같은 글이 아니라면 대부분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독자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실용적인 글쓰기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입, 근거, 메시지'가 그것이죠. 이내용은 '마케터의 글쓰기'란 책에서 배웠는데요, 저는 좀 더 간단하게 다음과 같은 구조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바로 '에피소드+메시지'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보고 듣고 경험했는지를 쓰는게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생각하고 깨달은 점을 쓰는게 메시지입니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하고 계셔도 글을 쓰는 구조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실 거에요.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프레이밍'라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60계 치킨 아시죠. 이곳은 "매일 깨끗한 기름으로 60마리만 튀긴다'고 광고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치킨집도 50~70마리만 튀기고 기름을 바꾼다고 해요. 이처럼 업계에서 당연한 상식을 60계 치킨이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프레이밍이라는 겁니다. 이런 광고를 통해서 (거짓말은 아니지만) 기존의 치킨 가게들을 '신선하지 않은 치킨', 자신들은 '신선한 치킨'으로 나눈다는 것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지혜로운 방법이라 생각지 않으시나요?
오늘 참고한 '마케터의 글쓰기'란 책에선 비슷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카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지방 10%’가 아니라 ‘단백질 90%’라고 쓴다.
- ‘사망률 20%’가 아니라 ‘생존률 80%’라고 쓴다.
- ‘5% 할인’ 대신 ‘1만 원 할인’이라고 쓴다.
- ‘한 달 후원금 5,000원’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이 아프리카 아이의 한 달 식사’라고 쓴다.
어떠세요?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죠. 이런 차이가 좋은 글과 평범한 글을 구분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어떻게 써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아울러 이 책은 '판매를 위한 글쓰기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 문제 제기 : 여름철 땀 냄새 때문에 고민 많으시죠?
- 해결책 제시 : 다잡아 미스트가 땀 냄새 걱정을 해결해드립니다
- 입증과 약속 : 피부자극 테스트 완료, 체취 방지 효과 12시간 지속
- 가격과 혜택 : 선착순 100명에게 2병 구입 시 추가 1병 증정
- 행동 요구 : 지금 바로 구매하세요!
혹시 하시는 일이 뭔가를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분이라면, 그래서 와디즈 펀딩을 하거나 상세 페이지를 만들 일이 있으시다면 이 공식을 외워두셔도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사실 제가 하는 '브랜딩'이라는 일도 이런 과정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사람들의 문제를 인식하고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게 브랜딩이고 또 마케팅이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을 구매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것이 글쓰기의 목표이고요.
어떠셨나요? 무언가를 판매하는 글이 가진 구조도 사실상 따지고 보면 일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글이란건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런 구조를 익혀두면 꼭 판매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글쓰기 실력 향상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내일은 더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다시 찾아올께요.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