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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을 못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1.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글솜씨가 없어서, 스펙이 모자라서, 내놓을만한 경험이 없어서 책을 못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못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을 좋아하는, 무엇에 흥분하는지, 무엇에 열광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걸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


어떤 평범한 디자이너가 카레를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냐하면 1년에 340일 동안 매일 한 끼씩 카레를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한 번 뿐인 여름 휴가도 일본으로 갔다. 도쿄에 유명한 카레집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그림으로 그려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책을 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후 정식 출간을 하게 됐다. 저자 만큼은 아니어도 카레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3.


요즘은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시대다. 예전에는 최소한 박사 학위나 유학 경험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전문가 대우를 받았다. 지금은 아니다. 고졸이라도, 중졸이라도 유튜브에서 선택받으면 그만이다. 그들이 전문가고 그들이 곧 인플루언서다. 학벌이나 스펙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이 미쳐 있느냐다. 내가 자주 보는 유튜브의 이름은 '송숙희'다. 평범한 여자 경리 직원이 매일 서울의 허름한 노포에 들러 혼술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그걸 보게 된다. 그 당당함에 취해서다. 적어도 그녀는 참이슬과 술안주 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4.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글솜씨가 없어서, 스펙이 모자라서, 내놓을만한 경험이 없어서 책을 못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반쯤 틀린 말이다. 진짜 그들에게 없는 것은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엇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설레서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의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양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평생 모은 (그러기엔 너무 젊지만) 양말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 역시 독립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니 책을 쓰고 싶다면 나를 먼저 돌아보자. 그것 하나 만큼은 서울대 나온 그 누구보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책을 쓰자. 비버북스에서 그 책을 꼭 내주겠다.


p.s. 비버북스는 내가 만든 출판사다. 다음 달에 첫 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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