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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에서 찾은 대한민국 욕망의 지도

1.


어느 날 문득 제가 TV를 전혀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오롯이 유튜브 시청으로 메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사실 여기까진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주 평범한 50대 남자가 주로 무얼 보고 있을까를 한 번 곱씹어 보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유튜브는 세상 모든 사람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TV가 일방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미디어였다면 유튜브는 정보의 생산이 개인에게로 넘어갔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을 아주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저는 전세계 사람들의 욕망을 읽을만한 데이터 처리 능력은 없습니다. 그 대신 내 욕망의 세계 정도는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2.


그렇다고 제가 아주 특별하고 개인적인 욕망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50대 초반 남자지요. 다만 왜 내가 이런 영상을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국제 부부들이 주인공이 되어 나오는 영상들이에요. 그 대상 국가는 아주 다양합니다. 일본, 미국, 태국, 베트남, 터키, 이란, 우크라이나... 그런데 조금 부끄럽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더군요. 그건 대부분 미모의 외국 아내를 가진 한국 남편들로 이뤄진 가정이라는 겁니다. 알고리즘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제 욕망을 반영한 결과겠지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외국 아내를 얻어 한국 남자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숨은 욕망이 은연 중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하고요.


3.


물론 이런 생각을 갖고 일부러 영상을 본 적은 없습니다. 이들의 영상이 주는 잔재미는 생각보다 다양하거든요. 그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전혀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가며 때론 놀라고 때론 실망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느끼는 위안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 사람 사는건 다 비슷하구나 하는 일종의 공감대 같은 것도 있을 거에요. 물론 이들도 사람인지라 싸우기도 하고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하며 때로는 이혼도 합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묘한 인류애를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녀들이 표준 이상의 미모가 아니더라도 보았을까 하면 뜨끔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으로 일관한다 해도 지속적으로 구독했을까 하면 그것도 자신이 없네요. 이게 비단 저만의 경험일까요?


4.


앞서 얘기했듯이 저는 유튜브가 세상 사람들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종의 지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의 소비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고 더 깊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에를 들어 저는 한 때 밀리터리 관련 취미에 빠져 에어소프트 건을 몇 백만원 어치 구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죠. 비록 마이너한 장르이지만 장난감 총에 열광하는 중년의 남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지금은 대부분 팔아버렸지만 중고로 내놓은 제 총들을 구매한 사람 중에는 이런 취미에 몇 천 만원을 투자한 사람이 흔했습니다. 왜냐하면 한 자루에 몇 백만원 하는 장난감 총이 즐비했거든요. 그때 저는 오래된 옛날 총을 복원하는 영상을 몇 시간씩 볼 때도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취미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알기만 한다면 아주 마이너한 취미생활을 하기에 지금만큼 쉬운 시대도 없다고 생각해요.


5.


제가 굳이 이런 개인적인 욕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 욕망이 곧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희귀한 곤충이나 동물을 키우고 분양하고 영상을 올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 모두가 사람들의 욕망을 제대로 읽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시작은 그들의 취향이나 기호에서 시작했을 거에요. 하지만 개인의 기호가 대중의 욕망과 조우하면 비즈니스가 됩니다. 제가 넋을 놓고 보는 수달 영상, 물고기 영상, 곤충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이미 부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욕망의 지도를 그리고 분석하고 비즈니스화하는 일입니다. 이 시대가 역사상 가장 돈을 벌기 쉬운 시대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말일 수도 있으니까요.


6.


오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임장을 갔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광석이 '서른 즈음'을 부를 때의 삼십대는 지금의 40대 후반과 같은 세대라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김광석이 활동했던 시대는 모든 사람의 나이의 평균이 30대였지만 지금은 그 연령이 40대 후반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왠지 설득력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30대면 결혼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40이 넘어서 결혼하는게 흔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1990년대 30대들이 하는 고민을 지금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이 하고 있을수도 있다고 말이죠. 저는 이런 생각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위의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 임원도 있고 큰 학원의 원장도 있고 글로벌 기업의 실무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모두가 하나같이 두 번째 인생의 돈벌이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 길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7.


그래서 저는 꾸준히 이런 욕망의 지도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나의 경험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숨은 욕망,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모습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욕망의 지도를 통해 인생의 제 2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나름의 비즈니스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네요. 저는 사업을 안하냐고요? 저는 사업 보다는 그들의 비즈니스를 기록을 남기는 일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글과 말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저다운 일이며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일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이라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욕망의 지도를 함께 그려보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 되지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람들의 욕망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그 욕망을 해소해주는 비즈니스도 더 많아지고 깊어질 겁니다. 그런 시대에 필요한 지도 한 장을 만든다는 것,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 두 번째 인생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 얘기 나누실 분을 찾습니다.

https://bit.ly/3XIy7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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