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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답은 언제나 '사람'에 있다

매일매일 세 브랜드

첫 직장을 다닐 무렵,

주말이면 근처 만화방을 즐겨 찾곤 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H2'.

야구, 갑자원, 청춘물...

누군가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소재지만

만화 주인공에 이입된 작가의 대사 하나하나에

숨을 죽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사람은 사람을 알고 인생을 알고 있구나.

야구나 청춘물이란 껍데기를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그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녹아든

농익은 철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절엔 그 감동의 원인이 채 알지 못했었지만.

'브랜드'가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유는

그 인간의 숨은 필요를 제대로 이해한 결과가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스토리들 때문일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지라도

정답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다는 것.

오늘 세 개의 브랜드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확인하고 흐뭇해진다.

한 권의 만화에 담긴 지식이

한 브랜드의 생존, 성장 전략과 다를바 없다는 것,

그 사실에 공감하는 창업자가 있다는 것,

이건 꽤나 인사이트 넘치는 발견 아닌가.

언제 한 번 짬을 내어

'즐거운 작당'에서 'H2'를 완독해야겠다.

아이들에게 만화도 실컷 읽혀야겠고.

결코 헛되지 않은 투자일테니.


1) 사토카메라


“고객 한 사람에게

1시간 정도 접객을 하는 건 당연지사이고

길 때는 5시간 한적도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5분이면 상담이 끝나는 시대에

무려 5시간 동안 손님을 접대하다니...

하지만 이 카메라 전문점은

잉여와 비효율이라는 비상식적?인 전략으로

생존을 넘어 지역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한 가지다.

그들이 왜 '카메라 전문점'을 찾는지에 귀기울이고

그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았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숫자'로만 이해하는 세대에게

이건 작은 '기적'이다.

하지만 그곳에선 '상식'인 것을.


2) 트루앤코


"2시간 동안 20개 넘는 브라를 입어봤는데
맞는 건 하나도 없었다. 평생 그렇게 내 몸이
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내가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가슴 모양이 다 다른데 줄자로 아무리 재봤자 무슨 소용인가.
가슴둘레와 컵 크기보다 중요한 건 가슴의 형태였다."

- 미쉘 람, '트루앤코' 창업자


최근에 한 속옷회사를 컨설팅한 적이 있었다.

남자인데다 브라는 모르지만

사람의 필요로 접근하면 답이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곳에서 '와비파커'와 '스티치 픽스'의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이미 그런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판매방법보다 더 공감이 간 것은 그들의 철락,

즉 제품에 내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제품을 맞추는 것,

내 몸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것은 어느 산업군의 어느 제품에도 통하는 진리 아닐까?

이로써 마지막 리포트에 힘을 실을 수 있겠다.


3) 퍼블리


“공 하나를 던질 때도

그때의 마음의 자세를 묘사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야구에서는 던지는 공 하나하나가 중요한데

공 하나로 스트라이크나 볼이 갈리고,

그게 9회가 끝났을 때 승패에 영향을 미쳐요.

야구 장면을 보면서 헌신한다는 말은 쉽게 쓸 수 있어도

헌신에는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언제나 가장 정확한 'Why'는 창업자에게서 발견된다.

이 기사는 '퍼블리'의 태생에 관해 적지 않은 정보를 전해주었고

퍼블리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인지 아닌지는 두 번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바로 타겟에 대한 이해,

그들이 가려워하는 부분들 제대로 캐치하고

그에 맞는 '문제해결'을 제시한다면

콘텐츠로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

내가 그 구매자의 한 사람이니 장담할 수 있겠다.

나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고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누군가 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비용을 치를 수 있겠다.

그것이 나에게 이득이니까.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거기에 '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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