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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

상업용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버틀러(W. L. Butler)라는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26세의 젊은 나이에 전기도, 수도 시설도 없는 작은 집에 기거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그의  태도에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약 15년이 지나면서 연 매출 2,000만 달러에 1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건설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커지고 사업 분야가 넓어지면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건설 수주를 받게 됐습니다. 결국 모든 작업을 직접 하기보다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종합건설사가 되기로 하고 직원 수도 125명 정도로 제한했습니다.


작은 거인, 스몰 자이언트의 탄생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습니다.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고객들과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사업부를 줄여도 계속 수주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클라이언트를 경쟁 업체에 추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절을 거듭할수록 버틀러는 인기가 점점 더 높아졌습니다. 불경기에도 수주는 끊이지 않았으며 결국 2005년에는 1억 9,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스몰 자이언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규모를 제한한다고 모든 기업이 스몰 자이언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 직원들은 곧 권태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키맨(Key Man)들은 새로운 기회를 좇아 떠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는 스몰 자이언트가 되기로 한 리더에게 작지 않은 딜레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지켜 내면서도 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징거맨스(Zingerman’s)입니다.


징거맨스는 ‘지상 최고의 샌드위치, 두 손으로 들어야 하고 드레싱이 팔뚝으로 흘러내릴 만큼 커다란 샌드위치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창업한지 10년도 안 되어 큰 성공을 거둔 그들은 <뉴욕타임스> <본아페티> <이팅웰> 등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선택의 기로에서 서게 됩니다. 사업을 확장해 미국 전역에 프랜차이즈를 만들지, 아니면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며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입니다.


유능한 직원들을 지키는 법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조금씩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는 직원들도 문제였습니다. 결국 이 브랜드는 오랜 고민 끝에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직원들이 더 전문적이고 비즈니스적으로도 도전할 만한 흥미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바로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수입 식품을 파는 징거맨스 델리카트슨, 북아메리카 전통 음식을 재해석한 징거맨스 로드하우스가 탄생했습니다. 수제 치즈 및 유제품을 파는 징거맨스 크리머리, 관련 회사들에 필요한 모든 커피를 제공하는 징거맨스 커피 컴퍼니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능한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비즈니스와 경영, 그리고 음식의 역사와 사회적 특징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직원 개개인이 새로운 비전을 바라보며 설렐 수 있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회사가 속한 지역 사회가 그 회사의 존재만으로도 풍족함을 느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해관계자들이 그 회사와 일하는 것 자체를 충만한 기쁨으로 생각다면, 고객들이 그 회사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 회사가 어떤 제품을 팔든 그것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다면 심지어 투자자들이 그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특히 작은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에게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훌륭함과 크기는 전혀 상관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지혜가 리더와 조직 모두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짐 콜린스의 말대로 큰 것이 위대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도, 위대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리더는 이를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은 맹목적 성장을 좇다가 맞이하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비로소 이런 고민을 시작합니다.


스마트한 브랜드가 되는 법


직원의 출근길이 그날 할 일들로 흥분되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의무중 하나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리더는 스스로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을 위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결코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핵심가치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직원과 고객이 그 브랜드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의 잠언집 제목처럼 만약 당신이 당신 인생의 끝을 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스마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죽음을 앞둔 당신은 분명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최종 직업이 무엇인지 알기에 젊은 시절 정말로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또 어떤 배우자를 만날 줄 알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등 지금 보다는 훨씬 더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그 끝을 볼 수 있다면 오늘 우리 조직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더 명확히 구분해 내고 좀 더 침착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포기할 것은 더 확실히, 일찍 포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전할 가치, 그것을 통해 이룰 미션, 그 미션을 위해 이뤄야 할 비전들, 이를 위한 전략과 전술이 역순으로 재조합될 것입니다.


내가 내일 가질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을 최대 한 잘 보여 주기 위한 방법들, 그려둔 정확한 그림을 그려 내기 위 해 서두르지 않고 되레 성장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용기... 이것이 끝에서 시작을 보면서 되고자 하는 것을 완성하는, 롱런 브랜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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