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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 브랜드의 미래

롱런하는 몇몇 브랜드들은 아이덴티티 보호를 위해 때로는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으며, 의도적 난관을 즐기기도 하며 자의적 역설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지 않는 것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1차적 전략은 수립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롱런 브랜드, 그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기에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는 것일까요?


그들에게는 단순히 커지는 것 이상의 더 큰, 몇몇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 목적들은 ‘고루해 보이지만 진실인 단어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고객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고 직원에게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 이해관계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나아가 지역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성공의 기준이 좀 다릅니다. 앞서 열거한 목적에 얼마나 도달했는가가 그들이 지닌 성공의 가늠자가 됩니다. 즉 그들은 큰 기업이 되기 위해(to be bigger) 노력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to be better) 노력했습니다.


더 큰 기업이 아닌, 더 좋은 기업이 된다는 것


상장을 하거나 외부 자본을 투자 받는 것은 ‘선택’의 문제였지, 의무는 아니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외부 자본이 유입되는 동시에 리더는 주주에게 최상의 재정적 성과에 대한 법적, 도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리더의 초심을 지키기보다는 성장에 더 큰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들은 비전을 실현할 자유(통제력과 시간) 대신 자본을 택한 셈이죠. 이 책에서 소개한 가게들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상업용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버틀러W. L. Butler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그는 26세의 젊은 나이에 전기도, 수도 시설도 없는 작은 집에 기거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그의  태도에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약 15년이 지나면서 연 매출 2,000만 달러에 1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건설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커지고 사업 분야가 넓어지면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건설 수주를 받게 됐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챈 그는 지난날의 경영 방침에 대해 반성과 점검을 시작했고 결국 모든 작업을 직접 하기보다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종합건설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직원 수도 125명 정도로 제한하고 직업 허가증까지 반납해 가며 넓혀 온 사업부를 정리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습니다.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고객들과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사업부를 줄여서 이제는 처리할 수 없는 사업 영역에서도 계속 수주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거절하는 것을 넘어 클라이언트를 경쟁 업체에 추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 단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절을 거듭할수록 버틀러는 인기가 점점 더 높아졌습니다. 불경기에도 수주는 끊이지 않았으며 결국 2005년에는 1억 9,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스몰 자이언트가 됐습니다.


작은 규모를 유지하기로 한 리더들은 직원들이 권태를 느끼지 않고 회사에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특히 이런 문제는 조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키맨(Key Man)들에게 더 심각합니다. 보통 비전이 명확한 키맨들은 늘 새로운 기회를 좇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과 계속 함께 일하려면 성장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즉 회사가 회사 스스로에게 좀 더 성장할 것을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스몰 자이언트가 되기로 한 리더에게는 작지 않은 딜레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지켜 내면서도 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징거맨스(Zingerman’s)입니다.


롱런 브랜드의 리더가 해야 할 일들


직원의 출근길이 그날 할 일들로 흥분되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임을, 만약 그렇지 못하면 리더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임을, 그런 경우라면 스스로를 해고해야 함을 제대로 이해한 리더들의 행동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리더가 성장을 위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결코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핵심가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직원과 고객이 그 브랜드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보일 것입니다.


벌링엄은 자사의 핵심가치를 지키면서도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한 브랜드로 징거맨스를 꼽았습니다. 징거맨스는 1982년 미시간 주 앤아버(Ann Arbor)에서 ‘지상 최고의 샌드위치, 두 손으로 들어야 하고 드레싱이 팔뚝으로 흘러내릴 만큼 커다란 샌드위치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문을 연 지 10년도 안 되어 큰 성공을 거둔 그들은 <뉴욕타임스> <본아페티> <이팅웰> 등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에스콰이어>의 짐 해리슨은 징거맨스를 파리의 포숑, 런던 해로즈 백화점의 음식 코너, 뉴욕의 발두치, 그리고 딘 앤 델루카에 견주기도 했습니다.


지속된 성장을 바탕으로 그들 또한 사업을 확장해 미국 전역에 프랜차이즈를 만들지, 아니면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며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조금씩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는 직원들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들은 오랜 고민 끝에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직원들이 더 전문적이고 비즈니스적으로도 도전할 만한 흥미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앤아버 지역 내에서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른바 요식업 관련 비즈니스 주체로 이루어진 ‘징거맨스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그것입니다.


이는 징거맨스 델리카트슨(조리된 육류나 치즈, 흔하지 않은 수입 식품 등을 파는 가게), 징거맨스 로드하우스(북아메리카 전통 음식을 구현 및 재해석해 판매), 징거맨스 베이크하우스(전통 빵과 패스트리 중심의 베이커리), 징거맨스 크리머리(수제 치즈 및 유제품 관련 제품 판매), 징거맨스 커피 컴퍼니(징거맨스 베이커리 등 커뮤니티 내에서 필요한 모든 커피는 물론 독자적 커피숍을 운용) 등의 비즈니스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도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징거 트레인을 통해 사내 직원들에게 비즈니스와 경영, 그리고 음식의 역사와 사회적 특징들을 교육하여 직원 개개인이 새로운 비전을 바라보며 설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영혼이 있는 기업이 롱런하는 이유


작은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특히 남성 리더)들에게는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훌륭함과 크기는 전혀 상관없음을 인지하는 지혜만이 리더와 조직 모두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할 것입니다. 짐 콜린스의 말대로 큰 것이 위대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도, 위대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기도 하고 또 몇몇은 맹목적 성장을 좇다가 맞이하는 위기에 직면해야, 혹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골몰하다가 깨닫기도 합니다. 


만약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태를 느끼는 리더가 있다면 6개월간의 안식기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 막상 그것을 상상했을 때 당신의 부재 상황에서도 회사를 무리 없이 이끌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이것은 분명 당신의 경영 방법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권태롭기는커녕 그런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엄청난 프로젝트임을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용케 당신의 부재 상황을 해결해 줄 직원이 있다면 안식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안식 기간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권태로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직원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회사가 속한 지역 사회가 그 회사의 존재만으로도 풍족함을 느낀다면, 이해관계자들이 그 회사와 일하는 것 자체를 충만한 기쁨으로 생각다면, 고객들이 그 회사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 회사가 어떤 제품을 팔든 그것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면, 투자자들이 그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 회사는 분명 영혼이 있는 기업일 것입니다. 영혼이야말로 우리가 지닌 유한한 자원을 감히 소유하고 소비할 자질이 있는 회사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그런 회사의 제품을 사고, 그런 회사에 제품을 팔고, 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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