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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컨셉'이란 무엇일까?

컨셉을 한 마디로 설명하긴 정말 힘들다.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모호한 개념이기 대문이다. 그러나 굳이 설명하자면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특정 브랜드가 가진 차별화된 가치를 담는 그릇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가장 쉬운 사례로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카피를 보자. 에이스 침대는 수십 년째 이 카피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컨셉이기 때문이다. 이 침대가 가진 차별화된 가치는 '수면의 질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정도 될 것이다. 그것을 '과학'이라는 개념의 그릇에 담아낸 것이다.


더 쉬운 사례가 있다. 사람들은 이니스프리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청정, 자연주의 화장품 쯤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화장품은 록시땅을 제외하고도 너무 많다. 그래서 이니스프리는 '제주'를 들고 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장 청정한 이미지를 가진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때 '제주'는 이니스프리의 차별화된 가치(청정, 자연주의)를 담는 (눈에 보이는) 그릇이 된다.


그렇다고 이 컨셉이 어마어마한 연구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는 주인이 좋아하는 앨범과 스피커 등을 죄다 가게에 옮겨놓고 장사를 한다. 뱅엔올룹슨 스피커를 대하는 주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카페 이름과 컬러는 좋아하는 밴드와 앨범 색깔에서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이 카페의 컨셉은 '음악'이 되었다.


만일 내가 카페를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이름으로 차용할 것 같다. 짧게 줄여서 '바노들'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이 카페의 컨셉은 하루키다. 나는 그가 쓴 모든 소설과 그가 좋아했던 앨범, 술들로 카페를 장식할 것 같다.


제품의 특장점을 숫자와 스펙으로 이야기하는 것 쉽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그런 정보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이트 맥주'처럼 '초코파이 정'처럼 일방적인 광고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컨셉이다. 큰 돈이 들지 않지만 강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컨셉이 꼭 카피나, 슬로건처럼 글과 말일 필요도 없다. 앞서 소개한 동네 카페는 매장의 곳곳을 오렌지와 베이지 컬러로 통일해 놓았다. 스타벅스 하면 녹색, 맥도날도 하면 노란색처럼 특정 컬러로 스스로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 그도 아니면 '러쉬'처럼 향기로 말하면 된다. 즉 컨셉은 다소 추상적인 가치를 오감으로 전달하는 과정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컨셉이 필요한 이유는 거의 모든 제품이 상향 평준화되고 매스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컨셉은 차별화의 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서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왜 우리 가게를 찾는가, 왜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친구 때문에 알게 된 '산으로 간 고등어'는 고등어가 컨셉니다. 이름과 가게 간판에 고등어가 선명하다. 그런데 '산으로 간'이라는 수식어가 차별화 요소다. 아마 육지로 가기 위해 만든 간고등어를 표현하기 위한 말 아닐까? 하지만 그 브랜드가 가진 가치가 '신뢰'나 '정직'같은 추상적인 말일 때 컨셉 도출은 어려워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스토리다.


내가 아는 치과는 80대 노인이 3번이나 대중 교통을 갈아타면서까지 오는 곳이다.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곳이다. 스토리가 그 병원에 대해 가진 환자들의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차별화는 가능하다. 컨셉이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컨셉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컨셉 도출이 어려운 브랜드는 차별화된 특장점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브랜드는 있어도 차별화 요소가 없는 브랜드는 없다. 세상에 60억의 사람이 살지만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이것이 차별화가 어렵다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컨셉은 결국 차별화를 위한 수단이다. 그 수단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게를 한다면, 카페를 한다면, 식당을 한다면 이런 질문은 한 번쯤 심각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우리 가게는 손님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가.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컨셉의 도출 과정이다.


나는 '스몰 스텝'이라는 책 한 권으로 차별화된 컨셉을 만들어냈다. 작은 실천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책의 내용을 작은 브랜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러니 컨셉을 어려워하지 말자. 나만의 차별화된 메시지가 없음을 고민하자. 그런 고민에서부터 진짜 컨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p.s. '산으로 간 고등어'는 충북 제천의 박달재 산자락에서 끌어올린 지하 100m의 깨끗한 암반수로 고등어를 깨끗하게 씻은 뒤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는 소백산과 치악산에서 자란 청정 산약초를 우려서 고등어를 그 안에 1~2시간 정도 정성스레 재어 놓는다.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것은 물론, 산약초를 우려냈으니 몸에도 좋은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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