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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하는 브랜드를 위한 블루오션 전략

성심당은 1956년부터 68년간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해온 대전의 명물입니다. 성심당은 2023년 3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수천 개의 매장을 가진 대형 프렌차이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습니다. 성심당의 2023년 매출은 1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52%나 증가했죠. 이런 성심당은 대전 지역 외에서 빵을 팔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전략이 성심당의 지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대전에 온 사람들은 반드시 성심당 빵을 사가야 한다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룰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위한 비경쟁의 전략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경쟁을 피한다, 혹은 가치혁신을 이루어 경쟁이 의미 없도록 만든다는 모토는 이미 ‘블루오션 전략’을 필두로 해 각종 사례가 뒷받침되면서 우리에게 그야말로 ‘익숙한 혁신’이 되었습니다. 물론 ‘익숙하다’는 말이 ‘쉽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닙니다. 익숙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렵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모두가 바라는 것이 바로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도 생존하는 ‘비경쟁’입니다.


스몰 브랜드에게 있어 비경쟁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흔히 말하는 레드오션에 후발주자로, 그것도 막대한 자본력이나 풍부한 인력, 전에 없던 기술력을 동원하지 않고 뛰어들어 정면승부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가 몇 가지나 떠오르나요? 분명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고 그나마도 비경쟁이 아니라면 뒤에 언급할 비상식이나 비타협 등의 추구점이 있는 기업일 것입니다. 운동 경기가 아니고서야 경쟁(한자로 다툴 경(競)에 다툴 쟁(爭)을 사용한다)에서 모든 기업이 공평한 조건에서 다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유리한 조건의 대기업이 이미 패권을 장악한 시장을 작은 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그래서 스몰 브랜드는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분할하거나 전혀 다른 가치(제품이 아니다)를 선보여 그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듭니다. ‘최초는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리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리 출판사의 전략은 눈여겨 볼만합니다. 이 작은 출판사는 작업에만 수 년이 걸리는 세밀화로 유명합니다. 값싼 이미지로 가득한 아이들 용이 책이 아닌 우리 땅의 동,식물들을 전문가의 세밀화로 만들어진 책을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철학과 교수 출신인 윤규병 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타 출판사나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들과 경쟁해서 기존의 가치를 잠식하거나 갉아먹는 행동을 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롱런 브랜드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이들은 기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얻는 가치를 인정하고 동일한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이미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가치들 이외에 사회에 필요한 가치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결과적으로 치열한 다툼으로서의 경쟁은 사라집니다. 다툼이 사라진 자리에 오히려 협력과 공생이 남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경쟁자가 분명한 대상의 훌륭한 점은 쉽게 인정할 수 있고, 그들과의 협력과 제휴에도 거리낌이 없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문제점은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경쟁자와 자신이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임을 알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나본 비경쟁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은 시장점유율과 매출에 연연하지도, 경쟁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굴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쟁은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더 많아질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일종의 ‘철학 경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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