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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의 프로필 사진은 늘 어색하고 무표정할까?

뉴발란스와 더뉴그레이가 함께 진행한 ‘우리 아빠 프로필 사진 바꿔드리기’ 캠페인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 캠페인은 ‘아빠의 그레이’라는 말처럼, 한 세대의 아버지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돌리는 사회적 제안이었다.


“왜 아빠의 프로필 사진은 늘 어딘가 어색하고, 무표정할까?”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캠페인은, 브랜드가 세대와 감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뉴발란스는 오래전부터 ‘그레이’라는 색을 통해 자신들의 철학을 표현해왔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고, 트렌드보다는 본질을 택하는 태도. 그 색을 이번에는 ‘아빠’라는 존재에 입혔다. 그리고 더뉴그레이는 그 철학을 현실로 구현할 파트너였다.


더뉴그레이는 아버지 세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자, 중년의 남성들에게 새로운 자존감과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였다. 이들이 만났을 때, 그 만남은 단순한 협업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브랜드가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강력한 언어는 ‘공감’이다. 뉴발란스는 ‘아빠의 그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그 언어를 세련되게 전달했다.


캠페인은 2019년 8월, 인스타그램과 뉴발란스 공식 계정을 통해 시작되었다.


“우리 아빠의 프로필 사진을 바꿔드리고 싶어요.”


신청을 받은 지 며칠 만에 3천 명이 넘는 지원이 몰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라는 단어 속에서 어떤 미묘한 아쉬움과 사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늘 엄마의 이야기엔 따뜻하게 반응하면서도, 아빠의 이야기에선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그들의 스타일은 늘 ‘관리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들의 프로필 사진은 ‘업데이트될 이유’가 없었다. 뉴발란스는 바로 그 틈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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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된 아버지들은 브랜드가 마련한 촬영장으로 초대되었다. 현장에는 뉴발란스의 시그니처인 그레이 컬러의 의상과 운동화가 준비되어 있었고, 더뉴그레이가 함께 한 바버샵 스타일링이 진행되었다. 평소와 다르게 다듬어진 머리, 익숙하지 않은 조명 아래 선 아버지들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표정이 달라졌다. “이거 나 맞아?”라며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 카메라는 그 미묘한 변화의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이 인화되고, SNS에 공유되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아버지의 이미지’가 아니라 가족의 시선이었다. “우리 아빠 멋있다.” 그 짧은 댓글 속에는 세대와 가족의 감정이 녹아 있었다. 이 캠페인은 결과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넘어, 가족 서사에 개입한 하나의 감성 프로젝트가 되었다.


뉴발란스는 이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GREY Runs In The Family’—그레이는 유행을 초월하는 색이며, 가족처럼 오래가는 가치라는 메시지였다. 브랜드의 색과 가족의 정서를 연결한 이 한 문장은, 뉴발란스가 단순히 운동화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삶의 감각’을 제안하는 존재임을 증명했다.


그레이는 중간색이 아니다. 모든 색을 품은 안정의 색이다. 뉴발란스가 말하는 ‘그레이’는 결국 삶의 속도와 무게를 버티는 색이었다. 이 캠페인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 색으로 ‘아버지’를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늘 가족의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그 배경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색이라는 메시지.


브랜드는 그렇게 자신이 가진 철학을 사회적 감정으로 번역했다. ‘우리 아빠 프로필 사진 바꿔드리기’는 단지 외모를 바꾸는 이벤트가 아니라, 한 세대의 자존감을 다시 세워주는 작은 의식이었다.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는 일, 그것은 결국 우리 가족의 시선이 바뀌는 일이다. 그레이는 그런 변화를 품은 색이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뉴발란스는 그렇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세상에 다시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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