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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쓰기 연대'를 제안하게 되었나

1.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이 말은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톨스토이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따온 이 말은 결론적으로 성공이란 수많은 실패 요인들을 모두 피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균,쇠'를 쓴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서구 문명이 특히 융성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그들이 농경 및 정착에 유리한 땅에 우연히 살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 땅에 아시아나 아프리카인이 살았더라면 그들의 앞선 문명을 일궜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2.


사실 이런 말이 유전적 요인으로 서구의 문명이 부흥했다고 믿는 유럽인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아직도 서울대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에 꼽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왜 우리의 과거는 그들보다 열등?한가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요즘 세대들은 이 책을 예전처럼 열심히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처럼 서구의 문화들에 압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대단한 이유는 책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좋은'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평생에 걸쳐 꼼꼼히 되새김질하며 찾았다. 나는 그 점이 가장 존경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3.


이런 이유로 어떤 브랜드가 흥하는지, 아니면 망하는지를 찾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답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답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성공은 운이 작용한다. 어떤 가게가 실패했는지는 수많은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잘되는 가게들은 몇몇 선명한 이유들 때문에 잘 된다. 맛과 서비스, 입지, 가게 주인의 고집과 철학 쯤 될 것이다. 만일 그런 환경에 놓인다면 누구라고 성공한 브랜드의 주인이 될 수 있다.


4.


그러나 이 또한 운이다. 좋은 셰프와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 인테리어까지... 성공하는 가게들은 그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져 사람들이 몰린다. 그것도 노력이고 실력이라고?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똑같은 셰프와 메뉴, 비슷한 입지와 동일한 인테리어 공사로도 망하는 가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성공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5.


그러나 나는 이런 운명론적인 결론을 싫어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경도 비슷할 것이다. 운이 작용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같은 조건에서 살았더라도 융성하는 민족은 따로 있다. 지금의 시리아와 같은 중동 지역의 일부가 문화적 부흥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제러드의 책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총,균,쇠'도 이런 이론의 헛점을 알고 미리 설명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다니면 어떨까 하고.


6.


무슨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 개인이, 한 가게가, 하나의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이다. 운을 만나도 기본이 되어 있는 음식이 아니라면 그 식당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그 기본에는 주인장의 손님을 대하는 올바른 애티튜드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기본을 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운이 따라올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단골을 팬덤화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단골로 머무르지 않고 친구와 지인들에게 홍보하게 만들면 된다. 이것이 바로 없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7.


내가 이렇게 거창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서다. 내 생각에 성공한 브랜드의 가장 큰 조건 중의 하나는 퍼뜨릴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으면 퍼뜨리고자 한다.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에게 '그 가게 가봤어?'라고 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에 없던 운과 환경을 만들어내는 묘약이다. 세상에 완벽한 식당은 없다. 그러나 그 가게를 찾고 싶어할만한 성공이 이유 몇 가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퍼뜨려 주는 것이 바로 이야기, 스토리다.


8.


나는 이 이야기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글쓰기와 책쓰기를 권한다. 그리고 지금은 단순한 직업을 너머 일종의 운동, 무브먼트로 전파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그 어느 때보다 핵개인화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과 취향이 극단적으로 개인화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를 알리고 홍보해야만 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인플루언서다. 먹방만 잘해도, 여행만 잘해도, 운동만 잘해도 사람들은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어 직업을 만들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아니 그 이상의 행복한 부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가 있다.


9.


나는 이런 눈치 빠른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나아가 '연대'를 하고 싶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 잘 가르치는 사람, 글이 아닌 말로 소문을 내고 스토리를 만들줄 아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싶다. 그래서 한 개인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동네 식당은 맛집이 되고, 직원들 월급 주기에 고심이 회사들은 브랜드가 될 수 있게끔 돕고 싶다. 그리고 그 시작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연대'라는 모임에서 찾고 싶다. 글 잘 쓰는 강사를 모시고, 모임과 워크샵을 하고, 관련된 책을 출간하고, 가능하다면 회사도 만들고 싶다.


10.


일본이 야구를 잘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그들이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야구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영국에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문학 작품이 탄생하는 이유가 과연 우연 때문일까? 그들에게는 골목 골목마다 이야기를 만드는 수없이 많은 소모임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환경은 필연적으로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저변보다는 몇몇 천재들과 영웅들의 등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저변이 없고 인프라가 없다. 그래서 제 2의 김연경, 또 하나의 손흥민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11.


그러니 이런 제안에 흥미있는 분들은 '글쓰기 연대'에 관심과 흥미를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평생에 걸친 내 일이자 사업으로 키워보고자 한다. 단순히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책을 내는데 집중하는 것은 때론 허망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의 내공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혼자서 해내기 힘든 일이다. 나는 이 글쓰기의 놀라운 능력을 아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다. 그래서 성공과 행복을 갈망하는 그 누군가에게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하고 싶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운 좋게 지금의 문명을 이룬 서구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성공을 우리 개인의 영역에서 복기하고 재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p.s. '글쓰기 연대'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첫 강사로는 신수정 대표님을 꼭 모시고 싶다.

https://bit.ly/4bPZl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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